Text Journal (1704) 썸네일형 리스트형 쉬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 내 체력과 정신력의 나약함이 마음에 안 든다. 특히 체력이 약하다. 나는 매일 요가든 유산소든 스트레칭이든 운동을 하고, 몸에 덜 나쁜 음식을 영양소 생각해서 잘 챙겨 먹는다. 그래서 좀 나아진 것을 느끼긴 하지만 여전히 애초에 건강하게 타고난 사람에 비하면 약하다. 겉보기에는 튼튼해 보이고 운동신경도 나쁘지 않은데 그건 컨디션 관리를 위해 노력해 온 덕분이다. 하지만 내 뜻과 관계없이 날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은 춥고 저기압인 날씨에선 모든 방면으로 반응속도가 뚝 떨어진다. 그런 날씨가 지속되고 일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기라도 하면 머리도 안 돌아가고 소화기관도 잘 안 움직인다. 배터리 약한 노트북이 전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갑자기 멋대로 절전모드로 들어가는 것처럼 내 몸도 작동을 잘 못하.. 어린이 스케일, 어른 스케일, 휴먼 스케일 지난주에는 어린이날이 있었다. 어린이날 휴일과는 관계없는 독일에서 유난히 더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고, 야근도 많이 한 일주일을 보냈다. 어린이날이 지나면 바로 찾아오는 어버이날을 위해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습관대로, 그리고 아직까지는 가장 좋아하시는 방법인 계좌이체를 통해 마음을 전했다. 사랑해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있어 주세요. 어릴 때는 왜이렇게 하늘을 많이 올려다봤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은 요가하면서 반쪽 상체를 비틀어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시선도 천장을 향하라는 선생님의 지시를 귀로 듣고 나서다. 어지간해서는 천장과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사는 지금과 달리 어릴 때는 늘 고개를 쳐들고 다녔다. 어른들이 앞 좀 보고 다니라고 하는 핀잔을 매일매일 들었기 때문에 기억이 난다... Time is relative, indeed 어른이 될수록 인내심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런데 겉보기에는 참을성이 더 많아진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 이유가 내가 살면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 것 중에 때 와 때 사이의 간격, 즉 시간에 대한 감각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설명하는 내가 너무 부족해서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예를 드는 편이 낫겠다. 나는 세 살 때의 기억이 있다. 커다랗고 뭉툭한 모양의 티비 앞에 앉아서 고개를 쳐들고 들뜬 분위기의 방송을 봤었다. 88 올림픽을 대표하던 노래 '손에 손 잡고~'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노래는 계속 계속 반복해서 나왔기 때문에 어린 나도 외울 수 있는 정도였다. 진짜로 가사를 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노래 자체가 완전히 각인되어있다. 이때의 나는 자고 일어나면 .. 내게 벌어진 무서운 일, 비극, 그리고 희망이라 불러도 좋을만한 것 이 이야기를 일기에 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실은 이 일이 있은 당일에 페이스북에 길게 영어로 내게 닥친 일을 썼었다. 기록이 아니라 도움 요청이었다. 외롭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더보기 This morning about at 10:30, I was on my way back home from grocery shopping. I gazed the mess with chair while approaching to the building door. A young guy living 3rd floor yelled at me out of his window. He said the chair is what he did and he will do more and clean it up in 2-3 days. H.. 아픔의 냄새가 빠지고 아픔에는 냄새가 있다. 모든 아픔마다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이 가져오는 냄새가 있다. 내 경우는 감기가 걸릴 것 같으면 코 안쪽 깊숙한 곳에서 평소와 다른 냄새가 감지된다. 그걸 나는 멋대로 감기 냄새라고 불렀다. 엄마의 병에도 냄새가 있었다. 엄마의 경우는 감기 냄새처럼 구체적인 병의 냄새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감기 냄새는 당사자인 나만 맡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 엄마도 뭔가를 맡으셨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으로서 맡을 수 있는 냄새는 아니었다. 그보다 오랜 병환과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던 엄마가 병으로 사회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하나씩 생기는 냄새가 있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고, 한 때는 부끄럽기도 했던 냄새는 지층 집의 곰팡이 냄새였다. 살던 동네가 재개발을 하게 되어 전셋집을 전전했었는데, .. 우리아빠 아빠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나와 동생은 엄마를 잃었지만 아빠는 삼십 년을 넘게 함께한 삶의 파트너를 잃으셨다. 그 슬픔을 나는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아빠는 마지막까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셨다. 주변에 우리 사정을 아는 모두가 우러러보았고, 엄마의 엄마와 자매들 모두 아빠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만을 표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가족으로서 나눠져야 할 짐이 있었을 텐데도 외국에 나가 살고 있기 때문에, 학업 때문에, 직장일이 바쁘기 때문에 등 여러 가지 핑계로 무거운 짐을 아빠에게만 들게 했다는 죄책감이 있다. 여러 사람 몫의 짐을 내팽개치긴커녕 겸허하게 받아들이시고,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기를 격려하시면서도 엄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아빠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크다. 2015년에 진단을.. 엄마의 말뚝(을 읽기 전에) 아빠가 추천한 알릴레오라는 프로그램을 유투브에서 몇 개 봤다. 책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언급하면서 토론하는 구성이어서 내가 굳이 그 책의 독자가 아니어도 보는 재미가 더 있길래 몇 편 골라봤다. 그중에 박완서 작가의 엄마의 말뚝을 두 편에 걸쳐서 다룬 것을 보고 어제와 그제 한 편씩 봤다. 박완서 작가님이 타계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방송국 채널에서 유투브에 오래전 인터뷰나 티비 출연 방송분을 편집해서 올렸길래 몇 개 재미있게 보기도 했다. 엄마의 말뚝이 자전적인 소설이고 개성 근처에서 서울로 굳이 나와서 딸을 교육시켰던 이상하고 대단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는데 알릴레오에서 다룬 것을 보고 당장 결제해서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하였다. 토론.. 옥상 구경하기 눈이 온다. 지금 있는 곳은 높은 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전망이 좋다. 큰 창으로 날씨와 시각의 변화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 서북향이어서 해질녘 따뜻한 햇빛이 저녁까지 머문다. 강 넘어 바라보는 노을도 근사하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여러 건물들의 옥상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를 다 보낸 오래 살았던 엄마아빠의 첫 아파트는 15층에 있었다. 바로 위에는 옥상이었다. 당시에는 옥상 문을 잠궈두지 않아서 옥상을 통해서 옆 동의 친구집에 간편하게 놀러 갈 수도 있었다. 난 옥상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장녀답게 집에서 가장 작은 현관옆 방이 내 방이었는데, 넓은 옥상에는 늘 나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자유로웠다. 그래서 난 옥상이 정말 좋다. 면조랑 사귀게 되었을 때..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2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