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일기에 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실은 이 일이 있은 당일에 페이스북에 길게 영어로 내게 닥친 일을 썼었다. 기록이 아니라 도움 요청이었다. 외롭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This morning about at 10:30, I was on my way back home from grocery shopping.
I gazed the mess with chair while approaching to the building door. A young guy living 3rd floor yelled at me out of his window.
He said the chair is what he did and he will do more and clean it up in 2-3 days. He was talking how much he was angry relentlessly, but I could barely understand. (A. My German is not very good, B. He’s words were not really making sense even to me)
As he noticed that I’m not 100% sure what he’s talking about, he told me to wait still and he would come down.
And the guy came with a cooking knife
He mumbled ‘... bin nur freundlich zu sein...’ he also mentioned ‘...schwarz leute...’ which I couldn’t get the context very well.
But I knew that I had to run.
As he came out, I did hold the door for him. He came outside to the chair. He looked around holding the knife. As soon as he showed his back, I slammed the door and ran into upstair where my flat is.
I haven’t been more thankful for having a middle gate between the building’s door and my apartment. I made sure it’s locked.
My husband was on his way to home from an automobile service center, so I called him to tell not to come home directly.
As he noticed that I ran away, he sounded more, more angry. He yelled, stabbed the chair hard, as much as all the town could hear. I saw him looking around the parking lot holding the knife. Looked like he was searching for me.
I called 112. They transferred the line to the police number. I explained what happened and mentioned about the knife. They took it very seriously.
About a couple of minutes later, police officers arrived. My husband was outside the apartment building, so he could come in right after the police restrained the young man. They asked me if he was holding the knife towards me or if he ever threatened. I said no, I said I just had fear because the guy was with knife and stabbed it into the chair, in the common parking lot. They understood.
...
Terrified, horrified, scared, anxious, ... I couldn’t think properly. And I started to regret that I called the police. I know I had to. But at the same time I was afraid of retribution. What if the guy finds out that I made him arrested? He’s living upstairs. What can I do moving forward?
We asked help to the bosses of my husband who are working in the brewery until today afternoon. One of them called police station for us to figure out how it went. She didn’t forget to empathize that I am very anxious as a tenant of the building. They couldn’t give a good answer or details, but at least the fact that the young man should not come back to the apartment today. We can at least feel safe until tomorrow.
Few hours later, we met a father of a family who’s living next door to the knife guy. He already knew about what happened. And sighed deeply. Because the guy was already very very sick, mentally, he and his family knew and are suffering for a long time. Only today was specially violent.
A little relieved, to be honest. Because that confirms the fear isn’t just for me. The guy should probably have taken care of much earlier. I was unfortunately there this morning and it could be anyone else.
I decided to share this story because I am so... lonely and scared. Thanks to the people who I asked help, I could calm down and learned about him more now. But it’s the first event ever happened to me, also I called 112 for the first time asking help. Maybe I was just very lucky until today.
At the same time I’m not sure if I want to share this story with my family, my dad in Korea. I don’t want to let them down with the scary news and make them worry about my life in DE. So I hope they don’t have patience to read this long story in different language.
That’s it. It was a very special day. I’m exhausted. Thanks for reading if you did. Wish you all a better weekend than mine.
때는 2주전 토요일, 4월 10일. 나는 격주 토요일마다 장터로 장을 보러 간다. 이 날도 오전에 집을 나섰다. 면조는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러 이미 떠난 후였다. 계단을 내려와서 건물 현관문을 열고 펼쳐진 풍경에 놀랐다. 커다란 일인용 리클라이너 의자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무언가로 갈기갈기 찢겨서, 안에 들어있는 솜과 스프링이 야외 주차장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일단은 서둘러 장터로 향했다. 장을 다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 의자에 대해 생각했다. 돌아와 보니 역시나 주차장은 난장판이었다. 가까이 가서 의자를 살펴봤다. 누가 위에서 던진 건지 궁금했는데 그러기엔 의자 뼈대는 멀쩡하고 쿠션만 갈기갈기 찢겨있었다. 그때 건물 4층에 사는 젊은 남자가 본인 방 창문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소리 질렀다.
독일어를 썩 잘하지 않는 나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투였는데, 대충 본인이 어젯밤에 룸메이트랑 싸웠고, 화나서 의자를 내놨고, 치우려고 전화하고 있는데 아무리 해도 안받는다고 했다. 자기가 치울 거라고 하길래 언제까지 여기 둘 거냐고 했더니 2-3라고만 했다. 2-3시간인지, 2-3일인지 알 수 없었다. 근심스럽게 쳐다보고 있으니 그 사람이 자기가 내려가서 설명할 테니 거기 있으라고 했다. 뭘 설명한다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려와서 치우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일단 기다렸다.
계단에서 계속 말을 하며 내려오는 소리가 나길래 건물 대문을 열고 붙잡아주고 있었다. 그 사람은 웅얼 대면서 '그냥 친절하게 대하려고... 흑인들... '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나는 내려오는 그 남자 손에 들린 식칼을 봤다. '흑인'이란 단어, 앞뒤가 안 맞는 이상한 말, 정상이 아닌 것 같은 말투, 그리고 식칼. 이 새끼 레이시스튼가, 아니면 그냥 미친놈인가, 뭐가 되었든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잡아주고, 그 사람이 하는 말에 오케이, 야 대답하며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어떻게 도망쳐야 할 지만 계속 생각했다. 그 사람은 문을 잡고 있는 날 지나쳐서 주차장으로 나갔고, 의자를 향해 걸어가며 등을 보였다. 1미터정도 나와의 거리가 확보되고 등을 보였을 때 대문을 꽉 닫고 건물 위층으로 잽싸게 도망쳤다. 우리 집은 2층에 있어서 한 칸만 올라가면 되었다. 너무나 다행히도 우리 집 현관문과 계단 사이에 중간 문이 있는데, 내가 장 보러 나오면서 그걸 잠그지 않고 뒀었다. 그래서 중간문을 바로 열고 들어가서 꼭 잠그고, 엄청나게 벌벌 떨리는 손으로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와 문단속을 했다.
바로 자동차 타이어를 바꾸고 집에 오고 있을 면조에게 전화를 걸어서 건물 앞 주차장에 지금 미친놈이 칼을 들고 의자를 난도질 하고 있으니 집으로 바로 오지 말라고 했다. 창 아래 쪼그려 앉아서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보니 그 사람이 날 찾는 건지 칼을 들고 건물 주위를 수색하듯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는 화를 내면서 그 의자를 칼로 퍽퍽 찔렀다. 큰 소리가 동네에 울려 퍼져서 다른 집에서도 커튼 너머로 내다보는 것이 보였다. 경찰에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니 지역 경찰서로 바로 연결을 해줬다. 다시 상황을 설명하고, 칼에 대해 언급하니 아주 심각하게 반응하며 얼마나 큰지 등을 물어봤다. 주방에서 흔히 보이는 칼이고 20센티미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알겠다고 바로 출동하겠다고 했다. 정말 바로 왔다. 근처에 순찰을 돌던 팀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2분도 안 걸린 것 같았다. 덕분에 경찰들도 그 남자가 식칼로 의자를 찌르는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했고, 바로 제압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나는 옆집에 사는 아저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4층에 사는 저 남자를 아냐고 물어보는 중이었다. 4층 남자가 칼을 들고 주차장에서 의자를 찌르고 있다는 설명을 하자 옆집 아저씨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바로 겉옷을 입고 나오셨다. 그 때 면조가 중간문을 열고 들어오며 밖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잠시 후 경찰이 올라와서 나에게 그때 상황을 물어봤다. 그 남자가 칼을 나를 향해 들고 있었는지, 위협했는지 같은 질문이었다.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냥 칼을 들고 있는 남자가 내 앞에서 의자를 찔러서 무서웠다고. 경찰들은 바로 이해했다.
아무튼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되었고, 그 남자는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최대 2달간 입원해 있고, 그 후에는 다시 이 아파트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룸메이트랑 싸웠다고 해서 룸메이트의 안전이 걱정되었는데, 4층에 사는 그 남자 옆 집에 사는 가족에게 물어보니 룸메이트는 없고, 혼자 산다고 한다. 그 사람이 이사 오고 대마 냄새가 자주 났는데, 그것 때문에 그 가족이랑도 많이 싸웠다고 했다. 예상컨데 정신분열이나 조현증이 있는 마약중독자인 듯하다.
사실 이 날은 내가 비탄에 빠져 있던 날이었다. 이런 일을 겪기엔 나도 심신이 미약했다. 왜냐하면 전날 캐나다에 사시는 이모부의 부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사는 이모네 가족이 전부 코로나에 걸려서 사경을 헤맨다는 이야기를 전 주에 듣고서 걱정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던 때였다. 그리고 그중에 그나마 가장 건강한 편이셨던 이모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허탈하고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홀로 런던에서 공부 중인 그 집 장남인 사촌동생과 통화하며 울먹이던 때였다. 사람이 너무 쉽게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나도 쉽게 죽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야 이 일기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된 것은 페북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하고 메시지와 전화와 방문 등으로 날 위로해준 사람들 덕분이다. 사람들과 자꾸 대화하다 보면 두려움이 많이 희석된다. 오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는 제법 농담도 섞어가며 이 일을 이야기했다. 더 이상 손이 나 목소리가 떨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기로 써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코비드 19 이후로 사람들에게 실망감도 가지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멀리하려고만 했는데 그래도 역시 같은 시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지들의 연락과 위로는 많은 위안이 되었다. 폐쇄 은둔족으로서 판데미 이후의 삶을 좀 덜 무서워해도 되겠구나 싶은 희망을 얻었다.
또한 이 일을 계기로 이 동네, 중앙역 근처 도심가를 떠나서 주택가로 이사 가자는 마음을 더욱 확고히 했다. 그래서 지난 2주간은 이사 갈 집을 열심히 알아봤다. 그런데 어차피 독일 시골 도시에서의 이사란 가고 싶다고 마음에 드는 집을 바로 찾기도, 계약하기도, 이사일을 내 마음에 들게 잡기도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좀 비우고 원래 바라던 대로 내년에 면조가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 옮기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4층에 사는 청년이 두 달간의 입원기간 동안 방을 유지하지 않고 이사를 나간다면 좋겠지만, 올 하반기는 아무래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외출해야 할 것 같다. 진짜 거지 같다. 그 사람이 신고자인 나한테 원한을 갖지 않았으면, 아니 아예 기억을 못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