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Journal (1713) 썸네일형 리스트형 돈을 벌기 위한 노동과 내가 잘 살기 위한 노동 생각해 보니 나의 하루가 바쁜 것은 두 가지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한 회사 일과 내가 잘 살기 위해서 하는 노동, 가령 집안일 같은 것. 회사 일은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해 주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 물가대비 겨우 먹고 살만큼 주면서 염치없게도 너무 긴 시간 일해달라고 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집안일은 아무도 내게 노동에 대한 대가를 주지 않고 오히려 내가 돈을 써서 집안일을 하지만 그래도 사실 그 이득을 누리는 것은 나와 식구들이다. 풀타임 주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아무튼 집안일은 기계가 많이 발전하긴 했어도 노동집약적일 수밖에 없으니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특히 요리가 그렇다. 식단을 짜서 주말에 한 번에 장을 봐다가 재료프랩을 해 둘 정도의 능력.. 겨울이 끝났다. 이곳에 쓴 마지막 일기가 11월에 겨울이 시작할 때 쓴 글이구나. 독일의 전형적인 겨울철 날씨는 사실 10월부터 시작해서 4월까지 지속되지만 그래도 간절기의 느낌이 있긴 하니까 11월이 겨울의 시작, 3월 말이 겨울의 끝이 맞는 것 같다. 장장 5개월에 걸친 어둡고 습한 겨울. 이번 겨울은 그래도 한국과 일본에 다녀오며 햇빛도 쬐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휴가를 보냈기에 예년들보다 활기찬 편이었다. 이곳에 글을 안 쓰는 동안에도 토막글을 옵시디언이나 내 작은 수첩에 적고는 했다. 하지만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을 끄집어내는 일기 쓰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해야 할 일이 늘 있는 상태여서 마음은 조급한데 막상 컴퓨터나 아이패드를 열어도 의미 있는 일은 하지 않고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이나 구경하는 삶이 한심하게 .. 또 겨울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10월부터 추워서 난방을 켰다. 하지만 진짜 겨울이란 기분은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초반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새벽에 서리를 본다든지 흩날리는 눈을 보기 시작한 것도 이번 주부터다. 자동차의 시트히팅과 핸들히팅이 꼭 필요해졌다. 하루 종일 달고 살던 탄산수에 손이 잘 안 가고 따뜻한 보리차를 보온병에 넣어두고 마신다. 고양이들은 집안에서 가장 푹신하고 따뜻한 곳을 찾아 서로의 체온까지 의지하며 하루 종일 잠을 잔다. 새빨갛게 눈부시던 앞정원의 단풍일도 다 졌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윈터 이즈 케임. 두둥. 이번 주에 겨울만 온 것이 아니고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주, 날씨가 추워지고 서울브리즈가 천천히 팔리기 시작함에 걱정이 될 때쯤 감사하게도 믿음직한 디스트리뷰션 파트너와 첫 거래를 성사시켰다. .. 존재 자체의 쓸모 자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불을 켜니까 비스듬히 열린 창문 위편에 거대한 여치인지 메뚜기인지 모르겠는 곤충이 벽에 붙어 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비명이 절로 나오고 당장 어떻게든 창밖으로 내보내려고 난리를 쳤을 거다. 정원이 딸린 집에 살다 보니 이제 온갖 곤충에 무덤덤해졌다. 무덤덤해진 것을 넘어서 아예 '저 아이는 생태계에서 무슨 역할을 할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내 눈에는 해충이었던 곤충들이 사실 대부분 생태계에서 역할이 있다는 것을 하나 둘 발견하며 무지해서 악했던 내가 조금 기특해졌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가 극혐 하는 파리조차도 죽은 동식물을 분해해서 분자로 땅에 흡수하게 하는데 역할을 한다. 아직 모기새끼들의 역할은 모르겠다. 개체수 조절? 모르겠고 소리가 들리는 족족 잡아 죽이고 있다. 여.. 걱정을 잔뜩 안고 살아가기 요즘 삶에 걱정이 너무 많다. 가장 큰 걱정이었던 노르망디의 건강은 그래도 일단 안심할 수 있는 검사결과로 한시름 놨다. 노릉이가 작년 가을에 비강 림포마 진단을 받고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게 11월, 5월에 다시 씨티를 찍어서 원래 종양이 있던 코 부분은 완전 관해가 되었음을 확인했으나 폐의 림프 쪽에 불투명한 것이 보여서 3-5개월 후 다시 씨티를 찍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노릉이가 8월에 기침을 많이 해서 폐림프에 혹시 전이가 된 건 아닌가 불안해져서 3개월 만에 다시 씨티를 찍었다. 이번에는 폐에서는 눈에 띄는 것이 보이지 않았고(염증이었으므로 추정), 대신 코에 치료받은 곳에 작은 혹이 보여서 내시경으로 떼서 조직검사에 들어갔다. 수의사선생님 말로는 종양으로 보기에는 사이즈나 주변부 염증성콧물이 잔.. 늦여름 한 주 방학 이번 주는 휴가를 썼다. 휴가를 쓰니 비로소 오랜만에 글이라도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이번 주에 네덜란드에 유자 픽업도 다녀오고 사업상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할 시간으로 쓰려고 휴가를 냈지만, 스케줄이 조금씩 밀렸고, 그동안 피로가 쌓이기도 했고, 회사랑 사업일로 바빠서 집과 정원을 엉망으로 방치 중이기 때문에 그냥 집안일을 하면서 쉬기로 했다. 어딘가 2박 3일이라도 기분전환하러 다녀올까 생각도 했었지만 아직 여름휴가철인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든 가격도 평소보다 비싸고 번잡할 것 같아서 여행의 설렘 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상상만으로 스트레스를 받기에 관뒀다. 월요일이 마지막으로 더운 날 같아서 수영장이라도 가려고 했는데 타이밍도 무심하시지, 월간 출혈이 발행해 버렸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좋.. 브라우마이스터 투어 2025 지난주말에 다녀온 여행이 너무 좋았어서 계속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 아래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어버리며 맥주를 마시고 올 해 치 삶과 꿈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을 들었다. 첫 날은 오스트리아와 체코 국경 근처에 있는 수도원 소속 양조장 슐래글에서 수백년의 역사와 최신 기술이 공존하는 거대한 스펙트럼의 매력을 가진 공간을 두루 탐험했다. 하는 말마다 수긍이 가고 몰랐던 것을 늘 배우게 되는, 존경하는 브라우마이스터 카린이 만드는 맥주는 기가막히게 맛있었다. 카린의 배려로 수도원 안의 으리으리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는데 현실감각이 없어지는 경험이었다. 둘째날 사제님(? 호칭을 모르겠음)이 특별히 보여주신 비공개 도서관과 갤러리, 성당 내부는 또 다른 웅장하고 엄숙하면서 영적인 .. 휴식과 위안이 필요할 때 수사물을 찾는 이유 현실의 생활에 딱히 불만은 없으면서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아무래도 사업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잘 안 되는 것이 누구 탓은 아니다. 욕심 탓에 조급한 마음이 들뿐이다. 가끔씩 멈춰 서서 정리하고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데 방해가 되는 사항이 있다면 짚고 저지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판단이 한 번 내려지면 그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니까. 지치고 휴식이 필요 할 때 수사물을 즐겨 본다. 내가 보는 수사물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경찰이거나 법조인이다. 사법 절차를 통해 이야기에서 악으로 포지션 된 범인들을 처벌한다. 물론 미스터리 소설의 볼거리는 처벌 부분이 아니다. 수사가 진행되며 초반에는 몰랐던 피해자와 가해자의 정.. 이전 1 2 3 4 ··· 2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