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Journal (1704)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니멀리즘체험, 마인드풀니스, 리추얼, … 집을 떠나서, 작은 방 한 칸에서 최소한의 물건을 가지고 열흘간 밖에 나가지 않고서 살아내는 체험은 사실 꽤나 귀중하다. 당연히 불편하고 많은 제약이 있지만, 평소에는 의식적으로 알아차릴 수 없던 것들을 관찰할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지내는 곳은 한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도시이고, 온갖 인프라와 디지털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다. 덕분에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은 없고 오히려 독일 우리 집에 살고 있을 때보다 그때 그때 욕구에 따라 골라서 주문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다. 지금 지내는 공간의 크기는 독일에서 지내던 곳과 숫자로 비교하기도 민망할 만큼 작다. 내가 혼자서 작업실로 쓰고 있는 방 정도의 크기에 싱크대, 냉장고, 세탁기, 작은 욕실이 다 들어있다. 그러고 보면 평소에 내가 누리고 사는 것이 얼.. 책읽기에 대한 생애주기적 변화, 2021년에 읽은 책들 아주 어릴 때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 내가 눈이 나빠진 원인이 자야 할 때 안 자고 스탠드를 켜놓고 어두운 상태로 책을 봐서라는 엄마의 주장이 떠오른다. 내 침대 옆에 긴 책장이 있었는데 거기에 빽빽이 꽂힌 책들을 다 읽고, 좋아하는 건 종이가 닳을 만큼 읽고 또 읽었다. 걸어서 30분을 넘게 가야 하고 산꼭대기에 있었지만 도서관에 가는 것도 참 좋아했고, 대여점이 동네마다 생긴 뒤로는 만화책과 장르소설도 많이 빌려봤다. 그런데 입시를 하게 되면서부터 책을 안 읽게 되었다. 대학교에 가서는 커다란 도서관이 수업하는 곳 가까이 있다 보니 종종 전공과 관련된 책을 빌리는 김에 소설도 한두 권씩 빌려봤던 것 같다. 사서 보기엔 부담스러운 판타지 전집 등을 이때 많이 봤고 하루키에 푹 빠져 살았다. 회사.. 다른시간에 살아가기 비행기를 타면 최근에 나온 영화를 볼 수 있다. 독일에서, 내가 사는 시골에서는 영어가 원어인 영화조차 더빙판만 상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최신작을 안 본지는 꽤 오래되었다. 가끔 흥행성이 있는 영화는 오리지널 버전을 상영하기도 하지만 나는 영어로 영화를 보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특히 내가 잘 모르는 시대를 다룬다거나 전문분야의 용어를 마구 쓰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래서 그동안 마블 영화나 뮤지컬 영화 또는 기생충... 정도만 독일 극장에서 봤다. 대신 일 년에 한 번 정도 한국을 방문할 때 비행기 안에서 많은 영화를 본다. 국적기를 탈 경우 한글 자막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좋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더빙만 한국어가 있고 자막은 중국어만 제공하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좋은 것은 언제까지나 거기에 머무.. 바르게 걷기가 이렇게 힘든건줄 몰랐어 얼마 전 오른쪽 등허리에 요통이 있었다. 평소에 자세가 좋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 붙어서 공부하고 놀고 일하는 사람의 특성상 가지게 되는 모든 척추와 경추 관련 문제를 나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났다. 디스크 엔딩이 머지않았을까 싶은 두려움이었다. 가만히 있을 때도 통증이 있었지만 양말을 신거나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힐 때 통증이 더 느껴졌다. 그래서 허리에 좋다는 요가와 스트레칭, 그리고 걷기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걷다가 이상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동안에도 있었는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양말과 신발을 신고 걷는데도 자꾸 왼쪽 양말만 흘러서 신발앞꿈치 쪽으로 밀려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왼쪽 발 뒤꿈치만 신발에 쓸려서 급기야 상처가.. 판데믹 중에 독일에서 연말을 보내는 방법 독일에서 여섯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첫 해에는 대학원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고, 두 번째 해에는 한국에 방문, 세 번째는 독일에서 만난 친구네 가족 모임에 초대를 받았었다. 네 번째는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유일한 한국인 친구 부부와 함께, 다섯 번째였던 작년에는 나는 한국에서 남편은 이곳에서 각자 보냈다. 올 해는 우리가 손님을 초대했다. 남편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한국에서 온 부부 가족. 크리스마스가 마침 토요일이었어서 주말 동안 손님을 초대하기에 좋았다. 마침 연말과 새해 첫 날도 주말이기 때문에 대학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 가족을 초대할 예정이어서, 정말로 꽉 채워서 12월의 모든 주말은 손님맞이를 하면서 보내게 된다. 첫 번째 주말은 남편의 학교 친구분이 놀러 오셨다. 남편.. 글을 써야만 생각을 할 수 있다. 꽤 오랫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글쓰기를 게을리했다. 내가 글을 쓰는 직업도 아니고(직업적 글쓰기는 유저스토리 쓰기 뿐...) 이 정도 쓰면 많이 쓰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런 부채감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다. 기억이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매일은 아니어도 일기를 쓰며 살아왔다. 하루에 있었던 일이 발생 순서대로 나열되는 방식의 글은 아니고,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사로잡은 생각에 대해서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은 주로 찜찜하거나 억울하거나 괴로운 감정에 대한 관찰과 탐구이길 바랐다. 좋지 않은 기분이 들면 그 기분을 빨리 떨쳐버리고 싶은데, 찬찬히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면 기분의 정체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한 생각과 연이어 이어지는.. 기록의 효과 하루 일과를 그려낸 그림일기는 지난 화요일날 그렸다. 지난주 초반만 해도 나는 일찍일어나기 연습을 하고 있었고, 그나마 순조롭던 날이었다. 식탁 위에 연습장을 두고서 커피나 식사시간에 쉴 때마다 조금씩 시간단위별로 뭘 했는지 그려나갔다. 기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 그렇기도 하고, 유독 방문자도 있고 벌어진 일이 평소보다 많은 날이었다. 덕분에 기록의 의의를 하나 더 발견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고 평가하고 반성하고 계획 할 구실을 만들어준다. 나는 현재 총 세가지의 방법으로 뭔가를 기록하고 있다. 첫번째는 지난 10월 21일에 새로 쓰기 시작한 매일 짧막하게 쓰는 일기. 4-5문장 정도로 아주 짧다. 5년간 쓴 내용을 일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페이지에 5칸을 그려서 프린트해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 10월 중반쯤부터 19박 20일간 시아버지가 다녀가셨다. 10월 동안 이곳에는 글을 하나밖에 못 썼다. 전반적으로 책도 별로 읽지 못했고, 글도 전혀 쓰지 못했다. 정신이 붕 떠 있는 상태로 10월은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시아버지가 계시는 동안 면조가 나름대로 많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따라서 재택근무하는 틈틈이 근교 관광을, 마지막 주는 휴가를 쓰고 알프스 지역 여행을 다녀오고 이후에 쉬엄쉬엄 프랑크프루트 나들이도 다녀왔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서 외출도 잘 못하시고 너무 답답하신 참에 여기에 오셔서 우리 사는 것 구경도 하시고 정원일을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한 독일행인데, 결과적으로 셋 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관광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빠듯한 시간..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