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Journal (1704) 썸네일형 리스트형 집중력 장애랑 살아가기 내 집중력 장애 문제를 인식한 것은 엄청 오래전이다.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산만하다'라는 표현이 생활기록부에 종종 등장할 만큼 산만한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진득하게 하나에 집중하는 것을 잘했던 시기는 입시미술 이후로 없었던 것 같다. 입시미술은 4시간 만에 주어진 과제를 완성된 그림으로 그려내야 해서 최소한 4시간은 연속해서 집중해야 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는 시시때때로 전화가 오거나 동료가 질문을 해서 흐름이 끊기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에 내 집중력이 문제라고 인식한 적은 없다. 그러다가 다시 공부를 해야 할 때가 와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유명한 뽀모도로 타이머를 이용해서 25분 집중, 5분 휴식 같은 방법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25분을 한 곳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 폭염이 지나간 여름 이사 온 집에서 처음 맞는 여름은 정말로 뜨거웠다. 유럽 대륙을 바싹 구워버린 폭염 때문이었다. 모두가 더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내용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들렸지만 막상 나는 작년이나 재작년 여름보다 수월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작년 여름은 간간이 쏟아지던 스콜 때문에 습해서 힘들었고, 재작년 여름은 뜨겁고 또 뜨거웠다. 43도란 숫자를 봤던 것도 같다. 올 해는 내가 겪은 최고 기온이 41도였다. 아무튼 40도가 넘는 더위라니 심각한 기후위기가 체험된다. 매 년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와 더불어 올 해는 전쟁이 진행 중이고, 에너지 크라이스가 심각하고, 식량위기도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어서 물가가 실시간으로 오르는 것도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무서운 여름이다. 반면 내 집에서는 비교적 안락하게 보.. 만나고, 이별하고, 지원하고, 면접보고, 가치 판단 어려워서 고민하느라 가버린 유월 벌써 칠월이 되어버렸네. 2022년 6월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너무나 바쁘고 시끌시끌했다. 6월 마지막 주는 면조의 졸업식과 함께 열린 프라이비어페스트가 장식한 멋진 피날레였다. 열심히 현생을 달리다 마시는 맥주는 정말 맛있다. 포지션을 바꿔서 이직을 하고 싶다고 결심한 후 4-5월 내내 이력서 업데이트, 커버 레터 쓰기, 포트폴리오 제작 및 프리젠테이션 정리를 했고, 6월엔 자격증 시험 보고, 총 6군데 회사에 지원을 했다. 오늘은 헤드헌터 통해서 지원한 한 곳과 2차 면접까지 봤다. 모든 게 준비되면 지원하는 것은 쉬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이게 가장 어렵다. 일단 공고를 자세히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requirements에 쓰여있는 한 줄 한 줄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 게 많았다. 그.. 오월, 파칭코, 멘탈 헬스 데이 오월의 우리 집과 주변은 기똥차게 아름다웠다. 걷는 곳마다 꽃향기가 났고, 매일매일 새로운 꽃들이 폈다. 아직 이 정원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하나씩 밝혀지는 꽃봉오리와 식물의 정체를 알아가는 기쁨이 있었다. 산책길 보리밭은 어느새 내 무릎 위까지 자란 청보리의 솟은 머리털이 바람에 쓸려 다니며 장관을 연출했다. 와인 밭도 어느새 초록색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숨 가쁘게 느끼며 나는 이직 준비를 했다. 이력서와 커버레터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한 달여를 보내고, 나그네가 한국에서 돌아온 5월 후반부에는 매 주말마다 꽉 찬 일정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보냈다. 책은 두 권을 다 읽었다. 조지 오웰의 '1984'와 정세진의 '식탐 일기'였다. 1984는 줄거리와 명성만 숱하게 듣.. 봄날은 간다, 드라이브 마이 카 어제와 오늘 '드라이브 마이카'란 영화를 반씩 나눠서 다 봤다. 좋아하게 된 감독이 찍은 영화이고, 늘 좋아했던 하루키의 소설이 원작이어서 많이 궁금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더 재미있게 봤다. 소설을 읽을 때보다 주인공에게 더 몰입하게 된 건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주인공 가후쿠를 연기해서일까. 남자 창작자를 마음 놓고 좋아하기 힘든 시절을 지나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다. 영화 속에 큰 줄기가 되는 소재인 체호프의 극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단순한 사람이 깊게 몰입해서 끄집어낸 감정을 표현해낸 것들이 대게 내게 큰 감동을 준다. 그런 집중력이 나에겐 없어서 좀 동경하게 된다. 요즘 내내 이직을 위해 힘쓰다보니 나를 좀 심하게 '직업인'으로서만 대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오늘 저녁은 이력.. 뒤늦은 올 해 다짐 원래 해가 바뀌었다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획적인 사람이 되지는 못하다.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언제든 시작할 마음이 들면 시작할 수 있다. 우선은 코로나 걸렸다 나은 것을 계기로 건강관리에 대한 다짐을 진정성 있게 다시 해본다. 아픈 것은 정말 별로다.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 같은 거 이미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 계속해서 게으름 피우게 되는 근력운동이라든지 물 많이 마시기 같은 것들을 다시금 새롭게 맘먹고 해 보겠다. 체력이 없으면 하루를 더 짧게 보내게 된다. 그러니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내 정원을 마음에 들게 가꿀 수 있기 위해, 관심이 가는 취미 생활을 진득하게 해 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체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좀 많이 만나야겠다. 그동안 많.. 써야 할 글이 많이 밀렸다 몸이 아프고 피로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힘든 시기가 있다. 2월 한국에서의 일정 부터 얻은 감기, 독일로 돌아와서 앓아 눕고, 회복좀 하니까 생일주간, 신나게 놀고 얻은 바이러스로 또다시 투병중인 요즘까지... 그 시기가 꽤 길게 이어졌다.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읽기와 쓰기만 하면서 살다가 이번 병가동안 책을 조금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쓰는 것이 영 안된다. 매일 짧막하게 쓰던 오년일기장은 한참 밀렸다. 지난달 글쓰기 모임의 과제도 결국 쓰지 못했다.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생각을 이어나갈 힘이 없었다. 아직 답장을 하지 못한 편지들이 많다. 그리고 이 블로그에도 글을 오랫동안 쓰지 못했다. 기운이 나지 않아서 그런데 좀 더 쉬면 괜찮아 질 수 있을까? 글을 오래 못.. 인생과 죽음 엄마 기일 이틀 전에 친구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인데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간간히 동창의 결혼식에서, 친했던 친구들과 만날 때 어쩌다가 함께 하기도 했었다. 대학교 다닐 때 사는 곳도 비슷해서 버스정류장이나 길거리에서 마주친 적도 꽤 있다. 아이 낳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도 작년 엄마 장례식에 먼 길을 와줘서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가족의 장례식에 와준 사람은 기억하게 된다더니. 맞는 말이다. 슬픔이 너무 압도적일 때인데도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에 활기가 생긴다. 영정사진과 혼자 남게 되는 새벽시간에는 어쩔 수 없지만, 조문객들이 와서 만나주는 것은 사실 많은 도움이 된다. 그때 느꼈던 고마운 마음 덕분에 언젠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이전 1 ··· 5 6 7 8 9 10 11 ··· 2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