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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1704)
애프터 양, 눈물을 마시는 새,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식물성 고단백 식단 요즘도 여전히 내 머릿속은 바쁘다. 애프터 양은 최근에 본 영화여서 일하는 중에도 문득문득 생각하고 있다. 괜찮은 영화지만 묘하게 찜찜한 마음이 드는데 이런 감상의 원인을 잘 모르겠어서 생각해 보는 중이다. 아무래도 꽤 매력적인 양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주변인의 미처 다 처리되지 않은 감상의 파편들을 아름답게만 모아 둔 꼴라쥬 같은 작품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그 어느 캐릭터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마음을 열고 보여주는 것처럼 감상적인 대화가 오가지만 막상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없는 하룻밤과 같다. 좀 허무하고, 그럼에도 스타일이 좋아서 계속해서 생각이 난다. /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을 결국 시작해서 3주째 플레이 하고 있다. 주말에만 집중해서 할 시간이 좀 나므로 진도를 많..
가는길이 즐거울 수 있게 어제 앞으로의 재정관리에 대해 나그네와 말다툼하다가 깨달았다. 이 사람은 나와 다르게 삶의 구획마다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걸 이루는 게 삶의 원동력이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목표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것이 목표였던 적은 없다. 그보다는 그 목표를 바라보며 가는 길이 즐거우면 된다. 고생을 하기 싫다는 말은 아니다. 즐겁게 느껴지는 고생도 있다. 독일에 오기로 결심하고 그걸 준비하고, 실행하고, 여기서 정착하기까지가 그랬다. 처음 해보는 유럽, 독일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것 투성이었고, 상상과는 모두 다 달랐으며, 과정마다 경악스럽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괴감에 괴로운 적도 있었지만 통합적으로는 즐거웠다. 그리고 살다 보니 독일에 오기 전 세워뒀던 목표를 전부 다 이뤘다. 이제는 우..
일류 이류 삼류 사류 우연히 넷플릭스의 '뭘 보지' 화면을 지나가다가 둘 다 '어? 틀까?'하고 동시에 관심이 가는 드라마를 시작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드라마의 제목, 썸네일, 그리고 일본 드라마라는 점, 우리가 아는 배우들이 나온다는 것들이 동시에 작용했다. 드라마 제목은 '콰르텟'이다. 극 초반에 현악 사중주단이 꾸려지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5화까지 봤고, 이 각본의 완성도는 너무 수상하다 싶어서 누가 썼나 찾아봤더니 전에 너무나 재밌게 봤던 '최고의 이혼'을 쓴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이었다. 노다 아키코와 더불어 두 사람의 작품이 너무 좋아서 일본 드라마 신작이 기다려진다. 콰르텟은 신작은 아니고 2017년쯤에 나온 드라마다. 하츠코이에서 너무 좋았던 배우 마츠시마 히카리도 주 4인방 중 ..
개와 함께한 일주일 나름대로 같은 주에 사는 이웃이어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가족의 막내, 강아지 슈슈가 약 3주간 우리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고양이와는 십 년 넘게 살고 있지만 개를 키운 경험은 없는데 슈슈 탁견을 계기로 (의외로) 나는 개랑도 잘 지낸다는 것을 발견한 한 주였다. 견제하는 요를과 친해지고 싶은 슈슈 슈슈는 독립적이고 젠틀한 강아지여서 넘치는 에너지를 충분한 산책을 통해 잘 발산만 시켜주면 하루종일 집안에서는 느긋하게 보낸다. 내가 사는 곳은 거의 모든 집에서 개를 키울 만큼 개와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기에 좋은 곳이다. 슈슈 덕분에 나도 요즘 봄풍경을 만끽하며 하루에 한두 시간씩 산책을 하고 있다. 뛰는 것도 좋아해서 오랜만에 내 러닝화가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침 내가 체력이 다시 좋아진 때에 ..
불안을 다스려야 하는 봄 우울은 겨울 탓, 불안은 봄 탓을 해본다. 해가 바뀐 지 벌써 3개월이 흘렀고 나무와 풀들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 봄을 알리는 수선화, 크로커스, 체리, 자두, 앵두꽃들이 예쁘게 피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 들어서 조급해지는 것일까, 난 봄이 오면 불안하다. 해 단위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는 삶도 아닌데 대체 왜 그럴까? 주어진 일만 잘 해내고, 느긋하게 일 년 휴가 계획이나 짜면서 살 수는 없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날 어떻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되면 무서운 통증처럼, 이 불안한 기분도 지속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제 일하다가 하늘을 봤더니 너무 파랗길래, 반품 택배도 접수 할 겸 우체국까지 걸어서 다녀왔다. 걷는 길에 팟캐스트나 들을까 싶어 보다 ..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근미래의 나 큰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디자인 뮤지엄을 찾아본다. 유럽에 살다 보니 기회가 종종 온다. 이미 바우하우스는 100주년을 넘어섰고, 디자인이란 주제만 가지고 산업이 발달한 큰 도시마다 커다란 박물관을 채우고 남을 역사가 쌓였다. 내가 푹 빠져서 공부한 분야가 쌓아 올린 역사여서 약간 자랑스러운 기분도 든다.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에는 커다란 벽에 시대를 대표했던 디자인 제품의 실물들이 콜라주 되어 있었다. 그중에 내가 가져봤거나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제법 많았다. 좋은 디자인의 제품은 외형이 보기 좋고,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그 것을 사용함으로써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수월하고 즐겁게 하도록 한다. 그런 이유로 최저가 또는 가성비가 우월한 다른 제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사서 ..
시골 한복판과 도시 한복판의 생활 런던은 재미있는 도시다. 빅토리아시대가 얼마나 번영했는지는 몰라도 당대에 지어진 많은 건물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고, 현대적(모던하다)이라 불리는 건물이나 인프라스트럭처는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인데 그럭저럭 잘 쓰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도로가 굉장히 좁은데도 양방향 차선이 존재해서 버스조차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와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도심 한복판에는 비싼 비용을 내야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크고 작은 공원들이 정말 많다.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정원, 동물원 등이 있어 이곳에 살면 누구나 신청하고 대기해서 가드닝도 할 수 있다. 건축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과 주변환경을 지키기 위해 거주민들이 단결해서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거나 하는 걸 소송을 통해 막는다는 이야기도 ..
워케이션 약 2주간의 일정으로 런던에서 생활하며 리모트로 일하고 있다. 이걸 부르는 신조 조합어(워케이션)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고, 어제 랜선친구분께 배웠다. 판데믹 이후에 생긴 말일까? 그 이전에도 풀리모트 잡은 있었으니 꼭 그런 건 아니겠지. 내게 워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유연성을 허락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덕분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미 서울에서도 여러 번 워케이션을 가졌었구나. 물론 그건 베케이션이라기엔 너무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그렇다면 그건 워런틴?? 시골에 콕 처박혀 살다가 오랜만에 내 고향이 아닌 대도시를 방문했다. 내 고향은 아니지만 어제 산책하러 나갔다가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지내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대영도서관이 있길래 그곳 구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