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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만나고, 이별하고, 지원하고, 면접보고, 가치 판단 어려워서 고민하느라 가버린 유월

6월에 인상깊었던 장면. 뮌헨공대 바이엔슈테판의 졸업식과 함께 열리는 프라이비어페스트 전경의 아주 일부분이다. 비에 젖은 테이블, 의자들과 수많은 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기증된 훌륭한 맥주들. 입장료로써 컵을 사고, 탭마다 줄을 길게 서서 끝없이 받아 마신다.

벌써 칠월이 되어버렸네. 2022년 6월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너무나 바쁘고 시끌시끌했다. 6월 마지막 주는 면조의 졸업식과 함께 열린 프라이비어페스트가 장식한 멋진 피날레였다. 열심히 현생을 달리다 마시는 맥주는 정말 맛있다.

 

포지션을 바꿔서 이직을 하고 싶다고 결심한 후 4-5월 내내 이력서 업데이트, 커버 레터 쓰기, 포트폴리오 제작 및 프리젠테이션 정리를 했고, 6월엔 자격증 시험 보고, 총 6군데 회사에 지원을 했다. 오늘은 헤드헌터 통해서 지원한 한 곳과 2차 면접까지 봤다. 모든 게 준비되면 지원하는 것은 쉬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이게 가장 어렵다. 일단 공고를 자세히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requirements에 쓰여있는 한 줄 한 줄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 게 많았다. 그래서 지난 한 달간 (이제와 서야) 내가 지원하는 포지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고, 심지어 이게 role 이름이지 position이라 부르기엔 애매한 이유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 혼자 헛갈렸던 건 아니고 업계 전체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혼란이므로 ㅋㅋㅋㅋ 이론적 깐깐함은 잠시 접기로 한다. 다만 나로서는 검색할 때 role 뿐만 아니라 position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훨씬 더 많아진 검색 결과를 얻게 되었고, 더 신경 써서 공고를 읽어보게 되었다. 아무튼 링크드인이나 각 회사의 공식 리쿠르팅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들을 찾고, 관심 가는 공고를 저장해뒀다가 꼼꼼히 읽고, 이게 나랑 맞는지 고민해보고, 적어도 한 시간은 투자해서 씨븨, 커버레터, 지원서를 접수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매번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마음에 쏙 드는 오픈된 포지션은 없다. 물론 구인을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마음에 쏙 드는 지원자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도 포지션을 바꾸고 매니지먼트 기술이 요구되는 직종으로 가고 싶기 때문에 상향지원을 하고 있다. 따라서 매일매일 좀씩 더 실감하고 있는 게, 나 정말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다. 매일매일 다른 이유 때문에 괴로울 수 있을 만큼 괴로울 이유가 많다. 대부분은 '왜 내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거야!' 같이 투덜대 봤자 어쩔 수 없는 것들. 아무튼 한 번 타이틀을 바꿔 달고 경험을 쌓으면 앞으로 더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끈질기게 지원해 볼 것이다.

 

그런데 왜이렇게 리모트에 관대한 회사는 적은 건지. 물론 사무실에 가는 것은 사람들을 사귈 수 있어서 좋지만, 한국에도 종종 방문하고 고양이들이 날 필요로 할 때 (아프거나 하면) 언제든 유연하게 업무 시간과 장소를 조정할 수 있는 게 현재 포지션의 중요한 가치이자 장점이었어서 쉽게 포기가 안된다.

그리고 내 바람, 그리고 한국에서 전해들은 테크 업계 상황과 달리 독일에서는 아직은 PO 롤을 수행하는 건 개발/엔지니어링 베이스를 가진 사람이라는 편견 같은 게 업계에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디자이너, 리서쳐, 비즈니스 레프레젠티티브가 없는 뎁옵스 어자일팀도 흔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편견이 작용하고 있나 보다. 또한 내가 찾는 회사들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거나 인터내셔널 한 회사이기 때문에 (독일어로 일을 못하기 때문에) 그 공고히 다져진 기반을 누군가 의지를 가지고 바꾸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늘 최종 면접까지 본 회사도 1년 반 전에 부임한 씨디오가 의지를 가지고 아예 디지털 부서를 완전 개편해서 새로운 프로덕오너가 필요해진 상황인데, 그래서 디자이너 출신인 내게도 흥미를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계획은 6월까지 PO 포지션을 열심히 지원해 보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서 7월부터는 시니어 디자이너 롤도 찾아 보려고 했다. 오늘은 벌써 7월 1일인데 내가 충분히 양에 찰 만큼 시도해본 건지 확신이 없다. 아무튼 오늘은 면접 보느라 수고했으니 좀 쉬고, 재미있게 놀고, 내일부터 다시 고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