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른쪽 등허리에 요통이 있었다. 평소에 자세가 좋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 붙어서 공부하고 놀고 일하는 사람의 특성상 가지게 되는 모든 척추와 경추 관련 문제를 나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났다. 디스크 엔딩이 머지않았을까 싶은 두려움이었다. 가만히 있을 때도 통증이 있었지만 양말을 신거나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힐 때 통증이 더 느껴졌다. 그래서 허리에 좋다는 요가와 스트레칭, 그리고 걷기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걷다가 이상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동안에도 있었는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양말과 신발을 신고 걷는데도 자꾸 왼쪽 양말만 흘러서 신발앞꿈치 쪽으로 밀려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왼쪽 발 뒤꿈치만 신발에 쓸려서 급기야 상처가 나서 피도 났다. 걷다가 멈춰 서서 왼쪽 발의 양말을 끌어올리기를 몇 차례 하고 이상하다 생각했다. 집에 와서 신발의 바닥면을 관찰하니 과연 왼쪽 신발만 묘하게 더 닳아있었다. 바닥면도 발의 왼편과 오른편을 균일하게 내딛지 않는 탓인지 묘하게 발 바깥쪽이 더 닳아있었다. 이 것이 오른쪽 등허리에만 요통이 생긴 원인이거나 같은 원인에 의해 생긴 결과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직립보행을 하며 살아온지 최소 30년은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제대로 잘 걷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구글에 키워드를 넣어 검색해서 나오는 건강 관련 기사를 읽거나 유튜브 비디오에서 각종 전문가들이(물리치료사, 운동치료사, 정형외과 재활병동 의사,...) 알려주는 이야기도 보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와 현재 나의 잘못된 상태를 아래처럼 정리해볼 수 있었다.
바른 방법 | 내 상태 | |
바르게 서서 걷기 | 귀, 어깨, 골반이 일직선상에 위치하고 배를 내밀거나 하지 않는 자세로 바르게 서서 걸어야 한다. | 배를 앞으로 약간 내민 자세고, 턱을 당기지 않고 약간 거북목인 자세로 서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
힘이 들어가는 부분 | 엉덩이 근육의 힘으로 한 쪽 다리를 내딛고, 버티고, 다른쪽 다리를 내딛어야 한다. | 어디에도 힘이 들어가있는 느낌이 없이 터덜터덜 다리를 내딛는다. |
발바닥 | 발 바닥의 뒷꿈치 부분부터 바닥에딛고, 바로 이어서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붙인다. 그리고서 앞꿈치바닥으로 지면을 눌러서 그 힘으로추진한다. | 바른 방법과 비슷하지만, 발바닥의 뒷꿈치 부분이 아닌 뒷꿈치를 콩 찍는다. 이럴 경우 발 뒤꿈치에 필요 이상의 무리가 간다고 한다. |
이렇게 배우고 나서 산책을 할 때마다 신경써서 걸으려고 해 봤다. 그런데 엉덩이에 힘을 준다는 것이 나 같은 소시민이 할 수나 있는 건가 싶을 만큼 어렵고, 어떻게 하는 건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항문에 힘을 줄 경우 엉덩이에도 힘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하복부와 등허리 쪽에 힘을 주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어디에 힘을 주든지 걷는 것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 발바닥 부분도 함께 신경 쓰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동안 발바닥 전체로 내 무게를 디뎌내는 시간이 거의 없거나 굉장히 짧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경 써서 다 딛으며 걸으려니 이 또한 걷는 속도를 현저히 낮추는 원인이 되었다. 아무튼 빨리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바르게 걷는 것이 목적이므로 앞으로도 배운 대로 바르게 걷기 위해 노력하면서 여기저기 산책을 다녀야겠다.
다시금 깨닫지만 정말 난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이 기회에 하나라도 배워서 다행이다. 그래도 다행히 요통은 조금씩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