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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1706)
엄마의 말뚝(을 읽기 전에) 아빠가 추천한 알릴레오라는 프로그램을 유투브에서 몇 개 봤다. 책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언급하면서 토론하는 구성이어서 내가 굳이 그 책의 독자가 아니어도 보는 재미가 더 있길래 몇 편 골라봤다. 그중에 박완서 작가의 엄마의 말뚝을 두 편에 걸쳐서 다룬 것을 보고 어제와 그제 한 편씩 봤다. 박완서 작가님이 타계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방송국 채널에서 유투브에 오래전 인터뷰나 티비 출연 방송분을 편집해서 올렸길래 몇 개 재미있게 보기도 했다. 엄마의 말뚝이 자전적인 소설이고 개성 근처에서 서울로 굳이 나와서 딸을 교육시켰던 이상하고 대단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는데 알릴레오에서 다룬 것을 보고 당장 결제해서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하였다. 토론..
옥상 구경하기 눈이 온다. 지금 있는 곳은 높은 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전망이 좋다. 큰 창으로 날씨와 시각의 변화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 서북향이어서 해질녘 따뜻한 햇빛이 저녁까지 머문다. 강 넘어 바라보는 노을도 근사하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여러 건물들의 옥상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를 다 보낸 오래 살았던 엄마아빠의 첫 아파트는 15층에 있었다. 바로 위에는 옥상이었다. 당시에는 옥상 문을 잠궈두지 않아서 옥상을 통해서 옆 동의 친구집에 간편하게 놀러 갈 수도 있었다. 난 옥상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장녀답게 집에서 가장 작은 현관옆 방이 내 방이었는데, 넓은 옥상에는 늘 나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자유로웠다. 그래서 난 옥상이 정말 좋다. 면조랑 사귀게 되었을 때..
격리의 격리의 격리 지난번에 한국에 다녀가며 자가격리 체험을 해 본 지 채 4개월이 되지 못하여 다시 한국에 왔고, 다시 자가격리 중이다. 중간에 장례를 위해 임시 격리 해제 시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독일에서부터 쭈욱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14일간은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지 못하고, 배달음식의 은혜를 받고 있고, 또 오늘까지는 일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겨우내 휴가를 쓰지 않고 크리스마스만 보며 버텼었다. 1월에도 일을 열심히 했다. 일 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 일을 안 하고 있으니 몸은 편하지만 솔직히 어쩔 줄을 모르겠다. 일을 안하면 하루가 정말 길다. 그렇다고 다른 많은 것을 하기엔 모자라다. 뭐든 다 그렇다. 돈을 꽤 많이 모았으니까 이제 슬슬 ㅁㅁ라도 사볼까 싶으면 내가 가진 돈은 ㅁ..
구내염이 다 나았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엄마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십이분의 일 한 해의 십이 분의 일이 지나갔다. 일 년을 열두 등분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오묘한 숫자다. 2와 3과 4와 6의 공배수. 12분의 1을 큰 소득 없이 흘려보내버린 이 시점에서 부랴부랴 2021년 첫 쿼터의 계획을 생각해본다. 몇 가지 떠오르는 계획들이 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큰 지장은 없는 일들이다. 정체된 삶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 있으니까 하긴 할 거다. 그렇지만 1분기로 생각하자니 마음속 데드라인이 훅 늘어나버려서 2월과 3월이 남았으니까 아직 괜찮다는 마음이 든다. 마음은 다시금 느긋해진다. 역시 봄이 와야 새로운 시작의 느낌이 나지, 겨울기간에는 조금 더 노곤함을 즐겨보자. 그래도 1월엔 두 번이나 눈을 봤다. 한 번은 쌓일만큼 와서 몇 년 만인지 모르게 눈길을 뽀득뽀득 ..
정말 힘든 한 주 였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한 주 내내 일하면서 컨디션 난조와 우울감, 짜증, 불안, 무기력증 등을 겪었다. 하루하루 괴로웠다. 크고 작은, 그러나 별다를 것 없는 회사일 중 트러블들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에 월간 정기 출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서 토요일 낮에 오래간만에 테이크 아웃해와서 너무 맛있게 먹은 중국음식이 체했는지 주말 내내 두통과 소화불량을 달고 통증 속에 살았다.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한 주였다. 주말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거의 하나도 하지 못한 채 토요일엔 잠을 엄청 많이 자고, 일요일엔 두통을 회복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면서 보내버렸다. 지압, 스트레칭, 커피 마시기, 햇빛 쬐기, 산책하기 등을 통해서 두통은 그럭저럭 없어졌다. 그런데 스트레칭을 너무 ..
정말로 기다리던 함박눈이 내린 일요일 나는 벌써 완전한 어른이지만 출퇴근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눈 오는 날이 너무나 좋다. 그런데 그 눈 오는 날이 주말이니 두배로 좋았다. 게다가 내가 사는 지역은 원체 눈 구경을 하기 어려운 곳이어서 네 배로 좋았다. 이번 겨울에 한 번 정도 1센티정도 눈이 쌓일 만큼 온 날이 있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녹아버렸어서 그 날은 치지 않기로 했다. 눈으로 내리다가 비로 바뀌어서 질척해지는 것들도 다 제외한다. 따라서 오늘, 2021년 1월 17일, 우리 동네에도 첫눈이 내렸다. 최근에는 주말에 최대한 늘어지게 늦잠을 잔다. 별로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어차피 생계형 이유가 아닌이상 집 밖을 나갈 수도 없고, 외부 활동과 연계된 무언가를 계획할 때도 아니다. 뭔가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할만한 것이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