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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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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수업이 듣고 싶어지는 요즘 같이 졸업전시 준비를 치열하고 신나게 했던 친구가 문득 졸업 한 지 10년이 되었다는 소리를 흘렸다. 돌이켜보니 정말 10년이 흘렀다. 나는 2년 휴학을 해서 총 6년 대학생의 신분이었으니까 16년 전에 이미 대학생이었다. 맙소사. 물론 시간이 무작정 빠르게 흐른 것만은 아니고 그동안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나는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길고 긴 세월이 흘러 버렸다니. 그저 놀랍다. 아직 어리고 뭔가 정해진 게 별로 없을 때 학부생활은 기존에 가졌던 것보다 큰 자유였고, 난 대학공부가 너무 좋았다. 대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공부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좋아하는 과목은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아무래도 시험기간에 맞춰 결국은 암기 위주로 익혀야 ..
다이어트 어떻게 하는거지 인간은 확실히 걸어야 하는 동물이다. 걷는 행위를 최소화 하고 지낸 지난 몇 달간 살이 계속계속 쪄서 결국 오늘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걷는걸 좋아해서 많이 걸어다녔어서 그런지, 먹는 양에 비해 살이 덜 찌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 독일에 와서는 더더욱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무서워서 집안에서만 틀어박혀 행복한 칩거생활을 몇 달 하고나니 역시 살이 찌는 부작용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꾸준히 인바디를 하니까 몸무게가 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인생 최고치를 찍어버릴 줄은 몰랐네. 비로소 정신이 든다. 살을 좀 빼야겠다. 당분간 간식과 맥주는 주 1회 정도만 먹기로 하고, 식사도 영양소 균형 생각해서 요리하고, 너무 배부르지 않게 먹고, 무엇보다 걷거나 달리기 ..
동물의 숲 한달과 건강관리 닌텐도 스위치를 사서 동숲을 플레이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기지개 켜고, 물 한잔 마시고서 여울이의 아침 인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오전 오후 무 가격과 섬 친구들 안부를 묻고 다니고, 그 날 그 날 마일리지를 주는 퀘스트도 좀 하고, 섬이나 집안 꾸미기를 하고 망해서 치우고 하다 보면 하루가 휙 가버린다. 다른 게임처럼 집중해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없고 틈틈이 하기 때문에 정말 현실과 동숲 속의 섬(엇-섬)에서 사는 것 같다. 사운드 디자인이 넘 좋아서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도 켜놓고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진짜로 같이 생활하는 느낌이다. 지금도 파도치는 소리랑 모닥불 소리 들으려고 켜 놓고 있다. 코로나 아웃브레이크 이후로 나 뿐만은 아니겠지만 인간적으로 살이 너무나 쪘다. 사..
두달만에 외식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아직 레스토랑들이 완전히 오픈을 하지 못한다. 다음 주부터 테이블 사이 2m 간격 준수 및 방역을 한 가게는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포장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에 우리의 최애 레스토랑인 판다로 달려갔다. 욕심내서 메뉴 세 개를 포장하고 현기증 나는 마음으로 집으로 140킬로 밟고 왔다. 두 달 하고도 일주일 만에 처음 먹는 집에서 우리 둘 중 한 명이 요리하지 않은 음식이다. 무슨 맛인지 아는 메뉴들인데도 감격적으로 맛있었다. 덕분에 맥주도 세병이나 깠다. 지난 두 달간 이 날만을 기다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주에 생일이라고 놀자고 하는 친구의 제안에는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역시 관계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우선인가? ..
모동숲 일주일 스위치 사고 나서 현생과 동숲 안에서 바쁘게 살았다. 회사 동료 J의 휴가 동안 그 동료가 하던 일을 떠맡아하며 내 일까지 하다가 완전 번아웃이 온 뒤로 동숲이 좋은 도피처가 되어 준 것 같다.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무릉도원을 뛰어다니며 나비를 잡고, 잉어를 낚고, 여러 종류의 과일과 꽃을 심고 가꾸는 삶. 참 행복했다. 현실에서는 코로나 크라이스 이후로 더 바빠진 회사 일, 마음에 안드는 미국 동료들과의 실랑이, 휴가 간 동료의 빈자리, 그 와중에 내 프로젝트를 언제까지고 뒤로 미룰 수 없어 꾸역꾸역 진행하기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도 보상해 주지도 않는 오버타임까지 너무 바빴다. 그리고 외주와 집안일까지. 피곤하고 또 피곤했다. 열심히 사는데 손에 잡히는 보상은 미미해서 많이 지친다. 좀 쉬어가는 ..
가택연금과 2020년 Q2 미뤄뒀던 가계부 정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월 부터 3월까지의 일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가 쓰는 돈이 내 행적을 이야기 해 주는 시대였다. 3월초에 파리 여행에서 돌아오고 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안나가고 장을 몰아서 보는 이른바 가택연금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1, 2월의 지출내역과 3월의 지출내역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 도시나 조금 먼 곳으로의 여행,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등의 문화생활, 외식은 완전히 없어졌고, 회사에 나가지 않으니 매주 탱크를 채우던 주유비도 대폭 줄었다. 장보는 가격은 물가상승 때문인지 아니면 몰아서 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올랐다. 아무래도 1, 2월에는 면조와 내가 따로 살았었으니 각자 있는 곳에서 장봐다 해먹는 것은 덜 신나기..
발코니 농사 시작 올 해도 발코니에 두는 화분에 이것저것 재배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심어 보았다. 씨앗은 다 얻거나, 작년에 키운 시금치, 고수에서 받은 것들로 썼다. 흙도 기존 흙에서 이끼 끼고 지저분한 윗부분 흙은 버리고, 기존 작물의 뿌리들이 어지렆게 뒤엉킨 부분을 털어내어 버리고 남은 흙을 재활용했다. 작년에 사서 쓰고 남은 흙으로 위를 덮으니 작고 큰 7개의 화분을 다 채울 수 있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작물을 심어서 되게 뿌듯한 토, 일, 월요일이었다. 삼일에 걸쳐서 심은 것은 루꼴라, 고수, 청경채, 상추, 깻잎, 바질 그리고 파슬리다. 주말을 이렇게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런데 오늘 월요일 아침에는 뭔가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너무 고된 노동과 대낮에 산책을 한 뒤로 ..
그림은 엉망이지만 오늘 하루도 괜찮았어. 그나저나 근본없는 색깔, 브러시 선택이 가장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이번에는 엊그제보다 더 딱딱한 구획을 나눠 그려보고자 한건데 오히려 더 중구난방의 느낌이다. 다음엔 좀 더 계획적으로 그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