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여행을 한다.
나는 가을에 여행을 떠난다. 벌써 수년째 그러고 있다. 휴가라고 부를 수 없는 길고 피로한 여행을 주로 가을에 간다. 여름휴가에서 모두 돌아왔을 때, 나 하나쯤 쉬어도 많은 사람들이 업무에 익숙해져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때, 수많은 여행지가 비수기로 접어들었을 때, 아직은 낮에 해가 따뜻할 때 나는 여행을 한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 토론토, 몬트리올, 뉴욕, 도쿄, 오사카, 교토, 고베, 아와지 섬, 대만 곳곳, 방콕, 제주도 그리고 서울. 가을의 풍경으로 기억에 남은 수많은 여행지가 떠오른다. 올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여행을 해서는 안되는 가을이다. 하지만 아픈 엄마와 한 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루기엔 기약이 없고 엄마와 나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많은 고민 끝에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