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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쉬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

지난주말 해드는 발코니에 앉아서 널려있는 빨래와 고양이들 구경하고 쉬었다

내 체력과 정신력의 나약함이 마음에 안 든다. 특히 체력이 약하다. 나는 매일 요가든 유산소든 스트레칭이든 운동을 하고, 몸에 덜 나쁜 음식을 영양소 생각해서 잘 챙겨 먹는다. 그래서 좀 나아진 것을 느끼긴 하지만 여전히 애초에 건강하게 타고난 사람에 비하면 약하다. 겉보기에는 튼튼해 보이고 운동신경도 나쁘지 않은데 그건 컨디션 관리를 위해 노력해 온 덕분이다. 하지만 내 뜻과 관계없이 날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은 춥고 저기압인 날씨에선 모든 방면으로 반응속도가 뚝 떨어진다. 그런 날씨가 지속되고 일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기라도 하면 머리도 안 돌아가고 소화기관도 잘 안 움직인다. 배터리 약한 노트북이 전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갑자기 멋대로 절전모드로 들어가는 것처럼 내 몸도 작동을 잘 못하는 느낌이다. 급기야는 팔 하나 들어 올리는데 쓰는 에너지가 짜증 나는 상태가 된다.

 

이럴 때면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이 회복할 때까지 쉬라는 신호가 외부로도 나타난다. 입술이 거칠다못해 터져서 피가 흐른다거나, 혓바늘이 여러 개 돋는다. 입 안쪽 살, 손과 발에 붓기가 지속된다. 뒷목과 승모근이 딱딱하고 날개뼈 주변 등이 뭉치고 아프다. 소화가 잘 안되고 편두통이 있다.

 

이 신호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무리를 하면 면역력이 약한 나는 바로 병에 걸린다. 당대에 유행하는 뭐든 좋으니까 걸리는 것 같다. 그래서 매년 감기에 서너차례 걸리고 운이 안 좋아서 독감이 유행 중일 때는 독감도 반드시 걸렸었다. 지금 유행하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각별히 조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종플루에 한 번 걸려봤고 너무 고생했었거든.

 

골골 팔십년이란 말을 믿고 싶다. 그래서 신호가 나타나면 어떻게든 쉴 수 있도록 스스로와의 약속을 만든다. 어제는 공휴일이었고 오늘은 휴가를 내버렸다. 4일 연속 쉬면 좀 나아질 것 같아서 평소라면 휴가를 쓰지 않을 타이밍인데도 써버렸다. 늦잠을 자고, 눕고 싶을 때 눕고, 햇빛이 있다면 좀 쬐고, 바람도 쐬고, 기분전환이 되는 집안일을 조금씩 하면서 보낸다. 사실 코비드 이전에는 내 이런 회복을 위한 약속의 시간을 종종 침해당했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는 것을 자택격리 생활을 해보면서 깨달았다.

 

4-6월 중의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도 이번 주초에 다 마무리가 되었고, 주말에 잘 쉬면서 필사적으로 회복해야지. 그래도 늦잠도 자고 일을 하루 안 했더니 혓바늘들이 꽤 사라졌다. 오늘은 평소보다 길고 느린 요가와 그동안 신경 못 쓰고 쌓아두기만 한 식료품 팬트리 정리를 천천히 하면서 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