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1711)
고국방문의 해 여기 일기는 작년 12월, 한국가기 전에서 끊겨 있네.연말에 약 2주간 한국을 잠시 방문하고 왔다. 비싼 비행기 가격에 비해 짧은듯한 일정에 처음엔 좀 망설였지만 먹고 싶은게 너무 많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만나고 싶어서 결제 해버렸는데 너무나 좋은 선택이었다. 사실상 2주가 그다지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일정상 시댁에서 3일정도밖에 있지 못했고, 엄마 아빠와 헤어질 때는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는 '여행'이기도 했기 때문에 일상을 너무 오래 떠나 있지 않게 되어 좋았고, 여행 막바지에는 체력이 조금 달리는 느낌도 받았기 때문이다.짧은 일정임을 애초에 인지하고 있었고, 일정 초반에는 독일에서 한국으로 여행 간 독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서울에 머무는..
갈팡질팡 지난 2주간은 좀 많이 바빴다.여행준비 위해서 냉장고 및 집안 정리를 싹 해야 했고, 고양이들을 친구에게 부탁하기 위해 집정리 및 애들 용품 정리 등을 해놓아야 했다.거기에다 월요일 수업 때 발표가 있어서 파트너와 회외, 연습을 해야 했다.늘 그렇듯이 피피티 디자인은 내 몫이므로 그 것도 집중해서 해야 했다.그 와중에 전화 면접, 대면 면접 두 곳을 보았다.면접은 많이 준비는 못 했지만 그래도 한두시간 정도씩 투자해서 채용공고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하고, 회사나 부서에 대해서 사전조사를 했다. 그리고 내 경력이나 스킬을 어떻게 설명해야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 연습도 해봐야 했다. 대면 면접의 경우 회사까지 거리가 꽤 멀고, 초행길이니까 일찌감치 출발했기 때문에 사실상 그 날 하루는 거의 비워둬야 했..
이렇게 슬픈 가사였나. Life is wonderful 면접 앞두고 남편이 추천한 입도 풀고, 기분도 좋아지는 방법인 '좋아하는 노래 크게 따라부르기'를 위해 Jason Mraz의 Life is Wonderful을 틀고 목청껏 따라부르고 있었다. 전부터 참 감동적이고 삶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긴 좋은 가사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막상 가사를 두 눈으로 보면서 따라부르다 보니 아니 이게 이렇게 슬픈 가사였나 싶다.특히And it takes no time to fall in love,but it takes you years to know what love is,And it takes some fears to make you trust,It takes those tears to make it rust,It takes the dust to have it polishe..
동그란 얼굴, 각진 턱, 광대뼈, 돌출안 제목에 언급한 네가지는 적어도 두세달에 한번씩은 날 성가시게 하는 내 외모의 특징이다.어릴 때는 저 세가지를 없애고 싶었다. 성형수술을 하든, 다이어트를 하든. 그러나 성형수술을 할 만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외모라거나 기능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를 한다 해서 뼈가 가진 특징이 사라질 리는 없다. 요 며칠 다시 이 세 특징이 내 인생의 걸림돌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한국에 방문 했을 때를 자주 상상하기 때문이다.일단 미용실에 너무 가고 싶고, 미용실에 가려면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썬 대충 집에서 자른 단발머리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고 있어서 구지 비싼돈 주고 이 스타일을 고수하는데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금 변화를 줄까 싶어 다양한 헤어스타일 사진을 보..
버텨 나가는 것 보름스에서 유일하게 알고 지내는 한국인 부부와 가끔 저녁에 술을 마신다. 언제나처럼 시작은 가볍게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 기념으로 따뜻한 와인 한잔 하러 간 것이었는데, 공감대가 남다르다보니 심각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술자리로 바뀌어서 길어지게 되었다. 두 집 다 유학생과 그 배우자의 신분인데, 독일에 온 이유나 목적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같은 학교, 같은 동네에서 시작한 처지가 비슷한 몇 안되는 경우다 보니 특히 할 이야기가 많다. 가장 걱정인 거주비자 문제, 돈 문제, 학업 문제, 학업 후 진로 문제, 독일어 문제, 등 당면한 수 많은 문제를 똑같이 짊어지고 가야 할 전우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독일에 온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흘렀고, 이 부부는 우리보다 6개월 정도 늦게 독일에 왔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유 나는 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단백질과 지방에서 나오는 고소하고 풍부한 감칠맛을 사랑하지 않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맛있게 조리한 고기를 양 껏 먹고 나면 느껴지는 행복한 기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즐거움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즐길 수는 없게 되었다. 내 소화기관이 그걸 감당하기에는 약해졌고, 또한 몰랐던 것을 아주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 억울하다. 내가 고기를 좋아하고 많이 먹기는 했지만 공장식 도축 시스템을 만든 것은 내가 아니고, 그로 인해 이득을 얻는 것도 내가 아니다. 내가 이런 산업이 발전하는 데에 조금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음식을 가리지 않는 나는 채소만 먹고도 잘 살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에 오기 전까지는 동물성 식자재가 들어가지 않은..
살림으로써의 요리와 그렇지 않은 요리 트위터에서 알게 된 유투버 쿠미님의 해피키친 채널의 수많은 영상들을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봤더니 거의 다 본 상태가 되었다. 과학원리를 통해 요리원리를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쏙쏙 잘 되고, 응용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유익한 채널이다. 보고 있으면 먹고싶다는 생각에 앞서, 요리를 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끓어오른다. 원래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요리를 어느정도 잘 할 수 있는데, 독일에 와서 살게 되면서 실력이 조금 더 발전한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는 일부러 해 먹을 일이 없었던 다양한 한식들, 즉 양념치킨, 닭갈비, 수육, 떡볶이 같이 사먹는 게 더 맛있고 간편한 메뉴들에 대한 경험치도 많이 쌓였다. 하지만 역시 평소에는 참 귀찮은 것이 요리고, 워낙 게으르다보니 요리라고 부를 수 없는 독일식 조합메..
전자책과 종이책 이북리더기를 한국에서 사 온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북을 끝까지 단숨에 읽는 것이 나로썬 쉽지가 않다. 워낙에 천천히 읽기도 하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쉬는 시간도 일부러 가질 만큼 이야기를 몸 속에 스미고, 상상 속 이미지를 채우는 시간이 나한텐 필요하다. 종이책이 좀 더 끝까지 읽어내기 쉬운 이유는 책 표지와 함께 내가 읽다 남긴 정도가 계속해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 것을 보면 자연스레 지난번에 만들다 만 미완성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 것을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다시 책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이북은 잠금 화면이 보일 뿐이다. 또한 대게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5일이란 대여기간이 나에겐 턱없이 부족하다. 오늘 다 읽은 하루키의 기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