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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고국방문의 해

여기 일기는 작년 12월, 한국가기 전에서 끊겨 있네.

연말에 약 2주간 한국을 잠시 방문하고 왔다. 비싼 비행기 가격에 비해 짧은듯한 일정에 처음엔 좀 망설였지만 먹고 싶은게 너무 많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만나고 싶어서 결제 해버렸는데 너무나 좋은 선택이었다.


사실상 2주가 그다지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일정상 시댁에서 3일정도밖에 있지 못했고, 엄마 아빠와 헤어질 때는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는 '여행'이기도 했기 때문에 일상을 너무 오래 떠나 있지 않게 되어 좋았고, 여행 막바지에는 체력이 조금 달리는 느낌도 받았기 때문이다.

짧은 일정임을 애초에 인지하고 있었고, 일정 초반에는 독일에서 한국으로 여행 간 독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서울에 머무는 시간은 일주일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또, 가족과 가급적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에 간 것이라서 지인들에게는 별로 연락을 돌리지 않았다. 어차피 모두가 바쁜 연말이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까 나를 위해 시간을 내달라고 하기가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 미안함을 무릅쓰고 나에게 시간을 내주길 종용할 수 있었던 허물없는 지인들에게 감사.


아무튼 이 기간동안 황송할만큼 큰 고국의 환대를 받았는데, 일단 부모님들께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잘해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충전하고 온 것 같다. 친구들도 다들 일년사이에 조금씩들 더 성숙해져서 함께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거웠고, 사실 기분은 한국에서 쭉 살면서 단지 바빠서 오랜만에 만난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물론 내가 워낙에 온라인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헝태의 인간이라 더 그렇기도 하다. 또 여러 분들께 참 많이도 얻어먹고 다녔다. 한국의 호스피탈리티..... 대단히 감사합니닷......


한국일정중에 인상깊었던 포인트 들에 대해 언젠가 일기를 쓰거나 이야기하고 싶어서 제목만 메모해 둔 것이 있는데, 훗날 기억하기 위해 여기에 써놔야겠다.

  • 고국의 환대
  • 아빠랑 소주 한 병씩
  • 세바스찬과 록시와 함께 간 속초, 강릉, 사우나
  • 친구가 되었을 때 그대로. 친구들
  • 몽크 투 바흐
  • 사라진 카페베네, 늘어난 톰앤톰스
  • 이마트 편의점
  • 시어머니와 이삭토스트
  • 면조의 폭풍쇼핑
  • 엄마와 찜질방, 아빠의 고구마
  • 살림꾼 원근이
  • 천국같은 오전의 스타벅스
  • OOP 완전체
  • 업타운펑크와 크리스마스 캐롤
  • 뜨게질, 까까의 구몬
  • 고탑헤어에서의 4시간 반 수다
  • 미선언니와 해피쿠킹
  • 다이소가 너무 좋아졌다
  • 아빠 감사해요
  • 내가 생각하는 한식


그렇게 방한일정을 잘 마치고, 독일에 돌아오니 연말이었고, 약속대로 같은과에서 특히 친한 IFC(International Food Club)친구들과 연말을 보낸 뒤에 새해를 맞았다. 한국 여행을 같이 했던 친구들이 내년 연말을 꼭 같이보내자고 질베스타 하루 전에 같이 라클렛을 먹으며 내년 약속을 했는데, 아무래도 이 곳에서는 소중한 친구들과 연말을 보내는 것이 정말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인가보다. 서로 아껴주고, 또 가진 것은 아낌없이 베푸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독일에서도 그런 인연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새해 아침 행오버로 좀 헤롱대다가, 다음날 첫 영업일에 이것 저것 필요한 서류작업 같은 것들을 처리하고, 이제 3일이 되었다. 늘 연말연시는 정신없이 바쁘다가 1월 3일쯤 되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진짜 해가 바꼇다는 느낌은 없다. 음력으로 설날을 보내던 풍습 때문인지, 떡국같은 새해 음식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시험이 끝나고, 다음 학기가 시작 할 쯔음에는 2018이라는 숫자에 익숙해 지겠지. 그리고 또 언제 해가 바꼈나 싶게 연말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올해는 출발이 정말 좋다. 한국에서 고향에너지 재충전도 좀 하고 왔고, 월초부터 새로운 일도 시작하게 되었으며 또한 아직까지는 학업도 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과목 하나가 조금 걱정은 되지만, 늘 벼락치기를 훌륭하게 했던 나의 지난 32년(크흑...ㅠㅠ)을 돌이켜 보면 이번에도 못 할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생각도 한국에서 모국어로 수다떨며 자존감 충전해오지 않았다면 하기 힘들었겠지. 여턴 올 해도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재력과 일정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걸 목표로 조금씩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