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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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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burg 셋째날 01.Karo Fish베를린 풍의 힙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는 동네를 찾아가려고 오전에 체크아웃 후 바로 걷기 시작했다. 짐 싸기 전에 아침으로 크로와상과 주스를 마셔서 배는 든든했다. 하지만 시간도 꽤 지났고, 꽤 먼거리를 걷다보니 슬슬 출출해지는 찰나에 카로 피쉬를 발견했다. 트립 어드바이저나 구글 리뷰에서 엄청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게다. 신선한 생선을 그릴에 구워 파는 곳인데, 가게 안에 들어가는 순간 맛집임을 알 수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가게여서 내부에는 테이블이 4-5개, 밖에는 좀 더 많았다. 배가 아주 고픈건 아니었지만 여길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앉아서 주문했다. 5가지 생선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텔러로. 감자는 어떻게 주냐고 물어보길래 내사랑 브랏카토펠로. 맥주도..
Hamburg 둘째날, 비가 주룩주룩 일기예보대로 비가 주룩주룩 오는 하루였다.우산을 챙겨들고 미술관으로 갔다. 호텔 근처에 가고싶은 미술관이 두 곳이라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비오는 오전에 찬찬히 고전 회화를 감상하면 무척 좋을 것 같아서 쿤스트할레로 향했다. 01. Hamburger Kunsthalle 건물이 정말정말 크고 멋있다. 많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웅장하고 고상하고 세련되었다.건물 옆 벽으로 보이는 반지하층 창문으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비오는 날 개인 사무실에서 미술관 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보니 어쩐지 부러웠다.오전 10시 오픈시간에 맞춰 갔는데 먼저 온 사람들이 줄을 서서 티켓을 살 준비하고 있었다.학생할인을 받아 거의 반값에 티켓을 구입하고, 넓고 자리 많은 로커에 짐을 보관 후 입장했다.앞으로는 어지간하면 미술관..
Hamburg 첫날 01. 야간열차를 타고 함부르크로 야간열차를 타고 밤 새 함부르크로 달려왔다.11시 45분쯤 출발한 기차가 5시 40분에 함부르크에 도착할 때까지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기차 안이 너무 밝았다.기차는 중간중간 서고, 사람들이 내리고 탔다.야간기차를 혼자 타고 오기로 한건 정말이지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후회했다.기차안에는 배낭여행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배낭여행객들은 그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잘 자는 것 같아 부러웠다.다들 담요, 배게로 쓸 수 있는 방석, 수면안대, 피트니스매트 같은걸 가지고 다니더라.나는 저런 완전한 배낭여행은 한 적이 없다. 별로 하고 싶지는 않다.잠을 못잔 덕택에 해가 뜨는 것을 기차안에서 봤다.요즘은 새벽 다섯시만 되어도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
일상에 침입한 뉴타입 이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있다. 외국인이라 별 상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A라고 칭한다. A는 유학생, 유럽에서 멀지 않은 나라에서 왔다. 20대 초반으로 추측되며 나이는 모른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다.학기초부터 묘하게 오바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는 사람이었다. 은따 당하는 모습이 딱하다고는 생각해서, 몇 번 대화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상대방에게 지나칠 만큼 이것 저것 요구하는 타입이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만 쉬지않고 반복적으로 늘어놓는 타입임을 깨닫고, 더이상 가깝게 지내지 않았었다. 그래도 다른 학우들이 두루 모여서 그녀에 대한 험담을 할 때나 짖궂은 농담을 할 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그 다른 학우들은 평소에 정중히 행동할..
일상, 기본, 뭐 이런 것들 맑은날이면 우리집은 오전 8시부터 11시경까지 거실에 해가 잘 든다.그러면 고양이들이 창문으로 쪼개져 들어온 햇빛 조각에 하나씩 누워있다.온몸으로 볕을 쬐고 있음을 나타내는 듯 다리도 쩍벌리고, 최대한 몸의 많은 면적이 골고루 햇빛을 받도록 자세를 취한다. 눈부시니 눈은 지긋이 감고 있다.두 고양이가 볕에 똥꼬라도 살균하듯이 다리 쩍 벌리고 누워있는 광경이 진짜 가관이다. 그러다가 해가 움직이면 지들도 따라서 자리를 슬금슬금 옮긴다. 물론 절대 일어나서 옮기는건 아니고, 구른다.그러다가 둘이 몸이 닿기라도 하면 갑자기 싸우기 시작한다.물고 때리고 발길질하는데, 평소에 비해 격한 편도 아닌데 소리는 더 지른다.싸우는 몸짓에서도 나른함이 느껴진다.지들 둘끼리만 싸우는건 아니고, 딩굴대다가 몸에 부딪히는 장난..
여행 아주 오랜만에 여행을 했다. 사는 곳을 떠나서 호텔에서 1박을 하는건 독일와서 처음이다.처음이라고는 해도, 아직 독일에 온지 3개월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새로운 나라에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여행하는 기분이겠거니 싶지만그래도 여전히 여행에 대한 갈증은 있다.일상 생활에서는 늘 가야할 곳을 가고,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무르기 때문에,특별한 계획없이 누구도 그 어떤것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곳을 떠돌 때 느끼는 홀가분함이 그리웠다. 한국에서 휴가차 독일로 온 은차님과 친구분덕에 렌트카를 타고 아우토반을 달려 다른 도시에 가봤다.Baden-baden 이란 온천으로 유명한 독일 서쪽의 도시. 우리나라말로 목욕-목욕 -_-;프랑스와 가까워서 그런지 건물의 장식이 유난히 클래식하고 우아했다.독일은 두번의 ..
어버버 여기온 뒤로 점점 내 언어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 외국에 나와 있으면 한국어 능력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모국어니까 뭐 가끔 특정 표현이나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정도라서 아직은 불안함을 느낄 정도는 아닌데, 영어가 상당히 줄었다. 정말 이상하지. 매일 어떻게든 영어를 쓰고, 영어로 된 강의나 자료를 접하고 사는데 말이야.사실은 영어 실력이 줄었다기 보다는 내 진짜 실력을 목도하게 된 것 같다.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일을 영어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말하고 해내야 하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몰랐던 것일 뿐, 사실 외국어 실력이란 측정조차 쉽지 않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특히나 발음이 많이 어렵다고 느낀다. 그동안은 주변 한국인들 중에서는 그나마 미국식 굴러가는 발음을 덜 쑥스러워하고 말했..
딱 세달 언제까지 독일에 온 날을 기준으로 날을 세어가게 될까?오늘은 딱 세달째 되는 날이다. 미리 예매해둔 콘서트를 보러 만하임의 로제가텐으로 갔다.3개월 기념으로 예매한건 아니었지만 바람도 쐬고, 기분도 전환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 주었다.이번이 독일에서 보는 두번째 콘서트다. 만하임은 독일에 와서 처음 2주를 머문 곳인데 그래서 그런지 반호프에 내릴 때마다 고향에 온 느낌이 든다.한국에서도 아마 정자역에 가면 그런 느낌이 들 것 같아. 프로그램은 Elgars "Serenade"Beethovens "3. Klavierkonzert"Mozarts "40. Sinfonie" 연주는 Mannheimer Phillharmoniker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Moritz Winkelmann 지난번에 우리동네 콘서트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