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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으로써의 요리와 그렇지 않은 요리

트위터에서 알게 된 유투버 쿠미님의 해피키친 채널의 수많은 영상들을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봤더니 거의 다 본 상태가 되었다. 과학원리를 통해 요리원리를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쏙쏙 잘 되고, 응용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유익한 채널이다. 보고 있으면 먹고싶다는 생각에 앞서, 요리를 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끓어오른다. 원래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요리를 어느정도 잘 할 수 있는데, 독일에 와서 살게 되면서 실력이 조금 더 발전한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는 일부러 해 먹을 일이 없었던 다양한 한식들, 즉 양념치킨, 닭갈비, 수육, 떡볶이 같이 사먹는 게 더 맛있고 간편한 메뉴들에 대한 경험치도 많이 쌓였다.


하지만 역시 평소에는 참 귀찮은 것이 요리고, 워낙 게으르다보니 요리라고 부를 수 없는 독일식 조합메뉴들을 주로 먹는다. 샌드위치, 뮤즐리, 시판 페스토로 버무린 파스타 같은 것들이 배고플 때 빠르게 준비할 수 있고, 맛도 나쁘지 않으면서 설거지 거리도 별로 없어서 아주 간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가끔은 따뜻하게 조리한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은데, 장을 봐다가 각종 채소와 고기 등을 손질하고, 굽거나 찌거나 끓이는 등의 시간을 다 합하면 2~3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영 부담스럽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렇게 정성들여 요리 할 동기도 별로 없는 상태이다.


돈도 꽤 많이 든다. 제대로 좋은 재료를 써서 오랜시간 조리를 하려면 재료비는 물론, 수도과 전열비, 또한 곁들일 좋은 술까지 여러 의미로 꽤 큰 지출을 해야 한다. 그래도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는 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레시피를 찾아서 학습하고, 장을 보고 직접 조리 후 뒷처리까지 해야 하는 내 노동을 생각하면 외식이 훨씬 싸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다보니 주로 해 먹는 것이 각종 커리류(한국식, 일본식, 태국식, 인도식...)와 덮밥류, 모듬채소 볶음 정도인데, 이 것들은 요리라기보다는 살림으로써의 요리다. 그리고 대게 한번에 두끼 이상 분을 만들어서 다음날 데워먹는다. 보통은 나 혼자 먹으면 5-6번에 나눠 먹을 양을 조리하는데, 남편이 맛있을 경우 엄청 많이 먹기도 하고, 그 페이스 따라가다보면 나도 많이 먹게 돼서 결국 둘이서 두끼밖에 못 먹는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먹고싶은 맛을 직접 고른 재료와 조리법으로 구현해 내는 마법이 그립다. '진짜 요리'가 하고 싶다. 정성들여서 소스를 만들고, 재료의 특성을 잘 살려 조리를 한 뒤에 둘이 만나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느끼고 싶다. 새로운 채소나 재료의 손질법과 조리법을 배우고 싶다.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니 따뜻한 온기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