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언급한 네가지는 적어도 두세달에 한번씩은 날 성가시게 하는 내 외모의 특징이다.
어릴 때는 저 세가지를 없애고 싶었다. 성형수술을 하든, 다이어트를 하든. 그러나 성형수술을 할 만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외모라거나 기능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를 한다 해서 뼈가 가진 특징이 사라질 리는 없다.
요 며칠 다시 이 세 특징이 내 인생의 걸림돌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한국에 방문 했을 때를 자주 상상하기 때문이다.
일단 미용실에 너무 가고 싶고, 미용실에 가려면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썬 대충 집에서 자른 단발머리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고 있어서 구지 비싼돈 주고 이 스타일을 고수하는데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금 변화를 줄까 싶어 다양한 헤어스타일 사진을 보다보니 대부분 내 얼굴에는 그다지 예쁠 것 같지 않고,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내 얼굴형과 광대뼈에 대한 불만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또, 조금만 붓거나 살이 쪄도 얼굴로 팍 드러나는 나는 독일에서의 1년여의 생활 후 사람들이 날 보고 대뜸 던질 외모에 대한 평가도 좀 부담스럽다. 적어도 내가 예상하는 몇 몇은 '잘 지냈어?'라는 말 대신에 '살쪘네? 독일 살기 좋은가봐~'라고 대뜸 던질게 분명하다. 여기선 체중계도 없고, 어차피 난 남들과 다르게 생긴게 당연하므로 외모에 많이 신경쓰지 않고 살았어서 비슷비슷하게 생긴 사람들끼리 디테일한 잣대를 들이밀며 내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화는 다시 생각해도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나도 그런다. 입밖으로 이야기는 잘 안하지만)
그리고 난 참 어리석게도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나의 이미지와 내 타고난 외모가 너무 상반된다. 난 샤프하고, 예리하고,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묘한 강제력이 있는 권력자의 이미지이고 싶은데, 둥글고 통통한 볼은 이런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 물론 내가 미인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또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두 다른 타입의 얼굴을 예로 들면, 임나나는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미인이어서 그 효과가 특출나지만, 역시나 미인인 손예진을 보면 또 마냥 서글서글하고 사람좋은 이미지이다. 메이크업이라는 보조수단이 있지만 관심도 능력도 열정도 없이 30년을 넘게 살아버려서, 이 시대에 와서야 화장품 좀 사보려고 검색하면 나오는 수 많은 전문용어에 질식해서 결국 10년 전에 사봤던 것이나 반복해서 사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나같은 부리부리 돌출안은 엄청 잘 하지 않을 바에야 눈화장을 안하는게 상책 같아.
반대로 여기서 만난 친구들은 어차피 다 너어무나 다르게 생겼고, 잘생겼나 못생겼나에 대한 가치판단적인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사람의 이목구비 생김새를 잘 기억하지 못해서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다른작품에서 봤던 배우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러다보니 남을 이미지로 기억하고, 그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건 역시 얼굴의 생김새보다는 표정이나 제스쳐다. 그리고 내가 그렇다보니 남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해서, 외모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살아서 편했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 도대체 외모에 대한 불만은 왜 생기는걸까? 한국에선 더 심하고 여기선 덜 심한 이유가 뭐지? 고양이는 살찌고 동그래도 예쁘고, 마르고 얄쌍해도 예쁘긴 마찬가지다. 내 눈에 사람은 그 기준구간이 더 야박한 이유가 뭘까? 말 걸기 쉽게 생기고, 장난쳐도 괜찮은 것처럼 만만해 보이는 내 얼굴이 싫은데, 그게 내 외모만의 탓일까?
아침에 나가서 공부하려다가 비와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건데, 비는 더 오고 쓸 데도 없는 생각만 많아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