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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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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회사 근태 어제 친구들과 사무실에서 좀 멀리 있는 푸드홀에서 (버거, 스파게티, 피자, 커리 부어스드 건강식인 일반 구내식당 음식과 달리 스트릿푸드 컨셉으로 꾸민 컨테이너 공간이 있고, 직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한국 방문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인의 휴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2주 이상 일을 쉬고 휴가를 가져본게 처음이었어서 3주째에는 은근히 '이러다 일 하던거 다 까먹는거 아냐?', '이렇게 오래 쉬어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이야기 했더니 너 그렇게 전형적인 아시안처럼 살지 말라고 유럽인들이 분노했다. ㅋㅋㅋ 나도 처음 깨달았어. 그리고 이사 갈 때 하루, 결혼식 할 때 이틀, 뭐 이런 삶의 대소사에 있어서도 추가로 유급 휴가가 나온다고 한다...
몰아서 조금씩 하는 사람 친구가 저 이미지를 보내줘서 각자의 타입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어릴 때 생각이 났다. 내가 과제나 과업을 제 때(적어도 데드라인 전에) 처리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고 부터다. 그 이전에는 일단 숙제를 제대로 기억해서 한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항상 숙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보면 반 친구들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숙제가 뭐였는지 내가 얼마나 ㅈ됐는지 알려주고는 했었다. 특히 방학숙제는 너무 싫었다. 아니 방학 때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도대체 왜 선생님도 숙제하는 기분으로 정한 것 같은 의미없는 방학 숙제를 해야 하는지, 그걸 또 바리바리 챙겨서 개학 날 가져가야 하는지 지금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개학날에는 어김없이 내가 까먹은 숙제가 얼마나 많았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숙..
너무 일찍 일어났다. 요즘 수면의 질이 썩 좋다고 할 수 없는데, 그래서 하고 있는 노력은 다음과 같다.조금씩이라도 매일 운동하기비타민디 챙겨먹기잠자기 2-3시간 전에는 논문쓰기나 일 마치기휴대폰은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잠궈두기(down time 설정)그리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뉴이어 휴가기간 이후에 쭉 홈오피스를 하다가 오래간만에 운전해서 출근해야 하는 날이어서, 조금 긴장한 상태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 9시 30분쯤. 잠이 언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노력들 덕분인지 그리 오래 뒤척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침 5시에 고양이가, 그리고 5시 40분에 남편이 나를 연달아 깨웠다. 침대에서 나온 것은 6시쯤이다. 씻고 커피까지 한잔 마셨는데도 15분정도 일기 쓸 시간이 있길래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제 ..
골목식당, 곤도마리에, 사고 싶은 것 남편과 같이 저녁 먹을 때 틀어놓는 골목식당이 둘 다 한국을 교차로 방문한 덕에 몇 주 밀려있었다. 그리고 어제서야 모든 밀린 편을 따라잡았다. 과연 타임라인에서 난리가 났던 것처럼 기획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상한 상황이었다. 시청자 혈압올리려고 (사실 보는 내내 백대표 울화통이 걱정이 될 만큼) 일부러 그렇게 편집을 하는건지, 아님 그냥 이상한 사람들인건지 헛갈릴 정도다. 그리고 빚을 내던 돈을 모으던 스스로의 힘으로 주체적으로 창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너무 확실하게 보였다. 절실함이 사람을 의식적으로 깨어있게 만들고,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노력해야만 발전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2년간 많이 변한 남편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다면 나는? 의식적으로 절실하게 ..
읽고 쓰고 운동하고 논문 쓰는 학기 마지막 달의 모습은 그저 읽고, 쓰고, 짬내서 운동하고 이렇게 루틴이 반복된다. 그 동안은 뭐 했냐고? 일단 8월부터 고민을 시작하기는 했었다. 실제 쓰기 시작한 것은 11월 중순, 그런데 3주간 한국에 다녀오고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12월 말. 나는 현재 마감 앞둔 자의 초능력을 믿고 아직도 여유부리고 있다. 아직 3주 남았으니까. 일도 계속 하고 있는데, 12월부터 거의 소강상태 분위기였던 회사는 급기야 할 일이 없고, 할 수도 없는 상태여서 다음주에 다들 휴가에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팀 스케쥴 보니까 1월 말까지도 휴가를 많이 쓰는 분위기더라. 독일에서 왜 12월, 1월에는 일처리가 거의 안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덕분에 나는 테스크의 압박없이 논문에 좀 집중 할..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을 다 읽었다. 2000년에 출간되었다고 하니까 벌써 20년이 가까이 된 작품이다. 되게 잘 짜여진 티비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배경, 주인공들, 그리고 다루는 메시지가 굉장히 시공간 적 감각이 살아있는 주제였다. 냉정하다 못해 구질구질한 자본주의와 여성의 기구한 삶(!!). 20년 전과 지금은 어떻게 다를까 비교도 하며 읽으니 재미있었다. 30대 초반까지 여성으로 한국에서 산 내가 느끼기에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은 적어도 여자들 사이에서 의식의 진보는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대놓고 부조리를 지적하지는 않아도, 비혼을 결심하거나 자립의 길을 모색하며 커리어 관리를 하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대놓고 이 불평등을 이야기 하기에는..
책임감 있는 게으름뱅이 구지 내가 스스로 인정하지 않아도 나는 게으르고, 대부분의 나를 아는 사람들이 그 것도 같이 알고 있다. 몇 몇 사람들은 내가 생활은 게으를 지언정 정신(?)은 게으르지 않다고 좋게 평가해 주기도 하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정신도 게으른건 마찬가지이고, '게으른 사람'이 아닌 '게으름' 그 자체를 의인화 한 극이 있다면 내가 게으름을 연기해도 될 것 같다. 고양이가 아무리 게으르다고 해도 어쨌든 사는데 필요한 것은 하고 살 듯이, 아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는 데 필요한 해야 할 것이 얘네에게도 꽤 고된 일이다. 일단 외모의 귀여움(먹고 사는데 제일 중요한 가치)과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그루밍만 해도 엄청난 중노동이다. 내 몸에 털이 수북하고 그걸 일일히 째만한 혓바닥으로 온 몸을 아크로바틱하게 뒤틀어가..
아침에 일어나 요리를 하다 잠을 설쳤다. 잠 드는 것도 힘들어서 두시간여를 뒤척이다 한시가 넘어 잠들었고,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이 내는 소리에 깨서 이후로 잠들지 못했다. 안락의자에 앉아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배가 고파졌다. 밖이 아직 깜깜할 때 주방으로 가서 불을 켰다. 어젯밤에 잠이 안와서 보던 동영상에서 배운 비건 스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케이크는 여러번 구워봤는데, 손으로 반죽을 치대는 일 자체를 처음 해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끌미끌하다가도 밀가루만 있는 건조한 부위를 섞을 때는 다시 뽀송해지고, 손에 닿는 느낌이 재밌었다. 비건 스콘에는 밀가루와 식용유, 코코넛밀크, 설탕, 베이킹소다가 들어간다. 아 지금 쓰면서 깨달았는데 소금도 아주 약간 넣어야 하는데 까먹었다. 부디 큰 지장 없기를. 코코넛밀크 캔을 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