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1711)
스트레스 완화 딱히 엄청난 밀도로 논문을 쓰는 기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최근에 딱히 '쉬는 날'이 없이 일을 하거나 집에 틀어박혀 논문을 쓰거나 둘 중 하나인 삶을 살다보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인다. 특히 어제는 3시간 정도 집중해서 조사 및 정리를 하다보니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온몸이 너무 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두통까지 있었다. 어제는 남편이 집안 대청소를 해서 집이 쾌적해진 덕분에 잠도 엄청 길게 잘 잤는데도 말이다. 대신 운동을 못했다. 운동을 안해서 그런가 두통과 어깨 뭉침이 너무 심했고, 원래 오전의 내가 그렇듯이 컴퓨터 앞에서 전혀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좀 쉬기로 했다. 평소에 즐겨 찾는유투브의 운동 채널에서 Stress relief 라는 키워드로 35분짜리 요가 프로그램을 찾아서 했고,..
가끔씩 찾아오는 끝없는 무기력 어제는 오래간만에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비췄다. 비가 안오는 것이, 노란 햇살이 발코니에 드리워진 모습이 반가워서 논문 쓰다가 잠시 쉴 겸 발코니를 쓸러 나갔다. 너무 춥지도 않고 하늘도 바람도 기분좋고 깨끗해지는 발코니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앞 집에서 언성을 높여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 집은 항상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있는데, 겨울동안은 창문을 항상 닫고 있어서 듣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듣는 것이다. 저 집은 또 시작이네, 라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알 수 없는 묘연한 우울감이 들었다. 가까이 있는 집인지 싸우는 소리를 잘 듣고 있으면 몇 가지 들리는 단어가 있다. 하지만 내가 그 내용을 파악 할 수는 없다. 소리를 지르는 여자분(항상 여자분 소리가 울려펴진다)은 늘 흥분과 분노 상..
집중력 장애 사실 나의 주의산만함은 하루 이틀 지적받아 온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생활기록부를 보면 항상 써 있는 코멘트였고,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면 다 이 이부분을 알고 있다. 회사에서는 딱히 지적받은 적은 없는데, 왜냐하면 현대인의 업무방식이 항상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집중력 초토화의 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집중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음악, 뽀모도로 타이머, 비프음을 주기적으로 들려주는 어플 등 여러가지 팁들을 사용해 봤지만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뽀모도로 타이머 덕분에 나는 한 가지 일을 집중해서 25분 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늘 아 이쯤 되면 되게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타이머를 보면 5분 이상 남아있었다. 결국 내 집중력은 20분 안팎인 것이다. 그래도 그 정보 덕분에..
도피처같은 일터 때는 바야흐로 논문쓰느니 일 하러 가는게 즐거운 대학원생의 졸업 시즌. 어제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학교 동기들과 점심 먹는 날이었는데(일 주일 중 기다려 지는 날이다) 이미 논문 끝내고 졸업한 아이들의 온갖 조언과 조롱을 들으며 즐거운 식사였다. 다행히 내가 제일 꼴찌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니고, 지금 같이 쓰고 있는 친구들이 네다섯명 정도 돼서, 어제도 나랑 동갑인(매우 드물다) 친구가 나와 동지의식을 느끼며 논문 같은 것 다 시간낭비라고 구내식당 한가운데서 울부짖었다. 지난주말에 생일을 맞아 휴가를 다녀온(...) 동료가 케이크를 가져왔고, 그 동료를 위해 다른 동료가 케이크를 가져와서 케이크를 좋아하는 나는 너무 기뻤다. 같은 방에서 앉아 일하는 동료 둘이 다음주부터 2주간 각자 휴가를 떠나는데, ..
커피의 맛 요즘에는 다시 오래된 칼리타 드리퍼로 돌아왔지만 케멕스, 하리오, 모카포트 등을 사용해서 여러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하며 마셨던 적이 있다. 조금 규모가 있는 도시를 여행 할 때마다 핸드드립을 하는 힙한 카페를 찾아다니며 바리스타들의 방식을 유심히 관찰한 뒤에 집에와서 따라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배워가며 결정된 내 방식만을 고수해서 내리고 있다. 어쩐일인지 내 입맛에는 세라믹도 아닌 플라스틱 칼리퍼 드리퍼 가장 작은 사이즈로 내린 커피가 제일 맛있다. 원두도 이제 여기저기 모험하는 것은 게을리 하고 늘 같은 것만 사게 되었다. 토요일마다 장터에 나와 원두를 파는 이 지역 로스터리에서 코스타리카 원두를 500그람씩 산다. 아무튼 커피를 핸드드립해서 먹은 세월이 쌓여서 그런지(약 2010년부..
논문 모드 친구들의 만날 약속 제안을 '논문 모드'라는 핑계로 미루고 있다. 거짓말도 안 해도 되고 굉장히 편리하다. 이런 식의 핑계거리가 일년에 서너차례만 있었으면 싶을 정도다. 물론 친구들을 만나서 좋은 시간을 갖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고, 좋은 영향도 많이 받고 돌아오지만 솔직히 말해서 만나러 갔다 오는 과정도 너무 멀고 귀찮고, 대인관계를 할 때의 나는 집 안에서의 원시적인 나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회사 출근하는 2-3일 말고는 거의 모든 나날을 논문을 쓰느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기 때문에 외출 할 일이 별로 없다. 원래 카페나 외부에서 집중을 더 잘하는 나인데, 내가 사는 독일 시골에는 와이파이가 잘 되고 작업 할 의자나 테이블이 갖추어진 카페..
단기 목표 현재의 나는 단기 목표만 가진 삶을 살고 있다. 아무리 길어봐야 5-7년이면 이룰 수 있는 것들. 내가 유럽까지 건너오는 모험을 왜 했었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좀 더 인정받고, 쉴 권리를 함께 누리며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왔다. 그런데 이런 목적은 여러가지 단기 목표를 달성 해야 이루어 지니까 나름대로 마일스톤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그 것들을 이루고 나면, 나는 어떤 목적으로 삶의 원동력을 이어 나가야 하는거지? 이런 생각이 문득 든 원인은 트위터에서 본 끔찍한 르포 때문이다.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큰 단체가 비공식적인 안락사를 자행하고 있음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한숨이 나오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난 그런 일에 앞장서서 누구보다 고생하는 사람들을 본 적 있다. 내가 참여..
2019년 1월 10일 노릉이 돌아왔다 겨울철에는 노릉이 내 베게에서 나랑 같이 자는 것이 내 보잘 것 없는 인생에 있어 몇 안되는 자랑거리였는데, 지난 해 12월 31일에 친구네서 외박하고 1월 1일에 돌아왔을 때 노릉이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화가 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밥을 좀 적게 주고 가서 배가 고팠을 수도 있고, 여기는 해 넘어갈 때 온 동네가 폭죽을 터뜨리는데 사람인 나도 깜짝깜짝 놀라는 판에 우리 간땡이 작기로 소문난 노릉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삐지는게 당연하다. 아무튼 그 때문에 노릉은 1월 1일 이후로 단 하루도 나와 함께 잔 적이 없고, 나한테 유독 쌀쌀맞게 굴었다. 10일간의 노력 끝에(?) 어제 저녁에는 장난감으로 재미나게 같이 놀고, 노느라 피곤해진 어깨랑 골반 마사지도 해줬는데 그게 마음이 풀어진 결정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