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노릉이 내 베게에서 나랑 같이 자는 것이 내 보잘 것 없는 인생에 있어 몇 안되는 자랑거리였는데, 지난 해 12월 31일에 친구네서 외박하고 1월 1일에 돌아왔을 때 노릉이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화가 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밥을 좀 적게 주고 가서 배가 고팠을 수도 있고, 여기는 해 넘어갈 때 온 동네가 폭죽을 터뜨리는데 사람인 나도 깜짝깜짝 놀라는 판에 우리 간땡이 작기로 소문난 노릉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삐지는게 당연하다. 아무튼 그 때문에 노릉은 1월 1일 이후로 단 하루도 나와 함께 잔 적이 없고, 나한테 유독 쌀쌀맞게 굴었다.
10일간의 노력 끝에(?) 어제 저녁에는 장난감으로 재미나게 같이 놀고, 노느라 피곤해진 어깨랑 골반 마사지도 해줬는데 그게 마음이 풀어진 결정적인 계기였는지는 모르겠다. 자려고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데 아무 신고식도 없이 노릉이 내 베게로 폴짝 뛰어 올라왔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배게에 꾹꾹이를 하며 자기 잘 자리를 다듬었다. 나는 감격해서 날짜를 확인하고 노릉이 나에게 다시 돌아온 오늘을 영원히 기억해야지 마음먹었다.
노릉이랑 같이 잠을 자면 사실 이녀석이 머리맡에서 되게 꿈지럭대고, 그릉그릉대고, 쫩쫩 소리내면서 그루밍 해서 시끄럽다. 그런데 그 ASMR이 없으면 숙면을 못하는 것 같아. 그러고보니 지난 10일간 일기에도 썼듯이 잠을 잘 못잤는데, 그게 논문 스트레스가 아니라 노릉의 부재 때문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젯밤에는 잘 잤고, 오늘 아침에 눈 떠서 알람 다시 맞춰놓고 한시간 더 잤다. 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