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

집중력 장애

사실 나의 주의산만함은 하루 이틀 지적받아 온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생활기록부를 보면 항상 써 있는 코멘트였고,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면 다 이 이부분을 알고 있다. 회사에서는 딱히 지적받은 적은 없는데, 왜냐하면 현대인의 업무방식이 항상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집중력 초토화의 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집중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음악, 뽀모도로 타이머, 비프음을 주기적으로 들려주는 어플 등 여러가지 팁들을 사용해 봤지만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뽀모도로 타이머 덕분에 나는 한 가지 일을 집중해서 25분 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늘 아 이쯤 되면 되게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타이머를 보면 5분 이상 남아있었다. 결국 내 집중력은 20분 안팎인 것이다. 그래도 그 정보 덕분에 테스크를 작게 나누어 처리하는 요령은 생겼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일을 끝내야 하는 테스크를 많이 겪고 살면서 집중력이 길어지기 보다는 손이 빨라졌다. 그렇게 살아남도록 진화(?) 해 왔지만 공부는 아무래도 왕도가 없다.


길고 지루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해서 필요한 개념들을 모아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같은 집중력 고자에게 거의 고문이나 다름 없는 일이다. 공부도 아닌 일기를 쓰는 지금도 수 차례 '커피 다 마셔가네, 새로 떠올까', '화장실 다녀올까', '아 어제 떨어뜨린 형광펜 주워야지' 등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실천하는 순간 흐름이 끊기고, 다시 복귀하는 데 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꼭 실천을 하지 않아도 그 생각에서 벗어나 복귀하는 것만으로도 수초에서 많게는 수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굉장히 효율적이지 못하다. 물론 집중하는 대상이 관심사일 경우 좀 덜하다. 어제는 잠자리에서 잠들기 전까지 10-15분정도 읽고 있는 책이 너무 흥미진진한 파트로 넘어가서 40분 넘게 읽어버려서 좀 늦게 잠들었다.


남편 표현에 의하면 특히 논문을 쓰는 것처럼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의 나는 매 2-3분마다 다른 것을 하고 있다고 한다. 책상을 정리한다던지, 휴대폰을 만진다던지. 내가 원래 성인 ADHD에 가깝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노력을 아주 안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아무래도 오늘의 목표를 정해 놓는 것이다. 정한 목표가 달성가능한 것일 수록 집중이 더 잘된다. 아니 집중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 지에 도움이 되는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어쨌든 목표한 것은 끝내게 되니까 목적은 달성이다. 목표를 쓰는 것도 컴퓨터보다는 손으로 노트에 쓰는 것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다른 창에 가려질 일이 없으니 수시로 보게 되고, 다 끝낸 항목을 색깔 펜으로 쓱 그어버리는 쾌감이 짜릿하다. 그리고 휴대폰을 아예 다른 방에 놔둔다. 전에는 타이머 사용을 핑계로 휴대폰을 옆에 두고 일했는데 오히려 방해받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차라리 시계를 보는 편이 낫다. 적고보니 디지털 보조기구(?)에 의지하지 않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생각보다 약간 더 늦잠을 잤지만 그래도 덕분에 피곤함이 전혀 없고 컨디션이 좋은 아침이다. 오늘의 목표치를 지금부터 계획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