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1711) 썸네일형 리스트형 게으름은 고양이를 따라 갈 수 없다. 지금 잠자리에서 읽고 있는 책은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라는 소설인데 거기에서 얼마나 본인들이(찰스 디킨스랑 윌키 콜린스인데 극 중 이름은 다름. 근데 본인들을 모에화 한 듯한 느낌이라 오글거려하며 보고 있다.) 게으른지에 대해 묘사하는데 되게 영국식 베베 꼬며 사카스틱하게 웃기는 문체라서 재미가 있다. 막상 여행기 자체는 나는 별로 재미 없고 문체가 감상 포인트인 듯. 이번 주말엔 정말 푹 쉬었다. 공부도 안하고 일도 집안일만 했다. 집안일을 좀 많이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던 거라서 좋았다. 코바늘뜨개로 바구니도 떴다. 그렇게 가고 싶던 이케아에도 갔다. 신제품라인 구경도 하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이케아 창가에 앉아서 오래오래 밥을 먹고 싶었다. 독일은 이케아식당 조차도 좀 덜 맛있는 느.. 다 썼다. 남의 전공, 내 전공 (저 어포스트로피 너무 신경쓰여.) 석사 논문을 다 썼다. 제출도 했다. 이제 심판만을 기다리고 있다...! 디펜스는 25일. 무사히 통과하면, 졸업이다! 그리고 나는 최석사가 되는건가?! 으하핫. 고생 많았다. 사서 한 고생이지만 죵나 힘들었고, 이런걸 겪고도 죽는소리 안 하는 유학생님들 다 존경해. 빨리 끝내면 3학기만에도 끝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동기중에는 한 명도 그렇게 끝내는 사람을 보진 못했다.) 좀 빠른 친구들은 4학기만에, 나는 5학기만에 끝내게 되는 것 같다. 동지들이 몇 있고, 6학기 째 등록하려는 친구들도 있다. 처음 등록하고 오리엔테이션 때 부터 이미 시작된 무서운 예감과 함께 내 멘탈의 대붕괴가 시작되었던 첫 수업을 진행 하셨던 그 교수님과 논문까지 썼다. 그래, 대략 2년 .. 아무 것도 안하는 오전, 비건베이킹 화, 수, 목 일을 하니까 금요일 오전이 되면 보통 주5일 일하는 사람들의 토요일 오전처럼 절대 잠에서 깨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된다. 오늘도 남편은 출근하니까 알람에 일찍 깨기는 했는데, 누워서 폰 만지작 대다가 다시 자다가 깨다가 하며 결국 10시 반이 넘어서야 침대에서 나왔다. 오전부터 논문을 쓰기에는 멍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감기에 걸린 덕분에 나도 좀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오늘 오전은 아침밥 해먹고 그냥 쉬기로 했다. 아침밥 해먹는 것이 쉬는 거란 생각을 안하는 자취인 또는 살림인이 있겠지만, 요리를 좋아하는데 제대로 못 한지 너무 오래되었고,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는 나로선 되게 사치스러운 행동이다. 문제는 장도 안본지 오래되어서 집에 먹을 것이 별로 없다. 결국 있는 재료로만 비건(계란.. 빵과 스프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처음 본게 언제인지는 잊어버렸는데(정자동에 살 때니까 2012~2016), 가끔 다 때려치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유투브에 있는 짧막한 클립들을 보고는 했었다. 어제는 그 생각이 극에 달했던 논문 제출 12일 전 밤이었어서, 7시간가량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쓰다가 어깨와 손목이 아파서 더이상 못 쓰겠다 싶어서 이걸 한 편 보고 자야지하고 찾아서 봤다. 예전에 볼 때는 마냥 동경에 가득한 시선으로 봤지만 다시 보니 보다 깊이있던 설정의 뎁쓰가 보였다. 열정적인 편집자로 일하던 유키가 급작스럽게 운영해야 하게 된 어머니의 가게터를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였을 때 상황이 자신의 결정을 떠미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가 얼마 후 회사에서 추가로 급작스러운 부서이동 통보를 받고, 거기.. 주방개조계획 (사진 출처는 pinterest의 내 검색결과 캡쳐) 거창하게 썼지만 그냥 선반장 하나를 더 설치할까한다. 원래 IKEA Hyllis 선반(사진에 보이는 철제 선반)이 하나 설치되어 있는데 옆에 붙여서 하나 더 설치하고 그동안 둘 곳 없어서 안샀던 전자렌지나 컵 같은 것들을 올려 둘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확실히 주방에 수납공간이 없어서 2년 4개월간 나름대로 최소한의 집기와 가전제품으로만 살았다. 크게 불편한건 없긴한데, 저 사진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좀 더 여유롭게 수납하고 싶다. 그런데 좁은 주방에 선반이 하나 더 들어오면 답답해 보일 것이 걱정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매일매일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막상 실행은 일년에 두세차례 하.. 산시에 가고 싶다. 중국 산시 지방을 말하는 것이다. 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마음을 다해 존경하는 중국인 쉐프님이 그 곳 출신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이 지역에서도 특히 슬럼화 되어있는 Ludwigshafen이란 공업도시에 위치한 Panda라는 이름의 작은 중국집 쉐프님이시다. 정말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 이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그 곳 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종의 마음의 고향같은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곳이다. 차가 없을 때는 기차를 타고 다녔고, 지금은 27키로 정도 떨어진 그 곳을 운전해서 간다. 20분정도 걸린다. 한 번 가기로 마음먹기 쉬운 곳은 아닌데, 갈 때마다 너무 기대되고 두근거리고 오늘은 어떤걸 먹을까 깊이 고민하게 되고, 오늘 먹기로 선택하지 못한 메뉴들 .. 근육을 느끼고 움츠렸던 부위를 늘리자 겨울이 너무 길다. 너무너무 길게 느껴진다. 아니 사실 나에게 있어 독일의 겨울은 겨울같지도 않다. 그냥 구린 날씨가 지속되는 상태의 또다른 계절이다. 한국에 살 때는 겨울을 진짜 좋아했다. 겨울에 빛을 발하는 온갖 분식과 간식류 너무 사랑하고, 귤을 박스채로 먹을 수 있는 계절이고, 방바닥은 뜨끈하고, 공기는 청량하고(이젠 더이상 아니지만) 눈이 오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잖아. 물론 운전을 하는 지금은 눈이 오면 약간 근심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다. 특히 눈 오는 것을 방안에서 바라보는 게 좋은데, 고양이들이 창문틀에 앉아서 눈을 잡고싶어 우왕좌왕하는 장면을 볼 수 있어서 더더더욱 좋다. 이 비참한 지경의 독일 겨울 날씨도 눈이 오면 약간 덜 증오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은 눈이 진짜 안오.. 저녁형 인간의 고군분투 이 세상은 아침형 인간들의 음모에 의해 순전히 자기들 멋대로 짠 시간표대로 흘러가고 있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같은 사람은 도저히 오전에는 능률적인 무언가를 하기 힘들다. 일단 침대에서 나오는 것 부터가 곤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출근 전에 일기까지 쓸 만큼 여유가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회사에 일찍 갈 필요가 없는 팀에서 내가 일 하고 있는 덕분이다. 그래도 일단은 7시 전에는 눈을 떠서 앞으로 침대에서 기어 나가서 맞닥뜨려야 할 거친 하루를 상상하며 괴로워하고 벌써 피곤해져서 한숨 더 자고 싶지만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 하니까 결국 일어나야 하는 슬픔을 매주 겪고 있다. 반면에 저녁에는 오히려 정신이 또렷하고 맑아서 복잡한 계산이나 기획도 잘 되고 일 하기에 최상의 뇌..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2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