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게 언제인지는 잊어버렸는데(정자동에 살 때니까 2012~2016), 가끔 다 때려치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유투브에 있는 짧막한 클립들을 보고는 했었다. 어제는 그 생각이 극에 달했던 논문 제출 12일 전 밤이었어서, 7시간가량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쓰다가 어깨와 손목이 아파서 더이상 못 쓰겠다 싶어서 이걸 한 편 보고 자야지하고 찾아서 봤다. 예전에 볼 때는 마냥 동경에 가득한 시선으로 봤지만 다시 보니 보다 깊이있던 설정의 뎁쓰가 보였다.
열정적인 편집자로 일하던 유키가 급작스럽게 운영해야 하게 된 어머니의 가게터를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였을 때 상황이 자신의 결정을 떠미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가 얼마 후 회사에서 추가로 급작스러운 부서이동 통보를 받고, 거기에는 순응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바로 전까지 부담이었던 어머니의 가게터가 갑자기 든든한 선택지중 하나로 바뀌는 순간을 봤다. 자신다운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서 상황이 떠미는 틀에 자신을 어거지로 맞추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겉보기에는 용기있는 도전자,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도저히 즐길 수 없는 것은 피하고, 남은 선택지 안에서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살아가는 소심하고 따뜻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래도 괜찮아, 저래도 괜찮아, 하나 같이 다 다른 사람이니까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 따로 있는거야. 어디에 비교 할 필요도 불안해 할 필요도 없는거야'라는 메시지가 주는 어마어마한 안도감이 마츠모토 카나 감독과 맥을 같이하는 사단, 그리고 비슷한 따뜻한 영화를 만드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등 이른바 슬로우 라이프 무비라는 장르를 구축할 수 있던 힘이리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팬이 되었을 테니까.
물론 나는 비즈니스 플랜 중에서도 파이넌셜 플랜을 쓰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던 상태라서, 점심식사 단품메뉴가 1200엔이고, 점심장사만 하는 4테이블 가게니까 평균 매출 얼마, 평균 매출에 따르는 양만큼의 직접비 얼마, 아르바이트를 6시간은 써야 할 테니 시급 1000엔 이상을 줄 경우 인건비 지출 얼마, 일본의 전열비는 잘 모르지만 간접비는 대략 얼마, 뭐 이런걸 계산해서 유키가 저 건물의 소유주가 아니었다면 저 가게는 적자구나라는 결론이 주루룩 나와버렸다. 계산기도 늘 옆에 있어서 두두둑 두드리고. 근데 이렇게 몇 분만 계산해봐도 장사를 직접 시작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별로 맞지 않는 선택지일텐데 골목 식당 같은데서 본 일단 개업하고 본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