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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다 썼다. 남의 전공, 내 전공


(저 어포스트로피 너무 신경쓰여.)


석사 논문을 다 썼다. 제출도 했다. 이제 심판만을 기다리고 있다...! 디펜스는 25일. 무사히 통과하면, 졸업이다! 그리고 나는 최석사가 되는건가?! 으하핫. 고생 많았다. 사서 한 고생이지만 죵나 힘들었고, 이런걸 겪고도 죽는소리 안 하는 유학생님들 다 존경해.


빨리 끝내면 3학기만에도 끝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동기중에는 한 명도 그렇게 끝내는 사람을 보진 못했다.) 좀 빠른 친구들은 4학기만에, 나는 5학기만에 끝내게 되는 것 같다. 동지들이 몇 있고, 6학기 째 등록하려는 친구들도 있다. 처음 등록하고 오리엔테이션 때 부터 이미 시작된 무서운 예감과 함께 내 멘탈의 대붕괴가 시작되었던 첫 수업을 진행 하셨던 그 교수님과 논문까지 썼다. 그래, 대략 2년 반 동안 나는 꽤 많이 성장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전에 비해 아는게 많이 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힘들고 겨우겨우 수업 따라가는 것도 벅찼다. 남의 전공(이라는 느낌을 석사과정 내내 느꼈다)에서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하는 마음도 들었고, 그나마 기쁨을 느꼈던 건 학기 말 발표 때 내가 있는 조만 눈에 띄게 아름다운 슬라이드 디자인으로 발표를 했다는 것 정도다. 논문을 쓰면서도 아, 차라리 졸전을 한 번 더 하고 말지 논문을 쓴다는건 정말 내가 다시는 해서는 안 될 짓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썼고, 제출까지 했다. 총 75페이지. 분량 채우기도 버거웠지만 채우긴 채웠다. 인쇄된 책을 보자니 여기저기 아쉬운 점이 무척 많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고, 시간 관리 못 한 것도 내가 부족한 탓이다. 내 깜냥에 맞는 결과물이 나온 것이니까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그런데 이 겸허함이라는 가치는 경영학도로써 가져봤자 좀 자기손해인 덕목인 것 같다. 경영학을 공부한다는 사람들, 같이 수업 들은 동기들을 포함해서 정말 다들 자신들이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에 비해 그 것을 훨씬 높은 가치로 믿고 포장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어떻게 보면 기업에서 사람들을 encouraging 하고 motivate 해야 하는 관리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나마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이 좀 있는 사람들이 그러면 모르겠는데 학생들 중에서 가끔은 정말 어떠한 근거도 없이 일단 자신감부터 풀충전 상태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애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너무 버거웠고, 역시 나와는 유전적으로 맞지 않는 학과라고 느꼈다. 사람 하나 하나는 당연히 좋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결국 이런 애들이 경영학을 배우고, 실무를 최대한 빨리 건너 뛰고 관리자가 되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인가 생각하면 갑갑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비교를 하면 안 되고,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학부 때 함께 작업실에서 밤샘하며 자간 하나에 웃고 울며 같이 디자이너로 훈련되던 친구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훨씬 약삭빠르고, 시대를 읽을 줄 알거나 모르는 것과 관계 없이 그 시류에 스스로를 맡기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며, 자신이 의사 결정권자가 되기에 충분한 지식을 남들보다 많이 갖추었다고 항상 믿고 있다. 포괄적인 의사 결정에 앞서 내면을 돌아보기를 원하고, 디테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도 소수 있는데, 이런 친구들은 거의 전부 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치혼란을 겪는다. 학문이 문제가 아니다. 이 학문을 통해 이득을 보고자 이 전공을 택한 사람들의 특성이 다른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이 것은 불평 불만이 아니다. 내가 이러한 감상만 얘기하면 꼭 한 소리 듣는다. 그럴 거면 뭐하러 이 걸 공부하니? 스스로 선택한 거면서 왜 잔소리가 많니? 누구한테 이런 소리를 듣냐고? 정말 우연히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100% 교집합이 있다. 내가 평가자의 입장에서 좀 네거티브하게 들리는 평가를 말로 하면 그걸 꼭 지적해야 하는 사람들. 네거티브하게 들릴 뿐이지 사실 경영학이나 경영학도에게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랑 안맞는 이유를 찾았으니 공유 한 것 뿐이다. 그리고 내가 이 전공을 구지 선택해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나랑 안 맞는다는 발견도 못 했을거 아냐? 그들 말대로 내가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하는걸 하고 불평하는 거라면, 구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실행함을 통해서 얻어낸 대단히 숭고한 발견 아냐? 그렇다면 나아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지 선택해서 공부를 하고, 끝까지 하게 된 의도와 나를 그렇게 만든 경영학의 좋은 점을 묻는게 나와 같은 선상에서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의 태도 아닌가? 진짜 이런 대화의 기본적인 포지셔닝이 기반이 되어 영적인 대화가 가능한 몇 안되는 친구와 지인들 소중합니다.


그리고 그럴 사람들이 멀리 살아서 제가 일기를 써요.


일기장 감사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경영학이 가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만한' 좋은 점은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