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

논문 이후 모드

사실 디펜스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꿋꿋하게 놀고 있다. 물론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 3일은 회사에 가니까. 오늘은 금요일이고 오전에는 쉬고 운동하다가 오후부터 슬라이드 만들려고 한다. 어차피 오늘 저녁은 외식 하기로 결정되었으니. 어제 새벽 늦게 잠들었는데 너무 일찍깨서 아침 시간이 널널해서 의아하다. 게다가 졸리지도 않아. 출근 하는 3일간은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오전에 너무 졸리고 정신을 못 차릴만큼 피곤해서 힘들었는데. 출근이 역시 만병의 근원이요 피로의 주범이다.


월요일에 담근 김치를 깜빡하고 오늘까지 밖에 놔두어서 다 시어버렸을까봐 너무 걱정했는데, 다행히 요 며칠 날씨가 좀 추웠어서 그런지 부엌 외벽 구석에서 되게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냉장고에서 저온숙성 들어갑니다. 김치가 맛있게 익어가서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내친김에 바나나 브레드를 구웠다. 김치 만드는 것과 케이크나 빵 굽는 것은 정말 보람찬 일이다. 인간이 어느정도 수고를 해 놓으면 나머지는 미생물이 알아서 하니까. 인간과 자연의 합작! 세기의 콜라보!! 이런 거창한 마음이 들고, 기다려서 얻은 결과물을 맛 보면 더없이 뿌듯하다.


바나나 브레드는 이번에 너무 잘 익어버린 바나나를 써서 설탕량을 아주 약간 5g정도(10%) 줄였더니 더 내 취향에 맛는 맛이 되었다. 사람에 따라 단 맛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낄 수 도 있겠지만 약간 덩어리가 살아있게 으깬 바나나가 씹힐 때마다 너무나 촉촉하고 달콤하고 환상적이다. 커피를 특별히 더 정성들여서 내려서 아침으로 먹었다. 사실 바나나 브레드는 오븐에 넣기까지 준비하는데 10분정도밖에 안걸리는데 그 중의 3-4분은 베이킹 틀에 끼울 종이 접는 시간이다. 대충 접어도 되고, 종이 없이 틀에서 바로 구워도 아무 지장 없겠지만, 대충 할 거면 구지 베이킹 왜하나 나가서 사먹지. 예쁘게 잘 접고 싶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실 논문 제출 후 주말엔 그동안 밀린 집안일 하며 잘 놀고, 월요일에 쉬고, 회사에 왔다 갔다 하고, 금요일이 되어버렸다. 정말 회사란 존재는 시간을 순삭시켜버리는 나아쁜... 하지만 필요한 존재다. 남편이 몇 달 전부터 여행을 가고 싶어해서 드디어 어제 밤에 내 생일주간에 맞춰 알프스의 호텔을 예약했다. 또한 여름에는 친구들이 놀러 올 예정이라 기대가 가득하다. 이제 머리 속에는 졸업 후 회사 다니면서 놀 궁리가 자리 잡아 버렸다. 사실 어제 밤에는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 별 것 아닌 것들이다. 남의 기준같은 것 신경 안쓰고 살려고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기준점이 좀 더 다양할 것 같은 곳으로 이사온거잖아. 현재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즐기고, 더 즐기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가며 살면 된다. 잊어버리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