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

friendship과 우정의 차이

한국인인 내가 느끼는 Friendship이란 단어와 우정이란 단어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호 번역되어 널리 쓰이고는 있다. 내가 착각하는 것인지 그냥 두 단어가 서로 상호 번역되기는 어렵지만 편의상 그렇게 쓰이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독일에 와서 살기 시작하고 부터는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별로 없다. 배움이나 연구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아는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한 의심이 자꾸 든다. 유럽과 동아시아는 아무래도 정말 정말 정말 다른 세계라서 그런가보다.


우정은 벗 우, 뜻 정. 친구와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그런 마음이라고 배웠다. 확실히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을 떠올려 보면,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걱정의 마음, 같이 보낸 즐거웠던 시간에 대한 추억, 다음에 만날 때 묻고 싶거나 듣고 싶은 이야기,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머리를 스쳐간다. 흡사 가족을 떠올릴 때와 같은 마음이다. 아니 오히려 가족에 대한 애정 + 수다 떨고 싶은 주제들까지 같이 떠오르니 어쩌면 오히려 더 깊은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가족 구성원간에도 우정을 나눌 수 있다. 남편과 내가 그런 것 같고, 아빠와, 남동생과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와는 잘 모르겠다. 엄마가 아프기 전이나 후나 우린 서로의 역할을 할 뿐인 관계였던 것 같다. 어떻게 엄마와 그럴 수 있냐고 놀라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 둘 다 그냥 그런 사람인가보다. 오히려 그런 점이 유전적으로 닮아서 그렇게 살아졌나 보다. 딱히 비극적이지는 않다. 남편만 해도 엄마와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로 아껴주는 것이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을 봐도 다 엄마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많은 대화를 한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관계를 가져 본 적이 없어서 딱히 상실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니까 사랑한다. 아무튼 지금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우정을 나눌래야 나눌 수 없는 가까운 관계도 있다.


하지만 Friendship은 내게 있어 좀 더 책임감을 요구하는 관계처럼 느껴진다. 배려를 통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좋은 관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룰도 지키고 하면서 쌓이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관계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 같은 느낌의 단어다. 가령 친구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내 기준에서 약간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선택을 한다면, 우정을 나누는 관계라면 그냥 내가 우려하는 것을 다 말 해 버릴 것이다. 하지만 friendship을 나누는 친구와는 일단 그 친구의 입장에서 그런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먼저 가중치를 확 두고나서 생각하며 응원을 해 주고, 조심스럽게 내 우려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한 두 가지만 말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이 되어 친구가 된 사람들과는 우정보다는 friendship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조심스러움 덕분에 친구들과 만나면 항상 즐겁고, 포지티브한 관계가 유지된다는 믿음이 있다. 반면 우정을 나누는 오래된 벗들이 주는 밑도 끝도 없는 안도감은 이 관계에 없는 것 같다.


친구를 사귀는 연령의 문제는 또 아닌 것 같다. friendship으로 시작해서 우정으로 발전하는 관계가 어릴 때도 있었고, 현재도 있다. 어른이 되면 아무래도 만날 수 있는 시간도 별로 없고 하니까 그 발전이 훨씬 느리기는 하지만 분명히 어른이 되어 사귄 친구도 최종적으로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릴 때 사귄 친구중에도 friendship으로만 머무는 편이 훨씬 좋은 사람도 있다. 내 멋대로 정의했지만 사실 friendship이 내가 느끼는 우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말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나는 내 안에서 이렇게 분리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최근에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한국에 사는 친구 셋이 독일에 놀러 올 계획을 하고 있고, 동시에 이 곳에서 만나 friendship의 단계로까지 발전한 절친 넷이 오늘 우리집에 놀러오는 계획을 해온 경험에서 느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나에게 있어 정말 엄청나게 중요하고 늘 사랑과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여름에 올 한국 친구들의 방문에 훨씬 더 흥분해 있다. 만남의 기회가 더 제한된 친구들이라 그런 것인가 생각했지만 그 이유는 전혀 아니다. 아마 얘네를 맨날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으면 싫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솔직한 마음이 드는 것조차 뭔가 되게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진다. 뭘 할 기대가 많은 것도 아닌데 그냥 마냥 좋다. 다만 오늘 초대하는 독일 절친들은 역시 아주 약간의 부담은 있다. 같이 보낸 시간의 밀도와 양에 따른 것이기도 하겠다만, 그렇게 따지면 더 오래된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상상해 봤을 때 아무래도 얘네들만큼 흥분 될 것 같지는 않다. (미안 ㅋㅋ) 아무튼 오늘은 소중한 독일 절친들이 놀러오는 날. 맛있는 것을 잔뜩 해서 먹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