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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게으름은 고양이를 따라 갈 수 없다.

지금 잠자리에서 읽고 있는 책은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라는 소설인데 거기에서 얼마나 본인들이(찰스 디킨스랑 윌키 콜린스인데 극 중 이름은 다름. 근데 본인들을 모에화 한 듯한 느낌이라 오글거려하며 보고 있다.) 게으른지에 대해 묘사하는데 되게 영국식 베베 꼬며 사카스틱하게 웃기는 문체라서 재미가 있다. 막상 여행기 자체는 나는 별로 재미 없고 문체가 감상 포인트인 듯.


이번 주말엔 정말 푹 쉬었다. 공부도 안하고 일도 집안일만 했다. 집안일을 좀 많이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던 거라서 좋았다. 코바늘뜨개로 바구니도 떴다. 그렇게 가고 싶던 이케아에도 갔다. 신제품라인 구경도 하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이케아 창가에 앉아서 오래오래 밥을 먹고 싶었다. 독일은 이케아식당 조차도 좀 덜 맛있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독일답게 양은 푸짐하다 (정량인 듯 하지만). 꽉 찬 주차장을 내려다 보며 먹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씨였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 처음 독일에 와서 집을 구하고, 이케아를 내 집처럼 들락거리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는 차도 없어서 15분 거리를 2시간을 걸려서 빙빙 돌아오는 기차와 버스를 몇 번씩이나 갈아타고 왔다 갔다 했었다. 무거운 매트리스도 그렇게 날랐다. 중간에 버스가 끊겨서 ㅅㅂ 매트리스 들고 걷다가 너무 헛웃음이 나와서 찍은 셀카도 있다. 그 매트리스는 결국 맘에 안들어서 리턴했다. 남편은 좋은 추억이 생겼다며 아련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셨다. 글쎄.


이케아에 다녀온 토요일은, 기념할 만한 우리집에 첫 식물을 들인 날이 되었다. 키가 큰 녀석을 초소형차 뒷자석에 비스듬히 싣고 조심조심 왔다. 침대와 안락의자 사이에 둘 작은 협탁도 하나 샀고, 김치통도 샀다. 이케아 쇼핑은 언제나 즐겁다. 어른들을 위한 어뮤즈먼트 파크다. 우리는 반쪽짜리 어른이라 이 날의 지출로 인해 이번주는 좀 아껴서 살아야 한다. 그래도 좋다.


일요일엔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의 친구들과 브런치를 느긋하게 먹고 집에와서 도큐멘터리 한 편과 영화 한 편을 봤다. 둘 다 내가 고른 것이 아니라서 그런가 완전한 만족감은 없었다. 밤에 본 넷플릭스 영화 디스커버리는 진짜 뭐야 싶은 애매모호함과 뒷끝을 남겼다. 얕은 세계관을 스타일과 로맨스로 밀어붙이는 시도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남편이 골랐는데, 남편도 지루해서 죽으려고 하다가 마지막에 화내더군. 우리만 이해를 못하나 싶어서 트위터에 검색해보니 스타트랙 디스커버리 보려다가 이걸 보고 멘붕한 사람의 글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는 동지애와 그래도 우린 스타트랙을 기대했다 이걸 본 참사를 겪은건 아니니까 하는 못된 안도감. 역시 뭐든지 내 선택이 나에겐 최고야.


운동도 했다. 45분짜리 High Intense Interval Training의 약자이던가 HIIT과 abs 트레이닝이 복합된 것을 하고 저승을 살짝 구경했다. 아니 도대체 왜이렇게 힘든겨. 평소에 그래도 짧게는 30분, 길게는 40분씩 운동하고, HIIT도 하고, 스트렝스 트레이닝도 했는데 이번거는 진짜 너무 힘들었다. 강도가 문제인건지 5-15분 더 하는게 원래 이렇게 힘든건지. 내 체력이 제일 문제겠지만, 원래 운동이란게 어렵고 힘들때까지 하는게 목적이니까 간만에 목적 달성해서 성취감은 있었다. 땀이 데굴데굴 흘러서 눈에 들어갈까봐 조심해서 떠야 하는 상태 진짜 오랜만이었다.


코바느질로 뜬 바구니에는 원래 과일을 담을 예정이었는데 사이즈가 애매하고 그냥 있는 실로 뜬거라 색깔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뭔가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함으로 이용해 봐야 할 것 같다. 점심 먹고 다시 한 주를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