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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할 타이밍을 놓쳤다.

아래 리스트는 지난 1주간 나를 죽여버릴 듯이 괴롭힌 장염(+생리까지) 때문에 미처 축하하지 못 한 것들이다.

  1. 졸업. 무려 성적도 우수하게 졸업했다. 최석사가 됨.
  2. 비자. 4년간 유럽에서 일 하고 살 수 있는 비자를 받았다.
  3. 취업. 학생으로 일하던 팀에 취직해서 풀타임 직원이 되었다. 정식직원과는 약간 차별대우가 있을 외주계약 형태지만 독일에서 정직원이고, 커리어에도 결코 나쁘지 않은 독일에서의 첫출발이다.
  4. 생일. 생일이었다. 몇 번째더라? 2019년이니까... 33번째. 삼땡! 삼월 삼일에 서른 셋을 맞이했는데 그걸 놓치다니!!! 억울하도다.

원래 근사하게 알프스 위의 작은 호텔에서 쉬면서 축하하려고 했는데 아파서 위약금 물고 취소했다. 아이고 배아파~~ 안그래도 아픈데 위약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마침 그 주말에 알프스에 태풍 왔다니까. 어쩔 수 없는거야.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딱 피날레를 장식하는 순간에 아파버려서 너무 괴롭다. 아프지 않았다고 해도 딱히 거창한 축하 계획은 없었지만, 남편이랑 진짜 오랜만에 여행가서 바람쐬고 맛있는 것 먹고 이런게 넘 그리웠는데 못하게 되어서 정말 아쉽다. 연말부터 정말 정말 마음에 부담감도 많고 힘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온게 너무 먼 일로 느껴진다. 여행이 너무 가고싶다. 낯선 도시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보고, 맛있어 보이는 것을 먹고, 순간순간 충실하면서 당장 뭐할지만 걱정하고 지내고 싶다. 그리고 도시가 그립다. 어서 몸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가까운 프랑크푸르트라도 가고 싶어. 도시... 모던한 카페에서 플랫화이트 시켜놓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 쬐고 싶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 파는 레스토랑에 기대감 가지고 들어가서 감탄하며 먹고 팁을 두둑히 주며 돈 버는 사람의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 아 진짜. 뭔가를 되게 오래 참았다. 그런데 병 때문에 또 참아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