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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어마어마한 고정지출

이제 영어와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 다른 공부도 할 것이 많지만 가장 눈에 띄게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실질적인 이득(이직, 연봉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역시 언어가 제일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에 어느정도 돈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단 시장 가격조사를 좀 했고, 현재로써는 튜터링이 가장 효과나 여건면에서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코 싸지는 않다. 그래서 이 지출이 내가 버는 것에서 기본 생활비를 제하고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인지 알 필요가 생겼다.


이제 들어오게 될 나의 월급을 기준으로 다시 한 번 우리집 두인간과 두냥이가 사는데 드는 Cost structure를 남편과 한번 써 봤다. 놀라운 점은 여러가지 추가 지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남편이 다음학기부터 학교 앞에 방을 얻어서 당분간 두집살림을 해야 한다)을 제외하고라도 고정지출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아파트 렌트비가 당연히 가장 큰 부분이고, 자동차 기름값과 보험료도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더 무서운 점은 현재 사는 아파트, 남편이 살게 될 WG, 그리고 자동차 유지비를 다 합쳐도 뮌헨에서 아파트 하나 구하는 가격이 안된다. 따라서 이사를 가는 것은 좀 말이 안되는 지점이다. 그래서 차를 사버린 것도 있다.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먹을 것과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싼 것이 별로 없는 독일임이 비로소 와닿았다. 그동안은 벌긴 벌었어도 기본적으로는 모아둔 돈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감각이 덜했다. 게다가 내가 학생이 아니게 된 후로 추가로 지출되는 것이 꽤 많아지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교통비가 확 올라갔고, 보험료, 은행 유지비, 애플뮤직 등 온갖 것에 대한 학생으로서의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사회가 배려해준 것인데 줬던 것을 빼앗는 것처럼 야속하게 느껴진다.


취직이 결정된 후 들떠서 오만가지 휴가 계획을 다 세워놨다. 친구들도 놀러오고 올 해는 놀 계획이 아주 많고, 이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이만큼 놀려면 절대 기타 지출이 늘어나면 안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놀기 위해 발전을 위한 재투자를 포기하다니. 그래도 일단 계획 해둔 것은 지켜야한다. 이성과 감성이 단호하게 그렇게 말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이번달은 당장 학원이나 튜터링등 돈을 쓰지 않고 한번 공부 계획을 짜 보는 것으로 했다. 33년간 쌓인 나에대한 데이터를 볼 때 나는 돈을 써서 엉덩이를 걷어차야 움직이는 타입임은 확실하다. 그걸 안하고도 잘 하고 있는 것은 운동 밖에 없다. 하지만 홈트레이닝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silver-lining 증거가 있으니까. 제대로 머리를 굴려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