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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햇빛은 고양이를 기분좋게 한다.


물론 사람도.


고양이들이 해가 들어오는 부분에 누워서 눈을 감고 따사로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긋하고 행복하다. 우리집은 밝은 편이지만 직사광선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아서 이렇게 햇빛 샤워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 것을 아는 듯 고양이들은 이 시간대에 반드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미리 사료로 배를 채우고 누워서 일광욕을 한다.


이런 관찰을 하고 있다보면 문득 이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거나,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요즘에는 꾹 참으려고 노력한다. 스마트폰 중독이 날로 심해져서 이제는 스크린을 너무 쳐다본 나머지 눈이 아플 지경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면서 일 하는데, 일을 잠시 쉴 때라도 주변을 둘러보며 이런 아름다움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가만히 다른 곳을 보다보면 묘한 죄책감이 든다. 이 것도 일종의 중독 증상 중 하나인 것 같다. 다른 곳을 보는 것이 멍하니 가만히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쉬어야 할 때라서 쉬는 것인데도 그렇다.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눈으로 훑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궁금했던 단어를 찾아보고, 관심도 없는 뉴스를 읽는다. 하지만 사실은 그 때문에 이 자연의 현상을,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리와인드 해서 볼 수 없는 것을 지나쳐 버리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일이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하늘을 바라보는 노르망디의 눈동자에 비친 하늘. 찻 잔 안에 천천히 소용돌이를 그리며 가라앉는 찻잎. 돌풍에 휘날아다니는 온 동네의 나뭇잎들이 만들어내는 중력과 상식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움직임 같은 것들. 잠시 가만히 있어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어제는 책을 좀 읽어보려고 했다. 이 것도 스크린에서 눈을 좀 떼고 있어보려는 노력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읽던 책이 두번째 읽는 것이라서 너무 순식간에 다 끝내버렸다. 결국 전자책을 켜서 새로운 소설을 하나 다운받았다. 그래도 전자책은 발광스크린은 아니어서 눈이 덜 피로하다. 그리고 호흡이 긴 이야기를 읽다보면 스마트폰을 통해 토막난 많은 정보를 볼 때랑은 달리 그래도 머리속이 좀 차분해진다. 그리고 최근에 느꼈는데,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세대 즉 젊은 작가가 쓴 글보다 그렇지 않은 세대가 쓴 글이 더 차분하다. 차분하다고는 했지만 영어 표현중에 down to earth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다. 좀 더 현실적인 감각이 있고, 주의를 빼앗기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경향이 세대별로 약간씩 다르게 드러난다는 것일 뿐 정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많이 존재한다. 물론 내가 다독가가 아니어서 이 것은 순전히 내 감상일 뿐이고 전혀 근거는 없다.


아무튼 당분간은 스크린을 보는 대신 멍하니 있는 시간을 늘려보자고 다짐했다. 드럼세탁기안에서 돌아가는 빨래를 보는 편이 스마트폰 발광 스크린을 보는 것보다 내 몸과 뇌에 더 필요한 것이라고 믿으려 노력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