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 지방을 말하는 것이다. 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마음을 다해 존경하는 중국인 쉐프님이 그 곳 출신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이 지역에서도 특히 슬럼화 되어있는 Ludwigshafen이란 공업도시에 위치한 Panda라는 이름의 작은 중국집 쉐프님이시다. 정말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 이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그 곳 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종의 마음의 고향같은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곳이다. 차가 없을 때는 기차를 타고 다녔고, 지금은 27키로 정도 떨어진 그 곳을 운전해서 간다. 20분정도 걸린다. 한 번 가기로 마음먹기 쉬운 곳은 아닌데, 갈 때마다 너무 기대되고 두근거리고 오늘은 어떤걸 먹을까 깊이 고민하게 되고, 오늘 먹기로 선택하지 못한 메뉴들 때문에 출발 전부터 아쉬워지는 그런 곳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충성을 바쳐 가던 분당 맛집들이 몇 있는데 나의 이러한 일편단심적 성향에 더해서 워낙 먹을만한 레스토랑 찾기가 힘든 이 곳의 특수한 상황까지 겹치니 지금은 사실 고향의 맛도 좋지만 이 중국집 음식이 가장 위로가 되는 one and only 음식이다. 한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만하임이나 프랑크푸르트에도 있지만 그 어느 곳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이 쉐프님의 음식에 대한 진중한 태도 덕분이다. 중국에서도 관광차 독일에 오시는 분들이 일부러 이 곳을 찾는다고 하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이 중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비해 재료의 신선도나 안전성을 믿을 수 있어서 마음편히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도 지금은 예전과 달리 대량생산되는 식재료의 안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 쉐프님은 재료, 특히 고기류는 절대로 신선하고 좋은 퀄리티여야 한다고 믿으셔서 직접 할랄도축하는 곳에서 비싸고 신선한 것을 떼오신다고 하셨다. 문득 떠올려보니 터키시 마트에서 파는 육류가 신선해 보였던 이유는 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깨달았다. 참고로 쉐프님은 이슬람교를 믿으신다고 들었다. 이 분의 고향이 실크로드로 통하던 길목에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인 듯 하다. 참고로 할랄고기는 이슬람교도들이 믿는 방식으로 도축한 고기를 말하는데, 이들은 코란에서 먹을 수 있다고(할랄) 한 종류의 고기라도 도축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안타깝게도 조리해서 판매는 하시지만 돼지고기는 드시지 않는다고 한다. 서빙 해 주시는 사모님은 종교가 다르셔서 드신다고. ㅎㅎ
2주만에 또 20키로 떨어진 중국고수님 식당 가서 국물 국수요리랑 곱창 볶음 먹고 왔는데 대존맛핵존맛분더바존맛이라 너무 감동받아서 쉐프님의 고향을 조심히 여쭙고 집에와서 산시성 음식에 대한 다큐 유툽에 있는거 다 봄... 하... 가고싶다... 산시...
— Choi kit out (@mingsss) January 25, 2019
결국 나는 산시성에 대한 음식 주제의 다큐들을 통해(EBS 아틀란스 추천) 그쪽 지방이 아주 오래부터 밀농사가 성했던 지방이고, 석탄이 나오는 곳이어서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부와 강력한 화력을 가진 덕분에 음식문화가, 특히 밀로 만든 음식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도삭면, 엄청 길어서 단 한가닥만으로 국수 한 그릇이 나오는 장수면, 젓가락면, 용의 수염처럼 엄청나게 얇은데 수타로 만드는 용수면 같은 것들이 다 이 곳의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기원전인 2500년 전부터 면을 먹었다니 그야말로 인류에게 있어 면의 스승님 격인 곳이다. 씨푸....
이 가게에서 처음먹어본 산시스타일 국수는 아주 매콤한 국물에 말아진 부들부들한 면인데, 국물맛이 진짜 특이하다. 매콤하고 새콤하고 짭쪼름하면서 먹을 때마다 다음 한 입이 당기는 중독성 있는 맛이다. 매운 것을 잘 못먹는 나는 처음에 음식이 서빙 되었을 때 풍기는 어마어마한 맵고 알싸한 향에 놀라는데, 막상 입에 넣으면 한국의 청양고추 매운맛과는 달리 알싸함만 있고 뜨겁게 통증을 일으키는 매운 맛은 덜하다. 각종 채소가 기름이 잘 볶아져서 토핑되어 면이랑 되게 잘어울리고 너무 맛있다. 만두도 직접 빚으시는데 면이랑 먹으면 완전 띵호와 하오쯔지만 이번달은 너무 바쁘셔서 못 만드셨다고 한다. 가만보니 신선하지 않거나 수급이 어려운 재료의 음식은 안파신다. 이런 점도 되게 믿음이 간다.
하지만 이 가게와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는 사실 쉐프님의 전공분야는 좀 아닌 쓰촨식 마파두부랑 중국식 돼지고기마늘쫑볶음(蒜苔炒肉 - 쓰완타이차오루?)이다. 익숙하고 아는 맛인데 고수의 손을 거쳐 새로운 차원을 맛볼 수 있어서 우매한 우리가 중국음식에 대한 무한 존경심을 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음식들이다. 돼지고기마늘쫑 볶음은 아예 메뉴에도 없고, 가게 벽에 중국어로만 써있다. 마늘쫑이 여기서 구하기 되게 어려운 채소인데 (이탈리아 상인에게서 구하신다고)
한 묶음에 2유로가 넘는다고 한다. 근데 많이 들어가야 맛있기 때문에 한묶음 다 쓰신다고 원가 때문에 남는거 적어 속상하지만 쉐프님 고집이라 어쩔 수 없다고 사모님이 은근 자랑하시는 모습이 귀여우셨다. 또 우리는 언제나 쫄쫄 굶다가 가서 어마어마한 양을 먹고 오기 때문에(중국인 4명 정도가 먹는 양을 우리 둘이 바닥까지 싹싹 핥아서 먹어치우고 온다 -_-) 늘 밥을 커다란 대접에 꽉꽉 눌러 담아다 주신다.
우리가 워낙 주는 대로 잘먹다보니 이제는 이것저것 다음단계(?) 식재료와 조리법의 음식을 추천해 주시는데, 대부분 조리시간이 오래 걸려서 미리 주문하고 가야 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이 식당을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다음번에는 추천해주신 라즈지(辣子鸡)와 바이잔지(白斩鸡)를 차례로 먹어보려고 한다. 너무 기대되고 벌써부터 미래의 내가 너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