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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저녁형 인간의 고군분투

이 세상은 아침형 인간들의 음모에 의해 순전히 자기들 멋대로 짠 시간표대로 흘러가고 있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같은 사람은 도저히 오전에는 능률적인 무언가를 하기 힘들다. 일단 침대에서 나오는 것 부터가 곤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출근 전에 일기까지 쓸 만큼 여유가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회사에 일찍 갈 필요가 없는 팀에서 내가 일 하고 있는 덕분이다. 


그래도 일단은 7시 전에는 눈을 떠서 앞으로 침대에서 기어 나가서 맞닥뜨려야 할 거친 하루를 상상하며 괴로워하고 벌써 피곤해져서 한숨 더 자고 싶지만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 하니까 결국 일어나야 하는 슬픔을 매주 겪고 있다. 반면에 저녁에는 오히려 정신이 또렷하고 맑아서 복잡한 계산이나 기획도 잘 되고 일 하기에 최상의 뇌 상태지만 아침부터 깨어 있었던 탓에 어깨랑 허리가 아파서 더이상 책상 앞에 앉아서 뭔가를 할 수 없는 몸 상태라서 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진짜 이건 너무나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 저녁형 인간을 위한 국가가 있다면 거기로 이민가고 싶다.


어제 오늘 유난히 빡치는 메일을 많이 받았는데 그 중 하이라이트는 비자 신청 관련해서 받은 답변이었고, 잊고 있던 2년 여 전 학생비자 신청할 때 겪은 울분과 믹스되어서 딥빡이 창자로부터 끓어올라와 터졌다. 그 때는 집을 구해서 계약서를 쓰고 그걸 시청에 등록하지 않으면 거주 비자를 신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집을 구하러 다니는데 집 주인 그 누구도 거주 비자가 없는 사람과는 계약 할 수 없다고 해서 진짜 수십명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하고 매달렸었다. 이번에는 또 회사가 나서서 그 꼬장을 부린다. 아니 진짜 일 할 사람 필요한게 님들 아녀? 게다가 나는 그 회사로서는 다른 대기업에 파견되어서 돈만 많이 벌어다 주는 알짜배기같은 사원 아닌가. 그 와중에 또 단촐하게 한 줄로 '노동허가 없이는 계약서를 쓸 수 없다'라고 내가 한 문의와는 관계 없이 나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이민청 정보를 읊고 있으니 내가 빡이 치냐 안치냐. 그리고 당연히 계약서가 없이는 노동 허가를 신청 할 수 없다. 결국 또 회사에게 다시 구구절절 내 사정 설명을 써서 보내고 선처를 부탁해야한다. 너무 피로하다.


그나마 여기는 메일을 받은 그 주 안에만 답장을 보내도 괜찮은데 반해서 한국에서 온 메일은 가뜩이나 번아웃된 나를 재가 되도록 들들 볶는다. 토요일에 보낸 메일에 주말은 어차피 일 안하는 날이니까 답변 안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비자 문제로 너무 바빠서 답변 안했다. 그 후에 돌아오는 원망 섞인 독촉메일. 저기요 나는 돈의 노예지 여러분의 노예가 아닙니다.


아무튼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세상은 지옥같고 난 PMS를 겪고 있고 논문은 아직도 갈 길이 먼데 데드라인은 3주도 채 안남았고 진짜 이 모든게 지나가고 나면 부귀영화가 찾아오지도 않는다니 너무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