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

몰아서 조금씩 하는 사람


친구가 저 이미지를 보내줘서 각자의 타입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어릴 때 생각이 났다. 


내가 과제나 과업을 제 때(적어도 데드라인 전에) 처리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고 부터다. 그 이전에는 일단 숙제를 제대로 기억해서 한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항상 숙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보면 반 친구들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숙제가 뭐였는지 내가 얼마나 ㅈ됐는지 알려주고는 했었다. 특히 방학숙제는 너무 싫었다. 아니 방학 때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도대체 왜 선생님도 숙제하는 기분으로 정한 것 같은 의미없는 방학 숙제를 해야 하는지, 그걸 또 바리바리 챙겨서 개학 날 가져가야 하는지 지금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개학날에는 어김없이 내가 까먹은 숙제가 얼마나 많았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숙제가 뭔지 받아적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판단에 '이건 할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안 적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그런다. 그러다보니 내 마음속에 생기는 불만은 이딴걸 숙제로 해서 무슨 발전이 있냐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학창시절에 숙제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교육 철학적으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지만... 어쨌든 하기 싫었다.


그런데 막상 일은 또 칼같이 한다. 마감을 어겨본 적은 내가 기억하는 한 몇 번 없다. 그 몇 번도 대게 내 사정보다는 쌍방의 사정에 의해 조율해서 변경하는 거지 어기는건 아니었다. 테스크 항목도 오히려 의뢰측보다 꼼꼼히 기록해서(그야 내가 더 전문가니까) 상대가 까먹은 것 까지 챙겨주는 편이다. '돈'이라는 보상이 모티베이션이기 때문에 알아서 잘 하게 되나보다. 페이스의 기본은 Type B 처럼 조금씩 나눠서 하는 편인데, 마감이 가까워 오기 전에는 절대 먼저 시작하지는 않는 Type C다. 그래도 전날 밤에 시작하지는 않고, 그럴 때도 있지만, 대게는 1주일쯤 전에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으로 계획이나 구상은 끝내 둬서 1주일이면 널널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논문은 5개월의 시간이 있지만 결국 1개월 만에 써야만 하게 되었다. 쓰다보니 약간 내 스스로를 과대 평가한게 아니었나 하는 후회가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초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_-; 가끔은 이런 초능력 발휘 경험이 나를 성장시키기는 하더라. 아직 3주정도 남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