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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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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게 살고 있는걸까 내 집 벽에는 똑같은 문구의 큰 액자가 두 개 걸려있다. 어제 몸이 안좋아서 재택 근무를 하면서 눈 앞에 벽을 바라보다가 '아뿔싸, 맞다, 나 이렇게 살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asshole이 누구인지는 사람이나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스스로를 초라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정당화를 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저 문구가 찍힌 작품을 살 때의 내가 너무 자존심 상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저게 어렵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가훈으로 삼기로 했고, 그래서 더더욱 지킬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현재 내가 asshole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대게 아래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살던 방식을 바꾸기 싫어한다. 살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싫고 좋은 것에 대한 이유가 표면..
일인 생활 첫 날 감상 아침 6시 45분경에 일어났다. 알람이 울리기 5분쯤 전이었다. 긴장한 날은 늘 이렇게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깬다. 아니면 그냥 약간의 시차적응 중인지도 모른다. 물 한잔 마시기 전부터 고양이들이 밥달라고 졸졸 따라다녀서 아침밥을 챙겨줬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삼사십분 가량 해가 뜨는 것을 멍하니 지켜봤다. 배가 살짝 고파서 썰어서 얼려둔 바게뜨 두조각을 토스트기에 데워 먹었다. 그리고 15분만에 정리와 나갈 준비를 마쳤다. 고양이들과 긴 인사를 하고 8시 약간 넘어서 출근길에 올랐다. 보통 일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 7시 30분 경이다. 도로에서 쓰는 시간까지 대략 11시간을 회사를 위해 쓰는 셈이다. 들어오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청소기를 돌렸다. 20분정도 걸린 것 같다...
서울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서울 외에서 산 지 벌써 7년 이상, 십년전에 토론토에서 산 것까지 합하면 9년 이상을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았다. 사실 워낙에 큰 도시라서 내가 아는 곳은 별로 안된다. 고향인 서대문구 일대, 입시미술과 취미 생활을 위해 뻔질나게 찾던 홍대를 중심으로 한 마포구 일대, 약속장소로 선호하던 종로구, 대학교를 다녔던 건대주변 광진구, 그리고 회사생활 하면서 주로 떠돌던 강남구와 서초구. 이 외의 19개 자치구는 몇 번 가 본 적 조차 없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 번 째 한국을 방문하는 것인데, 늘 한겨울에 방학일 때만 가다가 이번에는 날씨 좋은 가을에 가서 그런지 유독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번에 구지 짧은 일정으로 방문한 이유는 아픈 엄마와 고생이 많으신 아빠와 남동생을 보..
2019년 8월의 마지막날, 소림사에 가다. 2019년 8월의 마지막날, 소림사에 가다. 유럽에 있는 유일한 소림사에서 여는 축제에 다녀왔다. 작은 소림사 문을 지나 들어가면 산 속에 고즈넉한 독일식 단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소나무와 대나무, 온갖 나무들이 키크게 자라있는 소림사 정원이 있다. 바람소리 들으며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몸과 머릿 속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은 마굿간과 아기자기 옹기종기 놓여있던 생활의 흔적들도 참 좋더라. 유럽에 와서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는데도 마음이 편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가장 기대했던 무술 수련 시연, 체험, 그리고 명상의 시간 내가 얼마나 나약한지 처참하게 알 수 있었다. 행사막바지쯤 참여한 사람들이 소원을 적은 풍선을 날려보냈다. 여름의 막바지에 보물처럼 발견한 ..
소림 쿵푸 18가지 기본 동작을 해 봤다. 유투브에서 찾은 소림 쿵푸 기본동작 18가지를 따라 해 봤다. 선생님이 동작 1부터 18까지 차근차근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시범 보여 주시고서 두 명의 다른 수련생과 연속 동작으로 따라하도록 편집 되어 있다. 무술을 전혀 배운 적 없는 나와 남편은 당연히 제대로 흉내도 못 내면서 40여분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끝을 보는 것을 목표로 따라했다.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40분 약간 넘게 걸렸다. 진짜 힘들었다. 소림 쿵푸 기본동작 18가지 왜 쿵푸? 왜 뜬금없이 쿵푸에 관심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유투브나 기타 미디어에서 내 관심사를 은근슬쩍 큐레이팅 하는 것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쿵푸 관련 영상을 하나 둘씩 보게 되기까지 쿵푸에 관심이 전혀 없었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오락 영화를 ..
기록은 하지만 다시 들여다 보지는 않는다. 새로운 블로그를 기획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모으거나 공부를 하며 기록하는 것들을 한 군데에 모아 둘 공간이 필요해서도 있고, 물리적인 기록 장소를 가짐으로 인해 조금 더 모티베이션이 될 것 같은 희망 때문도 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내 현재 주 돈벌이가 되는 기술인 UX 디자인에 대한 이론적 공부와 keep up with new techniques를 위한 코너, 그리고 근미래에 나와 남편의 주 일이 될 맥주 브루잉, 브루어리 운영 밸류체인, 맥주 산업, 무역에 대한 정보를 야금야금 모아 보는 코너를 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그냥 취미 생활 하면서 스스로 뿌듯한 것들 전시하는 용도로 쓸 예정이다. 내 사소하고 다양한 취미 생활/라이프 스타일 토픽에는 역시 요리, 베이킹, 커피, 책읽기, 뜨게질, 식물,..
나태인가 나른인가 아래 영상은 별 상관없는 우리집 고양이 동영상 노르망디(6세)가 잘 준비하러 내 베게로 올라오면서 이미 베게 사이에 자리잡은 요를레이(7세)에게 허락을 받고 지나감 이 일기장 블로그에 비디오 저널이란 카테고리가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고 뭘 위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가끔 찍어둔 동영상들을 올리는 곳으로 써야겠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찍어만 두고서 다시는 플레이 해서 보는 것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나라는 인간이다. 난 놀라울만큼 나태한 인간이고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남들이 나보다는 부지런 할 것이라는 대책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스스로를 나태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머릿속으로 뭔가 할 것을 생각은 하지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엔 미루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미루면 어차피 하..
OOP in Europe 친구들이 다녀갔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었지만 제법 알차게 넷이서 독일 중서부와 파리를 돌아다녔다. 독일에서는 내가 사는 곳, 그리고 근처의 관광 도시 하이델베르크, 숙소가 있던 만하임, 또 끝없는 와인밭이 내려다 보이는 요하니스베르그 성을 둘러 보았다. 파리에서는 둘둘씩 또는 각자 찢어져서 가고 싶은 곳을 보고, 저녁에 만나서 식사를 같이하는 여정을 했는데 제법 괜찮았다. 8월 초 한창 휴가철의 파리는 지난주의 무시무시한 더위가 한 풀 꺾여 여행하기 더없이 훌륭한 날씨로 반겨줬고, 그래서 베르사유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래도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 오랜 친구들과 같이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록 짧았지만, 너무나 멋진 거리에 넋을 잃고 걸어다녔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