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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기록은 하지만 다시 들여다 보지는 않는다.

새로운 블로그를 기획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모으거나 공부를 하며 기록하는 것들을 한 군데에 모아 둘 공간이 필요해서도 있고, 물리적인 기록 장소를 가짐으로 인해 조금 더 모티베이션이 될 것 같은 희망 때문도 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내 현재 주 돈벌이가 되는 기술인 UX 디자인에 대한 이론적 공부와 keep up with new techniques를 위한 코너, 그리고 근미래에 나와 남편의 주 일이 될 맥주 브루잉, 브루어리 운영 밸류체인, 맥주 산업, 무역에 대한 정보를 야금야금 모아 보는 코너를 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그냥 취미 생활 하면서 스스로 뿌듯한 것들 전시하는 용도로 쓸 예정이다. 내 사소하고 다양한 취미 생활/라이프 스타일 토픽에는 역시 요리, 베이킹, 커피, 책읽기, 뜨게질, 식물, 발코니 농사, 운동, 집청소/정리, ... 등이 있다. 그림그리기도 넣을까 하다가 요샌 정말 안그리는 것 같아서 뺐다. 심지어 요새는 유투브 말고는 영상도 잘 안본다. 넷플릭스 조차 조금 지겨워졌어.

 

사실은 유투브를 통해 영상으로 기록을 남길까 생각도 해 봤지만 아무래도 내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퀄리티로 영상을 송신하려면 편집 시간이 너무 많이 들 것 같고, 제대로 된 장비도 없고, 요즘에는 회사 랩탑 외에는 편집용 유로 프로그램도 안깔아놨다. 수시로 내킬 때 업로드가 가능하지 않다면 나색기는 분명 얼마 안가서 관둬버릴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전통적이고 익숙한 플랫폼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목표는 없다. 그냥 하기.

 

그리고 또 곰곰히 과연 이게 의미가 있는 짓일까 생각을 해 봤다. 왜냐하면 나는 사실 책 읽으면서 메모도 하고, 작은 수첩에 이것 저것 필요한 기록은 많이 하는 편인데 막상 그걸 꺼내서 다시 들여다 보는 일은 별로 없다. 진짜 가뭄에 콩날정도. 그러고보니 가뭄에 콩은 안키워 봤지만 가뭄+폭염에 시금치, 고수, 바질, 파슬리는 키워봤다. 그 중에 가장 싹도 안트고 어려웠던게 파슬리다. 따라서 가뭄에 파슬리를 무성하게 키울 확률로 내 기록을 들여다 본다고 정정하겠다.

 

그러다가 깨달은 점은, 트위터에 식물 사진을 가끔씩 올리는데, 나의 비루한 진보를 같이 축하하거나 관심 가져 주는 분들이 째끔 계셔서 어쩌다보니 몇개월 꾸준하게 간간히 사진을 찍고, 업로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간차를 둔 기록 타래를 가지게 되었다. 아, 아무리 내가 혼자 잘 노는 인간이라도 관심과 좋아요(...)는 컨텐츠 크리에이터의 양분이구나 하는 깨달음 모먼트가 있었다. 난 이런 블로그형 일기장에 거의 수십년(...) 일기를 쓰면서 나는 누군가 읽지 않아도, 반응해 주지 않아도 잘 하는 인간이라고 좀 스스로를 과대평가 했었나 보다. 일기는 그냥 습관이 되었지만 다른 아직 습관이 안 된 아기 취미들은 칭찬도 해주고 관심과 물과 햇빛을 줘야 자라난다.

 

그래서 인류가 꾸준이 온갖 소셜 미디어를 반복해서 창조해 내면서 온갖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것이겠지요.

 

블로그를 하나 정도 새로 파는 것은 딱히 환경에도 큰 부담이 안되고, 돈도 안들고, 아무튼 언제 시작해서 얼마나 오래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하다 관둔 것들의 성질을 분석하며 이번에도 또 한번 시도해 보고자 한다. 이 일기 쓰고 20분정도 작업해서 여기에 링크를 해 둬야지.

 

블로그를 새로 파는 대신 여기에 그냥 카테고리를 추가 했다. 괜히 인생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