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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Video Journal

나태인가 나른인가

아래 영상은 별 상관없는 우리집 고양이 동영상

노르망디(6세)가 잘 준비하러 내 베게로 올라오면서 이미 베게 사이에 자리잡은 요를레이(7세)에게 허락을 받고 지나감

이 일기장 블로그에 비디오 저널이란 카테고리가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고 뭘 위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가끔 찍어둔 동영상들을 올리는 곳으로 써야겠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찍어만 두고서 다시는 플레이 해서 보는 것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나라는 인간이다.

 

난 놀라울만큼 나태한 인간이고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남들이 나보다는 부지런 할 것이라는 대책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스스로를 나태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머릿속으로 뭔가 할 것을 생각은 하지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엔 미루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미루면 어차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 그냥 머릿속에서 캔슬해버린다. ㅋㅋㅋ 따라서 죄책감도 없다. 정말 사는데 꼭 필요한 것만 울며 겨자먹기로 하면서 사는 듯 하다. 회사 생활이 문제인데, 다행인 것은 업무량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물론 잡다한 것을 파고들어 얼마든지 스스로 무덤을 팔 수는 있지만 조직 자체에 거는 기대가 없기 때문에 모티베이션이 뚝 떨어진 상태이다. 그리고 불굴의 경영학을 공부한 학도로써 내 모티베이션이 떨어지는건 내 탓만은 아니라고 배웠다. 그러니 남 탓을 하겠다. 아무튼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게을러지고 있고, 게으름을 정당화 할 만한 이론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두둥. 내가 과연 나태한가 아니면 단순히 나른한 상태인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이상하게 부지런한 구석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식물 관찰/기록, 고양이의 모식주 관련 토픽에 대해서는 매일 리서치를 꽤나 꾸준히 하며 관찰일기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쓰고 있고 뭐 그렇다. 또 뭐가 있지, 내 스스로의 식생활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루틴이나 습관을 만드는 중이다. 운동도 지금은 조금 게으름 피우고 있지만 파리 여행 가기 전까지만 해도 주 3회씩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으으 다시 시작해야지. 영어나 독일어는 (한숨) 살기 위해 늘 적어도 매주 새로운 표현을 배우거나 알던 것을 다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살고 있다. 놀랍게도 일은 하기 싫지만 일을 잘하기 위한 스킬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 책도 매달 2-3권씩 읽고 있다. 이정도 소독하는걸 책을 읽는다고 말하기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 보면 전혀 안읽는 경우가 허다해서 0에 비해서는 훨씬 많으니까 치기로 한다. 게다가 빨리 읽지 않기 때문에 시간도 제법 쓰는거다. 뜨게질을 해서 집안의 필요한 덮개나 깔개들도 종종 생산한다. 은행 계좌도 바꿨다. (독일에선 이 것이 매우 큰 일이다.) 그래서 그런가 제법 바쁘다.

 

앞으로 개선을 바라는 점은 삶이 좀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현재도 조금밖에 안느끼기는 하지만 불안감을 더 줄이고 싶다. 주중에 출퇴근시간 포함 일하고 돈버는데 쓰는 시간이 10시간이고, 잠을 8시간 자니까 결국 남는 6시간을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 6시간도 온전한 내 시간이 아니다. 주중엔 밥이나 잘 챙겨먹고, 먹고나서 설거지 잘 하고, 고양이들 물, 밥 잘 챙겨주고 화장실 잘 치우고, 매일 샤워하고, 보습제 바르고, 떨어진 생필품들 사서 채워넣고 뭐 이런거만 제대로 깔끔하게 하고 살기에도 품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는 것 같다. 그래. 기왕 이 상태를 개선하기로 마음먹은거 스마트폰을 항상 소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스마트폰 들여다 볼 시간에 차라리 멍을 때리자. 그래서 안구 건강이랑 경추 건강이라도 챙기자. 끙. 그리고 멍 때리는 시간에 생각해보자. 어떻게 시간 소요분을 카테고라이징 하고 단순화 시킬 수 있을지.

 

그러고보니 지난달쯤에는 돈 지출에 대해 이런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은행 옮기자였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