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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

소림 쿵푸 18가지 기본 동작을 해 봤다.

유투브에서 찾은 소림 쿵푸 기본동작 18가지를 따라 해 봤다. 선생님이 동작 1부터 18까지 차근차근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시범 보여 주시고서 두 명의 다른 수련생과 연속 동작으로 따라하도록 편집 되어 있다. 무술을 전혀 배운 적 없는 나와 남편은 당연히 제대로 흉내도 못 내면서 40여분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끝을 보는 것을 목표로 따라했다.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40분 약간 넘게 걸렸다. 진짜 힘들었다.

 

소림 쿵푸 기본동작 18가지

왜 쿵푸?

왜 뜬금없이 쿵푸에 관심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유투브나 기타 미디어에서 내 관심사를 은근슬쩍 큐레이팅 하는 것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쿵푸 관련 영상을 하나 둘씩 보게 되기까지 쿵푸에 관심이 전혀 없었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오락 영화를 통해 접해서 진정성이 없을 수는 있지만 성룡이나 이연걸 영화를 통해 삶의 일부로써의 쿵푸 개념을 되게 좋게 인식하고 있었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수련이 삶 속에 인터그레잇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자애를 여자애답게 키워야 한다는 편견에 의해 운동 쪽은 완전 포기한 채로 피아노 학원이나 글짓기 과외 같은걸 받았고, 자전거나 수영같은 기본적인 운동도 20대 중반을 넘어 스스로 돈을 벌어 자전거를 사고, 수영 강습비를 낼 수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배울 수 있었다. 운동과 너무 거리가 먼 삶이었다보니 당연히 무술도 내게 당장 필요한 것이란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그러다 지난 2-3년간 독일에서 심심하게, 하지만 밖에 아무때나 나가서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위협을 느끼는 환경에 살면서 막연하게나마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 대학원에서 만난 친구 중에 아주 미인이고 날렵한 친구 한명은 합기도 유단자여서 뭔가 그 당당함이나 매력이 부러웠다. 그 친구가 한동안 나보고 같이 도장 다니자고 꼬셨었는데 그 때 시간도 있고 할 때 시작했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better late than never.

 

쿵푸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이름만 말하면 다 뭔지 대충은 알고 있고, 독일 시골인 이 곳에도 도장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 유명세가 가장 매력적이다. 살면서 언제나 뭔가를 배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유명한 덕분에 관련 컨텐츠도 많다. 스토리를 즐기며 롤모델을 찾을 수 있는 영화를 비롯해서 이런 기본 동작 알려주는 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익숙해서 친근한 외모의 사람들이 가르쳐주는 아시아 무술인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강해지고 이기는 것을 위해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 과정에 동양 사상이나 철학이 녹아있어서 몸을 단련함과 동시에 배우는 점도 많고 좀 더 체질에 맞는 느낌이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내가 무술을 배우게 된다면 쿵푸나 태권도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소림사에 다녀온 사람들 영상을 보거나 하면서 쿵푸는 최근에 나와 남편 사이에 핫 한 토픽이 되었다.

 

따라하면서 느낀 점

생각보다 잘 따라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리고 남편도) 몸치라서 오른쪽 왼쪽 손과 발을 반대로 뻣거나 휘두르거나 아무튼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은 엉망진창이었고 어려웠다. 그런데 기본 자세, 스퀏이 기반인 활자세, 말자세, 새자세 같은 것들의 정지 동작은 제법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근력 운동을 야금야금 하면서 지구력이나 유연성이 좀 길러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되게 뿌듯하고 난 결국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고, 내년엔 더 나은 사람이 되겠구나 하는 자만심이 차오른다. 하지만 쿵푸에선 이런걸 경계하라고 할 것 같아.

 

끝까지 따라 하고서 느낀 점

일단 정말 좋은 하체 운동이자 스트레칭이었다. 따라서 되게 힘들고 땀도 엄청나게 많이 흘렸다. 다 하고 나서 남편과 거의 동시에 한 말이 몸이 정말 개운해졌다는 것이다. 나는 머리까지 맑아진 기분이었다. 40여분 밖에 안되는 짧은 운동시간 이었지만 중간에 되게 여러번 포기할 생각을 했다. 남편이 계속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했다. 그 때마다 일단 따라 하든 못 하든 끝까지 해보기나 하자고 했다. 18동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두번은 정말 어렵고 잘 이해조차 안되어서 진짜 포기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고서 다 끝냈다. 마지막에 마무리 스트레칭 시퀀스가 나왔을 때 되게 기뻤다. 그나저나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챙겨주다니 정말 상냥하다. 

 

다 하고 샤워를 하면서 느꼈는데 평소의 근력 운동이나 고강도인터벌 트레이닝 때와는 달리 몸에서 엄청난 열이 발산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흘린 땀의 양은 그 이상이었다. 신기했다. 나는 수영만 해도 몸에 열이 엄청나게 나고 오히려 얼굴 외에는 땀을 별로 안흘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은 어쨌든 좋은 운동이고 균형 잡는 연습, 킥까지 골고루 섞인 운동 동작은 진짜로 좋은 훈련임에는 틀림 없다고 느낀다.

 

앞으로는?

한 번 더 할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30분짜리 운동도 매일 못하니까. 그래도 동작이 18개 밖에 안되니까 한 번에 하나씩 제대로 연습한다 생각하고 꾸준히 해서 18일 째를 마치는 날에는 쿵푸 기본 동작을 다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거니까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 유투브 영상 댓글에 6개월 동안 매일 했더니 몸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자랑이 있다. 내가 6개월간 매일 수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동작을 다듬는 연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저 18가지 동작만 다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미 되게 훌륭한 자세, 근지구력, 유연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니까 손해 볼 것이 없다. 일단 내가 어떻게 할 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