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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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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좌일 연말이니까 구지 기억을 짜내서 올 해의 아쉬웠던 점을 생각해 본다면, 뭔가를 놓치지 않으려고(?) 우왕좌왕 하다가 시도조차 대충 하고 말아버린 일도 많고, 하다가 관둔 것도 많고, 무엇보다 많은 아웃풋이 없었던 것 같다.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잘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훈을 좀 얻어서 오늘부터 좀 더 잘하려면 아무래도 내 삶에도 좀 어자일 메쏘드를 이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단 뭐든 단순하게 마음먹고 쉽게 시작해서 얼른 결과물을 보고, 거기서 배워서 다시 다음에 약간 더 잘하는 방법으로 많은 결과물을 내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 첫 마음을 다지고자 되게 러프한 위의 그림을 그렸다. 십오분도 안걸렸고 완성도 같은건 전혀 없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풍경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었다...
독일에서 둘이 같이 보내는 첫 연말 올 해는 네 번째로 맞는 독일 이주 후의 연말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남편과 나 둘 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고 있다. 작년까지는 둘 중 하나는 한국에 있었다. 올 해는 나는 휴가가 더 이상 남지 않아서 연말에 일하기로 했고, 사무실에 가봤자 아무도 없으니까 그냥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면조는 학교가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는 기간이라 둘 다 집에서 고양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올해 마지막 주말 일요일인데 정말 조용하고 느긋하게 보내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독일에 적응을 했는지, 일요일에 상점들이 열지 않는 게 더 이상 불만이 아니라 정말로 오롯이 쉬는 날을 갖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일요일에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산책 정도다. 그래서 오늘은 산책을 했다. 둘 다 따로 ..
연말 분위기 생각해보니 12월엔 늘 기말고사 때문에 정신없다가 방학 후 한국에 가서 연말을 보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낀 적은 또 처음이다. 하루 종일 캐럴의 멜로디를 흥얼대는 동료들(한 구절만... 으으), 묘하게 들뜬 얼굴로 인사하는 지인들, 그리고 각종 '올해의 마무리' 스카잎미팅들. 나도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오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오급 초콜렛 한 박스랑 자그마한 향초 하나씩을 제일 좋아하는 동료들에게 선물했다. 작은 손편지도 썼다. 다들 생각도 못했는데 감동했다고 꼬옥 안아주며 막 눈물까지 글썽댔어. 그럴 것 까지야. 흠흠. 어쨌든 다들 기뻐해 줘서 나도 즐거웠다. 오늘은 올해의 마무리 팀 회의와 부서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일단 넘나 다국적 기업이니 모든 회의는 스카잎콜을 통해 이루어..
정성스럽게 스스로에게 아침을 정성스럽게 차려주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어제 퇴근 후 집에 와서 너무 배가 고파서 밥을 먼저 먹었다. 사실은 일요일 저녁에 반찬을 만들어 뒀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밥을 지어서 먹을 생각이었지만 밥이 다 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을 만큼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냥 토요일에 만들어 먹고 남은 라자냐를 전자레인지에 덥혀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애초에 나에겐 너무 적은 1인분이었는지 배가 별로 차지 않았다. 그런데 운동도 스킵하고 밥부터 먹은 만큼 배가 부를 만큼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설거지 및 주방정리, 청소기 돌리기, 고양이들 챙기기를 다 완수하고 나니 소화가 약간 된 느낌이라 운동을 하기로 했다. 격한 운동이 하기 싫을 만큼 졸리고..
포근포근 슬립로브 너무좋아 최고야 로버트 드니로가 아이리시맨에서 (예전에 인턴에서도 그렇고) 너무나 멋진 파자마 패션쇼를 선보여서 한동안 파자마 검색에 푹 빠져 있었다. 파자마도 파자마지만 그 위에 꼭 걸치고 허리끈도 야무지게 맨 로브들이 하나같이 너무 멋졌다. 패턴도 되게 고급스럽고, 소재도 아마도 실크거나 실크가 혼방된 되게 좋은 것처럼 보였다. 겨울철에 파자마를 입고 그 위에 따뜻한 로브를 걸치고서 고급진 1인용 쇼파에 앉아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모습이 나에겐 어쩐지 성공의 이미지로 그려질 만큼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몇 주간 잠옷 위에 보온을 위해 입을 용도로 로브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 어제 쇼핑 갔다가 엄청 세일을 하고 있는 초 보들보들한 극세사 로브를 발견해서 쾌재를 부르며 샀다. 내가 바라던 고급스러운 타탄체크의 플란넬같은 ..
13일의 금요일 13일의 금요일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좋아한다. 그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져도 다 날짜와 요일의 조합 탓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어차피 무서운 일은 매일매일 일어나지만 그 탓이 나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우연의 탓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아주 관대하다고 할 수 있겠다. 13일의 금요일은 관대한 날이다. 나도 관대하게 하루를 살아야지. /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컨디션이 엉망이다. 기분도 따라서 영 편안하지가 않다. 뭐가 먼저 잘못된 것인지 둘이 우연히 같은 시기에 내 심신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어제는 하루 종일 두통이 너무 심해서 일도 회의도 뭐 하나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점점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뭐 하나 제대로 못하고 넘어갔을 때 불만과 불안이 커진다. ..
책 읽는게 너무 느려 벌써 한 달이 넘게 읽고 있는 책이 있다. 그것도 처음부터 시작하지도 않았다. 언젠가 읽고 관둔 약 4분의 1 정도 되는 시점부터 읽기 시작한 것 같아. 원래 다독을 한다거나 속독을 하려고 시도조차 해 본 적 없는 나지만 영어로 된 책이어서 그런지 한 줄 한 줄 씹어서 소화시키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책이라 그런지 한 번에 8-9쪽 밖에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남은 분량을 8로 나눠봤을 때 앞으로 3주는 더 읽어야 한다. 아마도 올해를 마무리하는 책이 되겠군. 한국어 책은 좀 더 빠르다. 하지만 올 해 끝까지 읽은 책 제목을 기록한 노트를 보니 매달 1-3권의 책을 읽어왔을 뿐이다. 11월엔 한 권도 끝까지 읽은 책이 없다. 2018년 4월부터 끝까지 읽은 책 제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8년..
계속 계속 미루고 있는 것들 요즘 연말 바람이 들어서 자꾸 사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막상 시원하게 지르지는 못(안)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없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서다. 난 과연 필요한 것은 다 가진 인간인 것인가. 그리고 일단 물건을 하나 새로 들이려면 내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러는 품목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아직 캣타워도, 나이트가운도, 겨울철용 코트도, 잠옷도, 자동차용 핸디 홀더도 새로 못 사고 있다. 해야 할 것 중에서 사실 올 해 안에는 언젠가 시작 할 줄 알았는데 못한 것이 공부/케이스스터디 용 블로그 만들기이다. 했던 일이나 공부한 것 중에 잘 정리만 해 두면 써먹을 곳이 있는 포인트가 많은데 이걸 전혀 정리 안하니까 그냥 역사속에 파묻혀 장기기억 속에서도 디테일이 다 날라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