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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1711)
첫 분갈이 지난 봄에 산 야자수가 너무 커버려서 자기들끼리 휘청대다가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었기에 분갈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일요일에 면조와 상의 후 월요일 퇴근길에 obi에 들러서 화분과 흙을 구입했다. 그런데 왜 화분보다 화분 받침이 더 비싼걸까?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다. 아무튼 식물에게 좋다는 테라코타 팟을 샀다. 어쩐지 진정한 식물인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아서 면조가 기차 타러 가기 전에 아침 일찍 같이 분갈이를 했다. 정말 잘 생각한 것이었다. 나는 쫄보라서 더더욱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좁은 화분 안에서 되게 많은 가지가 자라다보니 뿌리가 화분모양으로 빼곡하고 빡세가 자라 있었다. 흙이 있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아니면 흙을 흡수하면서 자라나? 그럴 리는 없..
집단적인 실망과 당황과 공포 때는 바야흐로 전염병의 시대 (!) 당혹스러운 뉴스가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고 있다. 전염병을 다룬 문학작품들(그래봐야 페스트 빼고는 좀비물만 읽은 것 같지만)이 그린 한탄스러움이 문학적 허구만은 아니었다. 퍼지는 경로도 비슷하고, 사람들의 의식 변화도 비슷하고, 확진자를 욕하고 물어 뜯는 것도 비슷하다. 병과 혐오가 뒤엉켜서 악의적인 기운이 전세계에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한 집단이 그 비난의 중심에 있다. 처음에는 그 비난의 대상이 막연하게 '중국'이었는데, 이제는 대놓고 욕해도 괜찮은 사이비 종교집단이 되어서 더 많은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정부를 늘 까왔던 사람들은 모든 잘못을 정부로 돌리고 있다. 아무튼 욕할 대상이 몹시도 필요한 순간인가 보다. 아무튼 바이러스 전파의 중심에 선 것..
사주팔자 갑자기 만세력으로 사주 팔자를 스스로 해석해보는 플로우가 트위터에 돌아서 나도 말려 들어서 조금 전까지 해석을 열심히 읽었다. 6시 조금 넘어 일을 마치고 운동하고 밥먹고 씻고 사주팔자 해석을 읽은 것 뿐인데 벌써 잘 시간이다. 사주 풀이는 킬링타임으로 적절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남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몇가지 중요한 용어는 메모까지 해 가면서 열심히 읽었다. 내가 이해하기로 사주란 내가 태어난 연, 월, 일, 시의 정보를 가지고 같은 해/날/시에 태어난 사람들이 공유하는 특성을 정리해 둔 일종의 통계학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나라는 인간을 꼭 여기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키워드들의 연결점과 방향성이 꽤 일관적이라 재미가 있다. 그리고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대체..
태풍이 지나간 날 강력한 태풍인 사비나가 서유럽을 지나가고 있다. 바람소리가 무시무시했던 일요일 오후에 발코니를 최대한 정리했다. 날아갈 만한 것이 없도록 들여놓을 수 있는 것은 들여놓고, 그렇지 못하는 것들은 최대한 구석에 옹기종기 겹쳐서 모아놨다. 그 와중에 요를은 신나서 베란다를 뛰어 다니며 바람을 쐬었다. 다른 고양이들은 무서워서 집사 옆에 바짝 붙어서 와들와들 떨었다는데 우리 고양이들은 태풍이 한참 지나가는 오밤중에도 별 생각없이 쿨쿨 잘 자는 것 같았다. 요를이야 귀가 안들린다 치고, 노릉은 밤새 윗집 베란다에서 나는 뭔지 모르는 철같은게 쾅쾅 부딪히는 소리를 어떻게 신경 안 쓸 수 있었던걸까. 평소엔 그렇게 세상 모든 것에 겁을 내면서. 알 수 없다. 그런데 막상 나도 이정도 태풍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
슈투트가르트 당일치기 방문일기를 썼으나 티스토리 에디터 오류로 싹 날렸고 나는 오늘 하루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티스토리 글쓰기가 나에게 심한 짓을 해서 엄청 길게 쓴 일기가 다 날아갔다. 아이패드에서 이미지 복사/잘라내기 후 다시 붙여넣기 하면 에디터가 망가져 버리고 다시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럴거면 임시저장 기능은 왜 있는건지 모르겠고 제대로 동작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싹 다 날아갔다. 하아...... 뭔가 다른걸로 갈아타고 싶은 요즘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도시였고, 혼자서 하루종일 재미있고 알차게 돌아다녔기 때문에 정말 길고 자세하게 정보도 줘가며 썼던거라 다시 쓸 의지가 없다. 에디터 바뀌고도 사실 모바일 경험 개선 안된 부분도 너무 많고, 그게 가장 중요한 안정성 부분이라서 더 빡이 친다. 만일 이게 모바일 기기로 사용하는 유저의 비율이 데스크탑보다 낮아서 등한시 되고 있는 비즈니스 디시전의 문제라..
일일일 요즘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더이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불가능해졌고, 꽤 자고 일어나도 컨디션이 별로다. 아마 맡은 업무가 늘어나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럽 전역에 불거진 아시아인 인종차별과 그로 인한 범죄까지 소식을 접하면서 우울해져서도 있는 것 같다. 인간대환멸의 시기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차 한잔 하면서 책 읽고 하던 때가 그리워지고 있다. 이게 참 어려운게, 나의 의지력은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이 컨디션 조절은 또 의지력이 있어야 관리가 되니까 한 번 구멍에 빠지면 악순환을 벗어나기가 좀 어려운 것 같다. 머리를 잘 써봐야지. 일이 많아졌고, 내가 잘 하는 분야가 아닌 새로운 일이 내 쟁반위로 떨어졌다. 처음에는 너무 억울하고 부담되고 짜증났는데, 어차피 ..
햇볕드는 내 아파트 오랜만에 집안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왔다. 청소도 며칠 안 한 집인데도 예뻐 보였다. 문득 예전에 살던 정자동의 연립주택 안 풍경을 찍어둔 것을 보면서 그리움과 행복한 추억에 젖었던 기분이 떠올랐다. 그래서 미래의 어떤 시점의 나를 위해, 현재의 집안 풍경을 몇 장 찍어 보았다.
My authentic self. 그게 누굴까? 최근에 누군가 언급했기 때문에 깨달은 바가 있다. 나에게는 영어 자아가 있다. 독일어 자아는 아직 없다. 그 정도로 실력이 안되기 때문에. 영어 자아도 영어를 생활 속에 쓰면서 살게 되면서 생겼다. 그런 관점이라면 영어 자아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느끼기에 아직 나는 수사나 미사여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로 영어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 내 생각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걸 언어로 최대한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중요한 툴 중 하나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하나만 부족한 건 아니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 내가 생활속에 하는 노력 중에 하나는 인터뷰 팟캐스트를 듣는 것이다. 인터뷰의 경우는 대답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대부분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한 주제이고, 따라서 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