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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첫 분갈이

지난 봄에 산 야자수가 너무 커버려서 자기들끼리 휘청대다가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었기에 분갈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일요일에 면조와 상의 후 월요일 퇴근길에 obi에 들러서 화분과 흙을 구입했다. 그런데 왜 화분보다 화분 받침이 더 비싼걸까?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다. 아무튼 식물에게 좋다는 테라코타 팟을 샀다. 어쩐지 진정한 식물인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

좁은 화분 안에서 화분 모양에 맞게 꽉차서 자라고 있던 뿌리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아서 면조가 기차 타러 가기 전에 아침 일찍 같이 분갈이를 했다. 정말 잘 생각한 것이었다. 나는 쫄보라서 더더욱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좁은 화분 안에서 되게 많은 가지가 자라다보니 뿌리가 화분모양으로 빼곡하고 빡세가 자라 있었다. 흙이 있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아니면 흙을 흡수하면서 자라나? 그럴 리는 없겠지. 저 뿌리를 살살 떼어낼 수는 없어서 메인 뿌리가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만 주의하면서 힘을 주어 가지들을 분리 했다. 한 화분에 다 심기에는 너무 많아서 키가 작은 가지들은 도로 원래의 작은 화분에 심었다. 그리고 키가 큰 가지들을 모아서 새로 산 화분에 심었다. 어려웠지만 되게 뿌듯한 작업이긴 했다. 최근들어 한 것중에 맛차 단팥 빵을 구운 것 보다 더 보람찬, 아마도 가장 보람찬 일인 것 같아. 흙을 뭐랑 뭐를 섞어서 넣고, 하단엔 뭘 넣고, 위엔 뭘 넣으라는데 그냥 새로 관상식물용 흙으로 전부 채워 넣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니 부디 너그럽게 이해하고 잘 적응해서 살아다오. (...)

 

두개가 된 야자나무 화분

성공적으로 분리된 화분을 보니 와글다글 부산스럽던 마음이 조금 정리된 느낌이다. 덕분에 거실에도 키 큰 야자나무가 하나 생겼다. 슬슬 겨울이 끝나가니 식물들을 다시금 돌봐야겠다. 분갈이의 시즌이라는 5-6월이 되면 와글다글한 금전수랑 페페도 분갈이를 해 줘야지. 그리고 러너를 잘라서 수경으로 뿌리내려 키우고 있는 접란도 세 뿌리가 있다. 이 것도 여행 다녀 와서 흙에다 심어 줘야지. 다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도 좀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