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말 바람이 들어서 자꾸 사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막상 시원하게 지르지는 못(안)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없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서다. 난 과연 필요한 것은 다 가진 인간인 것인가. 그리고 일단 물건을 하나 새로 들이려면 내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러는 품목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아직 캣타워도, 나이트가운도, 겨울철용 코트도, 잠옷도, 자동차용 핸디 홀더도 새로 못 사고 있다.
해야 할 것 중에서 사실 올 해 안에는 언젠가 시작 할 줄 알았는데 못한 것이 공부/케이스스터디 용 블로그 만들기이다. 했던 일이나 공부한 것 중에 잘 정리만 해 두면 써먹을 곳이 있는 포인트가 많은데 이걸 전혀 정리 안하니까 그냥 역사속에 파묻혀 장기기억 속에서도 디테일이 다 날라가 버리는 것 같다. 벤치 마킹 할 미디엄 저자들을 좀 골라보고 하나씩 따라서라도 시작해 봐야 할텐데 너무 귀찮다. 생각해보면 포트폴리오도 이력서 쓰는 것도 너무 귀찮아서 차라리 창업이 하고 싶은 정도니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서도) 이런걸 어디 외주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차라리 누군가가 본인 포폴을 나에게 돈주고 정리해 달라고 하면 돈벌려고 할 텐데, 이건 노동에 대한 대가가 없으니 더 의욕이 안생긴다.
책도 요즘에는 공부하는 책 말고는 읽지 않고, 일본어도 배우다가 멈춘 상태. 이 두가지는 딱히 목적성이 없으니 그려려니 한다. 운동은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고, 사라코너가 되겠다는 목표는 지금의 리다 해밀턴 나이쯤 되어야 이룰 것 같다.
회사에서도 현재 딱히 집중할 프로젝트가 없다. 전반적으로 목적을 상실한 생활이 2주가량 지속되고 있어서 붕 뜬 기분이다. 시간에 쫓기는 마음이 살짝 있으면 지중력도 올라가고 머릿 속 고민거리의 우선순위가 딱 정해져서 단순하고 행복하고 성취감도 있는데, 요즘 그러지 못하니까 뭘 해도 만족스러움이 없다. 아무래도 오늘 이 문제에 대해 회사에 앉아서 고민을 좀 해보고, 내 나름의 로드맵을 좀 만들어 봐야겠다. 일단 오늘은 좀 일찍 출근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