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휴가와 감기와 감기 이후의 나른함을 핑계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 읽기도 관두고, 운동도 주 2회만 했다. 주말에는 남편이 왔다 갔다. 남편이 오는 주말은 마치 결혼 전에 시간을 내서 데이트를 할 때처럼 내내 놀게 된다. 처음에는 갑자기 48시간가량 같이 있는 시간을 내내 붙어 있으면서 떨어져 있던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업데이트하느라 계속 이야기를 듣거나 해야 하고, 놀아줘야 하는 것이 좀 벅차고 주말로 미뤄 둔 해야 할 일들을 못해서 조급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약간 적응이 되어서 남편이 올 때는 나도 그냥 놀거나 쉬자는 마음으로 주중에 할 일을 대충이라도 다 해놓게 되었다.
주 1회는 해야 하는 일들이 생각해보면 꽤 많다. 빨래도 한두차례는 돌려야 하고, 번갈아가면서 세탁하는 침구도 꼭 한 번씩은 벗겨 빨 것이 있다. 주중에 먹을 반찬 같은 것을 밀프렙 해놔야 하고, 고양이 식탁도 주 1회 정도 설거지 통에 넣고 세척한다. 욕실 벽도 닦아야 하고, 청소기도 큰 걸로 제대로 한 번 돌려야 하고, 시간이 있으면 바닥 걸레질도 해야 한다. 장 봐서 냉장고랑 팬트리도 정리해야 한다. 이게 다 하나하나 완수하기에 시간과 체력이 들기 때문에 적당히 잘 쪼개서 완료 후 쉬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넉넉히 시간을 분배해야 한다. 고로 재택근무하는 날이나 주말에 해야 하는 것들이다.
사실 대부분의 것들이 청소이다. 어느 부위 청소를 제대로 완벽히 하려고 하면 도저히 그 큰 시간청크를 끼워 넣을 구간이 내 일상 시간표에는 없다. 결국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데, 그 적당한 선이란 것은 살아보지 않으면 알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 기준은 2주 정도는 바쁜 일이 있어서 못하고 지나가도 크게 더러워지지 않는 정도다. 예를 들어 꼼꼼하게 바닥청소를 해 두면 바닥이 3-4주는 깨끗하고 얼룩도 잘 안 보이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는 못하니까 한 주는 바닥을 일회용 물걸레 포로 훔쳐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 주에는 모서리와 접합 부분 먼지를 집중적으로 닦고, 뭐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대충 들러붙는 먼지도 없고, 먼지 구덩이에서 사는 느낌은 피할 수 있다. - 우리 집은 슬리퍼를 신고 입식 생활을 하지만 고양이를 위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 바닥 청소기 돌리는 것은 요즘 이틀에 한 번만 한다. 원래 매일 하면 좋지만, 운동을 이틀에 한 번 하니까 운동하기 전에 웜업 겸 돌린다. 이 정도로도 괜찮다고 여기고 살게 되었다. 덕분에 고양이 화장실 주변은 모래가 너저분하다. ㅠ.ㅠ
물론 이렇게 청소를 많이 하면서 살고 있는데도 남편이 주말에 오면 잔소리를 엄청한다. 그냥 입다물고 청소할 곳이 보이면 네가 하라고 화냈다. 아니 무슨 내가 전문 청소 전문가도 아니고,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이 정도로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거다. 청소 외에도 밥 먹고 주방 정리하고 고양이 챙기고 내가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진짜 저런 사고 없이 뱉고 보는 잔소리 폭력에 신체적 폭력으로 답하지 않았다니 너무 관대했던 것 같다.
주말에 흥청망청 놀았으니까, 오늘은 다시 일찍 일어나기를 시도했고, 책도 좀 읽었다. 일기도 좀 쓰려고 책은 25분만 읽었다. 사실 마음에 안든다. 원래 맞춰둔 알람보다 30분 정도 더 자서 늦게 일어났고, 결과적으로 시간이 약간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작은 습관들은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냥 조금씩 하거나 하기 싫으면 말거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 전의 나에 비하면 상상도 못 할 만큼 부지런해진 거니까. 그리고 주말 내내 잘 놀고 나니까 다시 바쁜 일상을 버텨내야 하는 것이 조금 덜 억울하고 덜 힘든 것도 같다. 남편이 오든 말든 앞으로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그냥 다 내려놓고 놀고 쉬는 주말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