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1711) 썸네일형 리스트형 일과 뭐 하고 사냐는 질문을 살면서 몇 번이나 듣게 되는걸까? 묻는 사람은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잘 지내' 또는 '어떻게 지내'가 아닌 '뭐 하고 지내'란 질문을 하게 된 것일까? 영어로는 꽤 편리한 표현을 하나 배워서 잘 써먹고 있다. 'Not much' 그런데 한국어로는 '뭐 별로' '딱히' 이런 대답을 하기가 약간 망설여진다. 조금 건방진 느낌이라서. 건방져도 상관없는 상대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여태까지 연락이 끊기지 않고 유지되는 사람들은 아무리 오랜만에 대화를 하게 되어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고 해도 막 대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매일 반복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1~4주 단위로 반복하는 일반화 된 나의 일과를 말하고는 한다. 당연히 생존을 위해 꼭 해야 할 식사나 나.. 하기 싫은 것을 안하는 것 최근들어 여행이란 것이 전처럼 재미있지 않아진 것 같아서 쓸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깨달았다. 왜냐하면 이번 파리 여행을 앞두고는 전과 달리 기대와 희망이 넘치기 때문이다. 기대감에 가득차서 심지어 영화 비포선셋도 다시 봤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다시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또 뭐가 있었더라, 파리를 배경으로 한 내가 좋아했던 영화. 아무튼 그동안의 여행에서 충족감이 적었던 이유를 비포선셋 덕분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셀린이 자기가 아주 어릴 때 쓴 일기를 읽다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았다며 사람의 코어는 바뀌지 않음을 토로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렇다. 나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 그 증거조차 가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나.. 수영, 외국어, 자전거타기, 운전, 그리고 또 무엇? 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떤 계기로 배우든지간에 정말로 배운 그 순간부터 평생 요긴히 써먹을 수 있고, 할 수 있거나 못함이 내 경험의 영역을 넓히냐 마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능력들. 나는 이 것들을 전부 10년쯤 전에는 못 했었다. 지금도 저 중에 어느 하나도 아주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이제 저 중에 어떤 하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용기를 내야 할 부담감은 사라졌다. 특히 외국어는 '할 줄 안다'의 기준이 조금 애매한데, 여행 영어 수준은 늘 했었지만 해당 언어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할 수 있게 되는 영역은 좀 다른 것 같아서 포함시켜봤다. 그런데 이제는 영어 뿐만 아니라 독일어도, 예를들어 말이 전혀 안통하는 곳에 여행 갔을 때 우연히 독일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마.. 요를레이의 모험 3 이전 이야기 요를레이의 모험 1 요를레이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집사가 다른 도시에 방문 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24시간 동안 그 동안에 차마 집사 눈 앞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봐야 했다. 모든 책상 위에 올라가서 집사가 미.. comehaveaseat.tistory.com 요를레이의 모험 2 요를레이의 모험 1 ... 이불 빨래 하고 왔음 ... 이어서 ... / 집사가 돌아오지 않았다는건 바닥의 진동으로 알 수 있지만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집사는 종종 현관문을 열고 들어 오자마자 화장실로 뛰쳐들어가서.. comehaveaseat.tistory.com 계획 한 일을 하는 것은 고양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계획 한 일을 하다가 중간에 끼여 새로 발생하는 사건을 해결하느라 생각보다 .. 커피, 성격 유형 검사 오스트리아 가는 길에 독일 국경 마을 중 정말 예쁘다고 누누히 들은 콘스탄쯔에 잠시 들렀다. 보덴제를 끼고 있는 마을은 정말 천국같은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집들은 파스텔톤 컬러로 예쁘게 칠해져 있었고, 다들 관리상태가 좋아보였다. 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어서 알트슈타트와 주차 때문에 빙빙 돌던 주변 주택가까지 구경하는 것이 즐거웠다. 다른 도시를 방문 할 때마다 그 곳의 로스터리가 있나 찾아보고 원두를 사오는데, 이 곳에도 알트슈타트 초입에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있었다. 금빛 찬란한 장에 담긴 많은 종류의 볶은 원두를 파는 전문 로스터리 숍이기도 했고, 진열된 커피 기구도 알록달록 예뻤다. 원두를 사기 전에 한 잔 마셔보려고 두유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일반 우유인 남편 것과 구분하기 위해 내 것은 로제타로.. 대자연 바라보며 2박 3일 오잉? 내가 이렇게나 산을 좋아했었단 말인가? 라는 의문이 들 만큼 오랜만에 산을 실컷 봐서 기뻤다. 비교적 짧은 롱위켄 휴가였지만 마음과 정신과 허파를 조금 청소하고 온 듯 하다. 해변가에 지저분한 것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을 때, 파도가 한 번 싹 들어왔다 나가면서 몇가지를 가져가고, 그렇게 여러번 왔다 갔다 하며 결국 해변을 자정한다. 그 것처럼 눈 앞에 푸른 침옆수림을 보고, 바람에 나무가 조용히 흔들리는걸 보고, 조금 멀리 눈을 돌려 눈 쌓인 봉우리를 보고, 구름이 숲을 훑고 지나가는걸 보고, 언덕에서 소와 염소가 느릿느릿 걸어다니며 풀 뜯는 것을 보다보면 그런 자정작용이 천천히 진행된다. 그렇게 폐와, 마음과 정신이 청소되는 기분이 든다. 첫 날은 독일 남부의 커다란 호수를 낀 작은 도시에서 천.. 씨 뿌리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어? 줄리언 반스가 쓴 기가막히게 재미있는 에세이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의 원제는 The pedant in the kitchen이다. Pedant를 한국어로는 현학자라고 번역이 되어 있던데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찾아보니 옥스포드 사전에 의하면 a person who pays more attention to formal rules and book learning than they merit -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게 더 많지도 않을 텐데도 더 지나치게 정해진 규칙이나 이론에 집착하는 사람 - 라고 한다. 그러니까 현학자는 아주 들어맞는 단어는 아니고, 그냥 뭔가에 대해 감각이 너무 부족할 때 적당한 설명으로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사람을 칭하는 단어 같다.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 요리책에서 말하.. 천천히 바뀌는 우리 집 첫 1년간은 완전 미니멀리스트들도 혀를 찰 만큼 아무 것도 없이 살았다. 큰 침실에는 큰 침대가 하나 덜렁 있었고, 고양이 화장실 하나가 전부였다. 전 주인이 팔고 간 요란한 등이 달려 있어서 그나마 덜 텅 비어 보이게 했다. 거실에는 고양이 스크레칭 타워 하나와 큰 식탁겸 책상을 먼저 샀다. 전부터 튼튼하고 오래가는 큰 테이블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가진 지금은, 구지 꼭 필요했던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보기에 좋으니 됐다. 다만 다음에 이사를 가게 된다면 거실이 좀 큰 집이 아니면 곤란 할 것 같다. 테이블을 산 동네 가구제작소에서 작은 쇼파도 하나 샀는데, 당시에 고양이들이 거기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통에 사람이 앉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테이블에 어울리는 식탁 의자와 벤치도 ..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2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