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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요를레이의 모험 3

이전 이야기

 

요를레이의 모험 1

요를레이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집사가 다른 도시에 방문 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24시간 동안 그 동안에 차마 집사 눈 앞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봐야 했다. 모든 책상 위에 올라가서 집사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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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를레이의 모험 2

요를레이의 모험 1 ... 이불 빨래 하고 왔음 ... 이어서 ... / 집사가 돌아오지 않았다는건 바닥의 진동으로 알 수 있지만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집사는 종종 현관문을 열고 들어 오자마자 화장실로 뛰쳐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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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한 일을 하는 것은 고양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계획 한 일을 하다가 중간에 끼여 새로 발생하는 사건을 해결하느라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 하기로 한 것을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하기로 결심한 것을 행하지 않는 비논리적인 짓은 인간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들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계획했기 때문이라고 둘러댄다. 도대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려고 계획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행위인가? 요를레이는 제법 인간을 오래 관찰해 왔지만 도무지 그런 점은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는 예정된 헤어볼을 토하기 위해 그동안 힘든 그루밍의 노동을 하며 목구멍 안에 털을 모아왔다. 헤어볼을 토하는 것은 고양이로써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답답한 목구멍을 시원하게 뚫는 일이므로 요를레이가 싫어하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폭신하고 뽀송한 이불 위에 토할 수 있다면 요를레이가 좋아하는 행위와 좋아하는 장소가 만나는 묘생 일대의 멋진 이벤트가 될 것이다. 더욱 붉어진 분홍 코와 부풀어 오른 인중부분이 그가 얼마나 기대감에 차 흥분해 있는지 보여준다. 요를레이는 알고 있다. 집사가 이불을 빠는 주기는 정기적이지 않으며, 그나마 자주 빨지도 않는다. 어쩌면 저 철없는 설사쟁이 동생이 갓 빤 이불을 더럽히기 전에 거사를 치러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쾌변 세리모니를 하며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는 동생 노르망디를 바라보며 요를레이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마음이 급해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마음이 급해지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늘 하던 행위를 익숙한 방법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오른쪽 앞 발과 뒷 발이 동시에 내딛어지고, 뒷다리에 예상치 못한 무게가 실려 중심이 흔들리게 된다. 썅노무 노르망디!!! 일단 쌍욕과 포효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당황함을 분노로 바꾸어 재빨리 표출 해버리는 편이 가장 효과가 좋은 진정법이다. 그는 고양이답게 우아한 나르시시스트이며, 따라서 분노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재빨리 느낄 수 있다. 성격파탄의 한 형태이지만, 그의 나르시시스트적인 이 점이 바로 영장류가 고양이에게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도록 계획된 자연의 섭리이리라. 요를레이는 이런 가설을 세우고 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야자 잎사귀를 좀 뜯어먹고 섬유질과 아밀라아제를 버무려 목 안의 헤어볼을 단단한 덩어리로 구체화 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유럽에 웬 야자냐고? 실내에서 키울 식물을 가지고 싶지만, 여러 식물을 돌볼 자신은 없는 집사가 하나로 퉁치기 위해 가장 덩치큰 나무를 집어 온 결과다. 생각이 짧은 집사는 캣글라스나 캣닢이 아닌 아무 짝에도 쓸 데 없을 것 같은 커다란 나무를 들여놨다. 그리고 요를레이와 노르망디가 그 근처에 어슬렁 댈 때마다 고주파 소리를 질러내며 사진을 찍어댄다. 하지만 실망은 잠시, 노르망디와 요를레이는 어느 날 밤 야자나무를 뜯어먹어도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노르망디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 근처까지 늘어진 잎의 끄트머리를 먼저 잘라서 씹어 먹어봤고, 요를은 노르망디가 거품을 문다던지, 몸이 경직된다든지 하는 중독 반응이 있는지 주의깊게 지켜 봤다. 하루 밤이 지나고 다음날이 되어도 노르망디는 멀쩡했고, 비로소 요를레이는 의심을 거두고 야자 잎사귀를 잘라먹어도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가끔은 아둔한 동생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고양이의 식생활은 단백질 위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식의 섬유질 섭취는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따라서 먹을 수 있는 풀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집사, 잘했어.

 

4편에 계속.

 

야자나무 아래 화장실에서 나오는 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