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떤 계기로 배우든지간에 정말로 배운 그 순간부터 평생 요긴히 써먹을 수 있고, 할 수 있거나 못함이 내 경험의 영역을 넓히냐 마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능력들. 나는 이 것들을 전부 10년쯤 전에는 못 했었다. 지금도 저 중에 어느 하나도 아주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이제 저 중에 어떤 하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용기를 내야 할 부담감은 사라졌다.
특히 외국어는 '할 줄 안다'의 기준이 조금 애매한데, 여행 영어 수준은 늘 했었지만 해당 언어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할 수 있게 되는 영역은 좀 다른 것 같아서 포함시켜봤다. 그런데 이제는 영어 뿐만 아니라 독일어도, 예를들어 말이 전혀 안통하는 곳에 여행 갔을 때 우연히 독일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마음이 어느정도 놓일 정도로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가장 큰 장점은 여행을 함에 있어서 큰 부담이 없다. 어디에든 영어는 통할테고, 설령 통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단어를 알아듣고 발음 할 줄 알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난번 크로아티아를 여행 할 때 수영을 할 수 있었던 덕분에 보트에서 뛰어내려 헤엄쳐서 가야만 하는 아름다운 동굴을 구경 할 수 있었다. 에메랄듯 빛 깨끗하고 맑은 바닷물이 햇살을 만나서 부서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동굴 안에서 바라봤다. 잠수해서 빛이 선명한 자취를 보이며 쏟아지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것이 당연한 바다에서 그럭저럭 헤엄치며 둥실 둥실 파도를 즐기는 것은 예전엔 상상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보다 바다를 덜 좋아했었다.
이런 것들을 늦게 배워도 전혀 상관이 없는 이유는, 못 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경험은 정말이지 다른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찬란하고 뿌듯한 것인데, 어른이 되어 그걸 오롯이 스스로의 리소스와 노력으로 이루어 냈을 경우엔 그 기쁨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난 아직도 못하는 것들이 되게 많은데,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여건과 관심이 이끄는 대로 배워서 할 수 있게 될 때마다 그 기쁨을 또 느낄 수 있을테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아끼고 아껴서 읽듯이 배우는 즐거음도 아껴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수영, 외국어, 자전거타기, 운전 이 네 단어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 모든 것이 여행을 더 하고,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되게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다음 배울 것을 생각 할 때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부족했던 것을 좀 추가하려고 한다. 오토바이 타기, 스키, 볼더링, 서핑 같은 액티비티류가 먼저 떠오른다. 근미래에 이런 것들을 배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볼 것이다. 예를들어 하와이 같은 곳에 한달 정도 휴가를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낮에는 실컷 서핑을 배우고 연습하고, 저녁에는 리모트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한 달이나 집을 비우기엔 고양이들이 너무 걱정이라 언제 실현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스키는 오히려 배우기 괜찮은 환경에 살고 있다. 차로 3-4시간 가면 알프스 산맥에서 실컷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 많이 나온다. 개인 강습을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그 정도는 계획만 잘 하면 부담할 수 있다. 볼더링은 해보고 싶은 욕망은 큰데 그걸 운동 외의 다른 목적으로 쓸 일이 많이 않을 것 같아서 우선순위가 자꾸 미뤄지는 것 같다. 오토바이는 대만 남부 여행 할 때 전기스쿠터 타고 다녀서 너무 좋았는데, 내가 겁이 너무 많아서 내리막에서 기겁하기 때문에 그냥 반납하고 남편 뒤에 타고 다녔었다. 다음에는 잘 배워서 내가 스스로 타고 다니고 싶어. 그 외에는 또 다른 외국어(아무래도 내 식도락 역사에 가장 유용 할 중국어?), 악기 아무거나 하나, 마작, 체스, 장기 같은 보드게임을 배우고 싶다. 쓰고보니 세계 어딜 가서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고, 혼자 노는데에 지장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