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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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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보내는 휴가 최근 들어 회사 일을 열심히, 그리고 많이 했다. 팀 구조가 바뀌면서 새로운 커다란 책임이 팀에 부여되었는데,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버거워하며 6개월 정도 우왕좌왕하는데 시간을 쏟는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이끌어서 커다란 한 꼭지를 마무리했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큰 부서회의에서 그 내용을 발표했는데, 원래 발표자인 프로덕매니저가 휴가를 앞당기게 되면서 -_- 내가 하게 되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팀의 전반기 성과물을 대표해서 발표하는 것이 너무 부담되어 대본도 여러 번 고쳐 쓰고 연습도 많이 했다. 다행히 발표는 잘 끝났고, 완전히 칭찬을 많이 들었다. 내 마음에는 70점 정도밖에 안 되는 발표였지만 나를 만족시키기가 원래 가장 어려운 법. 이러한 무게감과 오전 오후 꽉 찬 미팅스케줄 때문에 번..
육체와 노동 요즘 회사일이 많다. 내게 주어지는 책임이 점점 늘어난다. 인정을 받는 건지 그냥 이 것 저 것 시키면 어떻게든 시간 맞춰 끝내니까 일단 이용하고 보자는 심리만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어찌 되었든 꾸준히 다른 자리도 알아봐야 하는데 요즘 너무 바쁘기도 하고, 정말 가고 싶은 자리 면접 본 후로 거기가 되었으면 싶은 마음에 더 안 찾아보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좀 찾아봐야지. 회사일이 바쁘다 보니 하루종일 정말 길고 긴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저녁에 헬스장을 안 가는 날은 산책이라도 하려고 한다. 한동안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자세가 많이 좋아졌는데 다시 컴퓨터 앞에서 집중해서 일하다 보니까 또 구부정해진다. 퇴근하고 나면 어깨랑 뒷목이 많이 뭉쳐있다. 어렵게 교정해 놔도 순식간에 되돌아와서 통증이 생..
쉬어야 한다. 이주 연속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도시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 사이에 평일 저녁에 락콘서트도 하나 다녀왔다. 무려 레드핫칠리페퍼스와 이기팝을 만나고 왔다. 콘서트장에 나 말고도 동료 셋이나 더 온다고 했는데 결국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조금 다행이었다. 독일어와 영어로 사교활동을 할 에너지가 부족하던 참이었다. 두 개의 주말 동안 술을 많이 마시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뒤셀도르프에 있는 노래방에 가서 놀기도 했다. 한 이십 년 만에 간 것만 같은 느낌. 너무 재밌었다. 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프라이비어페스트도 다녀왔다. 가는 길 아우토반이 죄 공사 중이라 오래 걸렸다. 그리고 온라인으로도 글쓰기 모임에 참석 했다. 결국 오늘은 너무너무 피곤한 월요일이다. 신발을 잘못된걸 ..
죽음과 함께 잃어가는 것들 둘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빠 쪽 친척 집안에서 가장 부유한 어르신이었고, 가장 오래 사셨다. 우리 엄마가 이 분을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은 적 많고,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 위해 다 같이 주기적으로 찾아뵈었었다. 으리으리한 저택에 사실 때부터 늘 마음속으로 부러워하는 환경의 집이어서 따라가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다 보니 일찍 돌아가신 친조부모보다 횟수로는 훨씬 많이 뵈었다. 이런 표현이 옳지 못함은 알지만, 할머니는 노인이지만 미인이셨다. 날씬하고 늘 단아한 옷을 입으셨고, 미소가 예쁘셨다. 나도 저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집안 어른이셨다. 하지만 할머니와 그 집에서 오래 일하신 가정부 아주머니(성함도 까먹었다) 말고 다른 친척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는데, 말하기..
주말이 너무 좋다 이번 주말은 결혼기념일이 끼인 주간이라 콘서트를 봤다. 사실 결혼기념일과 관계없이 오래전에 예매한 만하임필의 정기 공연 중 하나다. 앨범 재킷으로만 만나던 클래식 뮤지션의 공연을 큰 노력과 비용 없이 볼 수 있다는 게 이곳에 사는 장점 중 하나다. 마리아 호앙 피레즈는 굉장히 자그마한 분이셨다. 또랑또랑 야무진 피아노음이 밝고 희망에 찬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화려하게 채웠다. 같이 호흡을 맞춘 이도 바르-샤이는 이스라엘 출신 피아니스트인데 꽤 젊고 엄청나게 다른 질감으로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 소리가 기름지다 느낀 건 처음인 것 같아. 과연 피아노가 둘이니까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화려함이 있었다. 초여름의 프로그램들이라 다 화사하고 활기찼다. 첫 프로그램이었던 프로코피에프 심포니 1번..
되고 싶은 사람은 언제 될 수 있을까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 성공한다. 그 외에는 업무 때문에 일어나야 하는 최대한 늦은 시각에 아슬아슬하게 일어날 뿐이다.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꾸준히 하던 때도 있었지만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해야 하고, 그게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습관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괜찮다. 나는 늦게 일어나는 편이 건강에는 더 좋은 체질인 것 같으니까. 그래도 요즘은 빨리 가버리는 하루가 아깝다. 자유시간을 좀 더 확보하고 싶어서 일찍 일어나고 싶은 거다. 업무를 마친 평일 저녁에는 운동을 가거나 운동을 안 가는 날엔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 오늘은 운동을 가는 날인데도 안 가버린 덕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산책을 다녀왔고 이 글도 쓰고 있다. 글을 꾸준히 쓰고 ..
애프터 양, 눈물을 마시는 새,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식물성 고단백 식단 요즘도 여전히 내 머릿속은 바쁘다. 애프터 양은 최근에 본 영화여서 일하는 중에도 문득문득 생각하고 있다. 괜찮은 영화지만 묘하게 찜찜한 마음이 드는데 이런 감상의 원인을 잘 모르겠어서 생각해 보는 중이다. 아무래도 꽤 매력적인 양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주변인의 미처 다 처리되지 않은 감상의 파편들을 아름답게만 모아 둔 꼴라쥬 같은 작품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그 어느 캐릭터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마음을 열고 보여주는 것처럼 감상적인 대화가 오가지만 막상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없는 하룻밤과 같다. 좀 허무하고, 그럼에도 스타일이 좋아서 계속해서 생각이 난다. /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을 결국 시작해서 3주째 플레이 하고 있다. 주말에만 집중해서 할 시간이 좀 나므로 진도를 많..
가는길이 즐거울 수 있게 어제 앞으로의 재정관리에 대해 나그네와 말다툼하다가 깨달았다. 이 사람은 나와 다르게 삶의 구획마다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걸 이루는 게 삶의 원동력이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목표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것이 목표였던 적은 없다. 그보다는 그 목표를 바라보며 가는 길이 즐거우면 된다. 고생을 하기 싫다는 말은 아니다. 즐겁게 느껴지는 고생도 있다. 독일에 오기로 결심하고 그걸 준비하고, 실행하고, 여기서 정착하기까지가 그랬다. 처음 해보는 유럽, 독일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것 투성이었고, 상상과는 모두 다 달랐으며, 과정마다 경악스럽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괴감에 괴로운 적도 있었지만 통합적으로는 즐거웠다. 그리고 살다 보니 독일에 오기 전 세워뒀던 목표를 전부 다 이뤘다. 이제는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