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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근미래의 나 큰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디자인 뮤지엄을 찾아본다. 유럽에 살다 보니 기회가 종종 온다. 이미 바우하우스는 100주년을 넘어섰고, 디자인이란 주제만 가지고 산업이 발달한 큰 도시마다 커다란 박물관을 채우고 남을 역사가 쌓였다. 내가 푹 빠져서 공부한 분야가 쌓아 올린 역사여서 약간 자랑스러운 기분도 든다.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에는 커다란 벽에 시대를 대표했던 디자인 제품의 실물들이 콜라주 되어 있었다. 그중에 내가 가져봤거나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제법 많았다. 좋은 디자인의 제품은 외형이 보기 좋고,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그 것을 사용함으로써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수월하고 즐겁게 하도록 한다. 그런 이유로 최저가 또는 가성비가 우월한 다른 제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사서 ..
시골 한복판과 도시 한복판의 생활 런던은 재미있는 도시다. 빅토리아시대가 얼마나 번영했는지는 몰라도 당대에 지어진 많은 건물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고, 현대적(모던하다)이라 불리는 건물이나 인프라스트럭처는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인데 그럭저럭 잘 쓰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도로가 굉장히 좁은데도 양방향 차선이 존재해서 버스조차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와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도심 한복판에는 비싼 비용을 내야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크고 작은 공원들이 정말 많다.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정원, 동물원 등이 있어 이곳에 살면 누구나 신청하고 대기해서 가드닝도 할 수 있다. 건축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과 주변환경을 지키기 위해 거주민들이 단결해서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거나 하는 걸 소송을 통해 막는다는 이야기도 ..
워케이션 약 2주간의 일정으로 런던에서 생활하며 리모트로 일하고 있다. 이걸 부르는 신조 조합어(워케이션)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고, 어제 랜선친구분께 배웠다. 판데믹 이후에 생긴 말일까? 그 이전에도 풀리모트 잡은 있었으니 꼭 그런 건 아니겠지. 내게 워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유연성을 허락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덕분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미 서울에서도 여러 번 워케이션을 가졌었구나. 물론 그건 베케이션이라기엔 너무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그렇다면 그건 워런틴?? 시골에 콕 처박혀 살다가 오랜만에 내 고향이 아닌 대도시를 방문했다. 내 고향은 아니지만 어제 산책하러 나갔다가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지내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대영도서관이 있길래 그곳 구경을..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었다. 마침 이번주에 알디에서 알배추를 세일해서 팔고 있다. 장을 봐와서 김치볶음밥을 먹기까지 대략 3주 정도 소요 될 예정이다. 한 번 그 여정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사워도우 빵을 굽다 보니 시간을 오래 들여 음식을 만드는 것이 더 이상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빵 굽는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것들이 삶에 매우 도움이 되는 부수효과 같다. 김치볶음밥은 대단히 럭셔리한 음식이다. 어마어마한 슬로푸드인 김치가 주 재료인 찌개, 볶음, 찜 등이 다 그렇다. 나는 신 맛이 나지 않는 김치는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 김치는 마땅히 시어야 한다. 아시아 식료품점에 가면 김치를 구할 수는 있는데, 대략적으로 100그람에 1유로가 약간 넘으니 가격이 엄청 비싸진 않다. 그런데 내 입에 맛있게 신..
눈은 아름답다 어젯밤에 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이번 겨울 들어 두 번이나 눈이 쌓일 만큼 내렸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무척 드문 일이다. 매 년 날씨의 변화가 조금씩 더 심해진다. 지구가 인류를 얼마나 오래 더 버틸 수 있게 할까? 걱정과는 별개로 나는 눈이 쌓인 풍경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옷을 껴입고 장갑을 끼고 워커를 신고 나가서 작은 쓰레받기를 이용해 눈을 치웠다. 아침 일찍 다녀간 우체부, 이른 아침에 동네 산책을 꼭 하는 이웃집 고양이, 새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오래된 쓰레받기 덕분에 7-8센티가량 쌓인 눈을 쉽게 치울 수 있었다. 아쉽게도 작은 쓰레받기다 보니 쪼그려 앉아서 치워야 해서 힘들었다. 이대로 눈이 또 온다면 긁개삽같이 생긴 도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춥고 건조한 공기..
휴식의 일월 한 오 년 만에 군고구마가 먹고 싶었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 지는 며칠이 지났지만 오늘 아침에야 오븐에 넣고 구워 먹었다.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서 낮은 온도로 40분 초벌구이(는 어제 해뒀다), 센 그릴모드로 돌려가며 30분을 더 구웠다. 고구마 하나 익히는데 쓰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그래도 먹고 싶었던 것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삶의 낙 중 하나다. 아침에 고구마를 구웠더니 온 집안에 향긋한 군고구마향이 지금까지 풍기고 있다. 역시 굽기를 잘했다. 정말 맛있었다. 독일에서 구할 수 있는 고구마는 전분보다는 섬유질이 더 두드러지는 빨간 속살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고구마에 비해 당도가 떨어지는데 구웠을 때 향은 못지않게 좋고, 목 막히는 느낌이 덜하고, 원래 너무 단 것은 별로인 ..
갖고 싶은 것? 주 4일제요. 금요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휴일이었다. 왜 기다리고 기다렸냐, 마땅히 휴일이어야 할(!) 크리스마스와 1월 1일이 주말이었기 때문이다. 힘든 연말을 견뎌왔는데 고작 주말만 쉬고 다시 주 4~5일 일을 해야 해서 억울했다. 슬픈 소식은 내년 1월 6일은 토요일이어서 또다시 빼앗긴 공휴일이 된다. 이 날은 다른 주는 공휴일이 아니기도 하므로 너무 억울해하지는 말아야지. 아무튼 의지와 본성에 반하여 지속하고 있는 회사원의 삶은 공휴일을 목 빠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권력이 사람을 조종하는데 쓰는 여러 가지 툴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법정휴가와 공휴일. 나는 이미 그것을 며칠이라도 늘려준다면 그걸 약속하는 사람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부터 설렌 롱위켄이었고, 뭔가 계획을 해볼까 싶어서 ..
이제 어디로 가지? 해가 또 바뀌었다. 나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와 사회적 인정 욕구를 가진 면조 덕분에 올 연말은 정말이지 굉장히 북적거렸다. 약간 문명과 떨어진 위치에 살다 보니 평소에는 고요하게 보낼 때가 많은데, 이렇게 만남과 모임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헬스를 하면서 체력을 올려두지 않았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술도 많이 마시고, 음식도 굉장히 여러 가지를 많이 해 먹고 사 먹고 얻어먹었다.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며 받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많이 받아 충전했다. 나 혼자 있을 때만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싶을 때쯤 적절히 새해가 와주었다. 이번주는 주말에도 가급적 아무 약속 없이 혼자서 밀린 집안일과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들을 하나씩 하면서 조용히 보내고 싶다. 소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