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휴일이었다. 왜 기다리고 기다렸냐, 마땅히 휴일이어야 할(!) 크리스마스와 1월 1일이 주말이었기 때문이다. 힘든 연말을 견뎌왔는데 고작 주말만 쉬고 다시 주 4~5일 일을 해야 해서 억울했다. 슬픈 소식은 내년 1월 6일은 토요일이어서 또다시 빼앗긴 공휴일이 된다. 이 날은 다른 주는 공휴일이 아니기도 하므로 너무 억울해하지는 말아야지. 아무튼 의지와 본성에 반하여 지속하고 있는 회사원의 삶은 공휴일을 목 빠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권력이 사람을 조종하는데 쓰는 여러 가지 툴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법정휴가와 공휴일. 나는 이미 그것을 며칠이라도 늘려준다면 그걸 약속하는 사람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부터 설렌 롱위켄이었고, 뭔가 계획을 해볼까 싶어서 리서치도 하고(주변 도시 볼만한 전시 등등) 머리를 굴려봤으나 결국은 또 '집 밖으로 어지간하면 나가지 말자'는 계획을 세웠고, 알차고 보람 있게 보냈다.
금요일은 청소로 시작해서 정원정리까지 온갖 집안일을 했고 덕분에 깨끗한 환경에서 오롯이 쉼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전날 '더 글로리' 드라마를 시작해버려서 멈출 수 없었던 까닭에 낮동안 일하고 저녁 약속이 있는 면조를 구슬려서 약속을 일찍 파하게 한 후 드라마를 연속해서 보고, 또다시 토요일까지 넘어가서 다 달려버려서 총 3일 만에 8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봤다. 이야기나 분위기가 취향 저격이어서 한동안 인물들과 곳곳에 배치된 것들이 암시하는 것은 무얼까 상상하며 즐겁게 보냈다.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운동하고, 빵 반죽도 했다. 고양이들과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따라부르기도 했다. 그 외에는 딱히 업적 없는 주말을 보냈고 그래서 너무 좋았다. 한동안 약속이 많아서 도통 집에서 뒹굴대면서 쉬지를 못했는데,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3일이었다. 그리고 점점 더 주 4일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이 것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이바지하는 아주 중요한 한 걸음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류는 환경을 덜 파괴하고 서로를 덜 미워하고 덜 싸울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내가 확신을 가져봤자 바뀌는 건 많지 않겠지.
연말연시에 문을 닫아서 못 간 헬스장을 4일만에 가서 다시 운동을 했을 때, 전보다 힘이 세진 것을 느꼈다. 4일간 잘 먹고 잘 쉰 것이 근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먹고 운동하는 것만큼 휴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은 계기였다. 물론 4일간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고 집에서 풀시퀀스 요가를 하루하고 스트레칭도 했다. 어제 아주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가 봤는데 운동을 시작했을 때와 단 100그람도 달라지지 않은 몸무게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물론 체중이 줄만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으니 만약 3킬로 이상 빠졌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나 걱정을 했을 테고, 체중이 늘었다면 그건 그대로 실망을 했을 것 같다. 그렇다 해도 두 달 전과 정확히 같은 몸무게인 것은 놀랍다. 육안으로 보는 몸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주 째끔만 더 나가도 한국기준의 표준체중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었어서 긴장했었다. 살짝 과체중이 더 건강하다는 말은 살과 함께 근육질인 몸이라 건강하다는 말이었나 싶기도 하다.
운동을 하고, 베이킹을 취미로 하다 보니 생각보다 바쁘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서 잡념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 일에 대한 번뇌가 덜 찾아오고 하루하루 즐겁다. 주말이 하루만 더 있다면 딱 좋을 것 같다. 갖고 싶다... 주 4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