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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눈은 아름답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에 쌓인 눈과 하얀 하늘

어젯밤에 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이번 겨울 들어 두 번이나 눈이 쌓일 만큼 내렸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무척 드문 일이다. 매 년 날씨의 변화가 조금씩 더 심해진다. 지구가 인류를 얼마나 오래 더 버틸 수 있게 할까?

 

걱정과는 별개로 나는 눈이 쌓인 풍경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옷을 껴입고 장갑을 끼고 워커를 신고 나가서 작은 쓰레받기를 이용해 눈을 치웠다. 아침 일찍 다녀간 우체부, 이른 아침에 동네 산책을 꼭 하는 이웃집 고양이, 새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오래된 쓰레받기 덕분에 7-8센티가량 쌓인 눈을 쉽게 치울 수 있었다. 아쉽게도 작은 쓰레받기다 보니 쪼그려 앉아서 치워야 해서 힘들었다. 이대로 눈이 또 온다면 긁개삽같이 생긴 도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춥고 건조한 공기가 상쾌했다. 옆집으로 이어지는 통로길을 다 치워 갈 때쯤에는 땀도 살짝 났다. 오른손 중지 손톱 부위가 살짝 닳아있던 장갑은 기어코 구멍이 나 버렸다.

 

뒷마당에 작은 눈토끼를 만들었다. 춥고 건조해서 잘 뭉쳐지지 않는 눈을 떠 바르고 두드리며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사실은 눈오리를 만들까 싶어 모양을 잡다가 부리를 만들기 어려워서 잠시 고민했다. 이제 토끼해고, 웅크리고 앉은 토끼로 만들어버리자 싶어서 부리 대신 쫑긋 솟은 토끼 귀 두개를 열심히 쌓아 올렸다. 눈의 입자는 정말 예쁘다. 유심히 들여다봐야만 그 아름다운 프랙탈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비밀스러움을 더한 근사함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예쁜 것을 가끔 구경하는 것은 좋다. 겨울에 눈이 좀 더 자주 많이 오는 지역에서 살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웃들이 집 앞 눈을 쓸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은은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집의 외부와 정원, 통행로를 관리하는 것은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이웃에게 인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이 집에 살게 된 덕분에 경험하고 있다. 길을 쓸면서 고립된 듯한 생활을 하는 나의 존재를 주민들이라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은 안도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