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또 바뀌었다. 나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와 사회적 인정 욕구를 가진 면조 덕분에 올 연말은 정말이지 굉장히 북적거렸다. 약간 문명과 떨어진 위치에 살다 보니 평소에는 고요하게 보낼 때가 많은데, 이렇게 만남과 모임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헬스를 하면서 체력을 올려두지 않았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술도 많이 마시고, 음식도 굉장히 여러 가지를 많이 해 먹고 사 먹고 얻어먹었다.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며 받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많이 받아 충전했다. 나 혼자 있을 때만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싶을 때쯤 적절히 새해가 와주었다. 이번주는 주말에도 가급적 아무 약속 없이 혼자서 밀린 집안일과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들을 하나씩 하면서 조용히 보내고 싶다.
소셜미디어를 하면 좋은 점은 나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연말연시 타이밍에 다른 사람들이 한 해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구경하며 나도 비슷한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된다. 연 단위로 목표를 세워 결산하는 초 부지런한 사람이 꽤 많다는 것에 놀랐고,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ㅋㅋㅋ 아무래도 1년 정도의 기간동안 하고 싶은 중기계획을 세운적이 많지 않아서인 것 같다. 고3 때 이후로 없는 듯? 수능과 입시미술 이후의 시험/수험 준비는 늘 엄청난 벼락치기로만 해왔다. 벌써 작년이 된 2022년에 4월부터 9월까지 장장 6개월간 열심히 이직 준비를 하고 자격증도 따고 많은 회사와 만나보고 했다. 하지만 딱히 달성은 하지 못했으므로 결산에 넣을 수 있을까 싶다. 그 외에는 대부분 운동과 취미활동이 한 해를 채웠다. 즐거웠고, 커다란 지향점이 있다기보다는 어제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다. 종종 따라 하는 요가채널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하기 좋은 한 시간짜리 빈야사요가 플로우가 올라와서 새해 첫날인 언제 해봤다. 과연 2022년 1월에 비하면 훨씬 잘 따라 하고, 안정적이고, 약간 더 유연한 동시에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자기 계발과 발전이 한국인의 디엔에이에 빠지지 않는 필수가치요소지만, 판데믹을 지나고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바라보며 생각이나 가치관이 많이 변하기도 했다. 더 이상 기존의 기준으로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한 상태여서 요즘은 목표 없이 좀 붕 뜬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문득 최근에 내가 느끼는 붕 뜬 기분은 아무래도 바라던 것을 대충 다 이뤄버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 큰 글로벌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었던 것, 정원이 있는 이층 집에 고양이들과 살아보고 싶었던 것, 에스프레소음료를 스스로 만들어 먹고 싶었던 것, 지하실에 영화감상과 비디오게임을 위한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던 것, 기타 등등 자잘한 꿈이 거의 다 이뤄졌다. 내 능력이나 운 덕분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명확한 꿈의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기가 명확했다. 지금은 멀리 있는 목표가 많이 줄어든 상태여서 길을 좀 잃은 기분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변한 세상, 변한 신체와 정신으로 이제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목적지를 바라봐야 할 때 이기도 하다. 나는 현재 직업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여전히 느끼는 것은 사실 더닝크루거 곡선의 후반부에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이직을 준비했던 이유는 돈 때문이 컸는데 현재도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않을 만큼 벌기 때문에 그야말로 욕심이었고, 욕심에 따라주지 못하는 실력과 운이어서 안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직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것을 꽤 많이 배웠고, 고인물에서 좀 빠져나와 흐르는 기분이 들어 개운했다. 체력을 길러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계속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내 지식과 경험을 나눌만한 기회를 좀 더 많이 가지고 싶다.
체력관리를 좀 더 성실하게 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체력이 있어야 하루를 더 길게 보낼 수 있다. 뭐 지금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대부분의 식사를 직접 요리해서 해결하고, 꼭 건강식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클린 하게 먹으려고 한다. 술도 많이 덜 마시게 되었다. 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좀 더 지혜롭게 즐기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 동지부터는 절기와 명절에 맞는 음식을 한 번 챙겨 먹어 보기로 결심했다. 이 것은 취미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몸을 단련하는 것은 여태까지 게을리했던 영역이니까 앞으로라도 열심히 해야지.
금전적으로는 다음 목표를 대강 정한 것 같다. 어디든 너무 비싸지 않고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 땅이나 괜찮게 생긴 건물이 있다면 그걸 사고 싶다. 구체적인 위치랑 버짓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규모는 대충 정했다. 앞으로 한 십수 년간은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렵게 일군 현재를 사랑하며 즐겨야지. 환경을 보호하려 노력하고 내 뿌리가 되는 전통문화도 좀 배워야지. 사진 백업과 파일 정리에 대한 체계를 제발 좀 만들어야지.